사랑꾼 제이: 하루 못 본 밤
“밥 먹었어?”
“따뜻하게 입어.”
“물 많이 마셔.”
“약도 꼭 먹어야 해.”
토랑이는 웃으며 중얼거렸다.
“잔소리쟁이네…”
잠시 후 답장이 왔다.
<잔소리 아니야.>
제이가 친척 결혼식에 간 날.
연락이 잠깐 끊겼다.
한 시간.
아니, 30분쯤.
그 사이 메시지가 쌓여 있었다.
<자기야 밥 먹었어?>
<무슨 일 있어?>
<왜 대답이 없어>
<자갸, 아픈 거 아니지?>
<아프면 바로 말해야 돼>
<나 지금 갈 수도 있어>
토랑이는 화면을 보다가 웃음이 터졌다.
“누가 보면 큰일 난 줄 알겠다…”
전화를 걸자
제이가 거의 동시에 받았다.
“자기야, 괜찮아?”
“나 바빴어!”
짧은 침묵.
그리고 낮게 새어 나오는 숨.
“놀랐어.”
토랑이는 그 한 마디에
괜히 목이 조여 왔다.
“나의 주치의야?”
토랑이가 물었다.
“응.”
제이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나는 사랑꾼.”
토랑이는 결국 웃어버렸다.
그 웃음 하나로
그 밤은, 충분히 안심이 되었다.
그날,
제이는 지방에서 하룻밤을 자고 돌아왔다.
딱 하루.
고작 하루였는데.
문이 열리는 순간,
공기가 달라졌다.
토랑이는 말없이 그를 바라봤고,
제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다가왔다.
그리고 안았다.
강하게.
마치,
놓쳤던 시간을
한 번에 끌어안으려는 사람처럼.
“보고 싶었어.”
“하루밖에 안 지났어.”
“그래도.”
짧은 침묵.
“장거리 연애는 어떻게 해?”
토랑이가 중얼거리듯 물었다.
제이는 웃었다.
“안 해봐서 몰라.”
그리고,
조금 더 낮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나는 못 해.”
그 말이
어디까지 진심인지
굳이 묻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토랑이가
그의 셔츠를 살짝 잡아당겼다.
“오늘… 이상해.”
“뭐가?”
“가까이 있으면…
심장이 시끄러워.”
제이는 아무 말 없이
토랑이의 이마에
조용히 자신의 이마를 맞댔다.
그 거리.
숨이 부딪히는 자리.
아주 작은 움직임에도
서로가 다 느껴지는 거리.
토랑이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날 밤,
둘은 천천히
서로에게 스며들었다.
급하지도,
서두르지도 않았지만,
한 번 맞닿은 손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토랑이의 손끝이
조심스럽게
제이의 어깨를 따라 내려왔고,
제이의 숨은
자연스럽게
토랑이의 목선에 머물렀다.
닿을 듯,
닿지 않을 듯.
그 애매한 거리에서
오히려 더 깊어지는 감각.
조용한 방 안,
서로의 숨소리만이
느리게,
그리고 분명하게
리듬을 만들고 있었다.
창밖의 가로등 불빛이
커튼에 번지고,
그 빛이 흔들릴 때마다
두 사람의 윤곽이
조금씩,
아주 조금씩
가까워졌다.
서로를 확인하듯,
천천히.
그리고 더 깊게.
손이 닿고,
숨이 스치고,
그 작은 순간들마다
하루 동안 비어 있던 시간이
조용히 채워지고 있었다.
마치,
서로를 다시 기억해 내는 것처럼.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를 즈음,
토랑이는
제이의 가슴 위에 기대
천천히 숨을 골랐다.
아직도
심장이 조금 빠르게 뛰고 있었다.
“오늘… 좀 격렬했어.”
제이는
짧게 웃음을 삼켰다.
“보고 싶었잖아.”
그 말이
이상하게도 더 뜨겁게 남았다.
토랑이는
얼굴을 숨기듯 웃었다.
“이러다 큰일 나.”
“이미 났어.”
낮게 떨어지는 말.
제이의 손이
토랑이의 등을
아주 천천히 쓸어내렸다.
마치
아직 남아 있는 떨림을
가라앉혀주듯이.
“나는 이미 너 좋아하니까.”
잠깐의 숨.
그리고
“… 아니, 사랑하니까.”
토랑이는
조용히 웃었다.
“참 신기해.”
“뭐가?”
토랑이는
눈을 감은 채 말했다.
“제이는…
내 빈자리 모양을 알고 있었던 사람 같아.”
짧은 정적.
제이는
한 번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그래서 들어온 거야.”
그 말이
그대로 깊게 내려앉았다.
토랑이는
더 이상 눈을 뜨지 않은 채
작게 속삭였다.
“나… 도망 안 가도 되겠지?”
제이는
대답 대신
토랑이를 더 끌어안았다.
붙잡지 않지만,
멀어지지 않게 하는 품.
그 안에서
토랑이의 심장은
조금씩,
아주 천천히
제이의 리듬을 따라갔다.
그날 밤 이후,
토랑이는 알게 되었다.
어른의 사랑은
누군가를 붙드는 힘이 아니라,
불안할 때마다
아무 이유 없이
돌아가고 싶어지는 곳을
만드는 일이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