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제이의 밤토키

“사랑해” 한마디에 무너지는 밤

by 유혜성

<“사랑해” 한마디면

하루를 버틸 수 있다>


밤토키 연작 8 : “사랑해” 한마디에 무너지는 밤

“사랑해.”


제이가 낮게 말했다.


토랑이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다.


“나도…”


말은 끝까지 나오지 못하고

몸이 꽈배기처럼

천천히 꼬였다.


제이가 웃었다.


“왜 이렇게 부끄러워해.”


그의 숨이

귓가에 가볍게 닿았다.


“표현하는 거…

생각보다 어렵단 말이야.”


그 숨결이 닿자

토랑이의 어깨가

살짝 떨렸다.


낮의 토랑이는

테토다.


이성적이고

일에 몰두하고

누가 봐도 멋있는 여자.


회의실에서는 또박또박 말하고,

거리에서는 당당하게 걷는다.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그녀를 한 번 더 쳐다본다.


제이는 그걸 안다.


그래서 가끔

괜히 묻는다.


“오늘…

또 말 거는 사람 없었어?”


“응? 왜?”


“그냥.”


토랑이가 웃었다.


“질투해?”


제이는 잠깐

눈을 피했다.


“…조금.”


“넌 사람들이 좋아할 것 같아.”


그 말에

토랑이는 잠깐 멈췄다.


“왜?”


제이는 천천히 말했다.


“멋있잖아.”


“예쁘고.”


“일도 잘하고.”


담담한 말이었지만


그 안에는

질투와 애정이

조용히 섞여 있었다.


토랑이는

그 순간 처음 알았다.


누군가의 눈을 통해


자기가

괜찮은 사람이라는 걸

확인받는 기분이

어떤 건지.


그래서

천천히 말했다.


“그래도…”


“난 네가

나 좋아해 주는 게

제일 좋아.”


제이의 숨이

잠깐 멎었다.

낮에는

제이가 사랑을 아끼지 않는다.


“밥 먹었어?”

“오늘도 예뻐.”

“보고 싶다.”


토랑이는

그 메시지를 볼 때마다

심장이 안쪽에서

말랑하게 풀린다.


자기가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라는 걸

하루에 몇 번씩

확인받는 기분.


제이가

조르듯 속삭였다.


“나… 사랑한다고 말해주면 안 돼?”


제이는

잠깐 말을 멈췄다.


그리고

조금 더 낮게 말했다.


“그 말… 한 번만 들으면

오늘 하루도 잘 버틸 수 있을 것 같거든.”


토랑이의 심장이

순간

세게 뛰었다.


눈을 질끈 감은 채

겨우 말했다.


“…사랑해.”


그 말이 떨어지자


제이의 숨이

잠깐 멎었다.


그리고


그의 손이

토랑이의 허리를

천천히 끌어당겼다.


조금 더 가까이.


마치

그 말을

몸으로 확인하듯이.


제이가

귓가에 아주 낮게 말했다.


“다시 말해 줄래.”


토랑이는

숨이 조금 흔들렸다.


“…사랑해.”


그 순간


제이가

아주 작게 웃었다.


그리고

천천히 속삭였다.


“이제… 살 것 같아.”


그의 이마가

토랑이의 이마에

조용히 닿았다.


잠깐의 숨 사이로

그가 다시 말했다.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야.”


그 말이

토랑이의 귓가에 닿았다.


그리고

말보다 먼저


심장이

그 의미를 알아들었다.


밤이 되면

역전된다.


낮에는

제이가 사랑을 덮어주고,


밤에는

토랑이의 애교가

제이를 천천히 무너뜨린다.


귀가

조용히 길어지고,


눈빛이

말랑해지고,


말끝이

조금 느려진다.


밤토키가

깨어나는 시간.


그날 밤

토랑이는

제이의 셔츠를 살짝 잡아당겼다.


“오늘… 나 예뻤어?”


제이는

숨을 삼켰다.


“위험할 정도로.”


토랑이가 웃었다.


“누가 좋아할까 봐 무서워?”


“…응.”


그 말에

토랑이는 조금 더 가까이 다가왔다.


그리고

그의 목에

천천히 팔을 감았다.


“그럴 일 없어.”


귓가에

숨을 섞으며 말했다.


“난 네 거니까.”


그 말에

제이의 손이

등을 따라

조금 더 깊게 내려왔다.


토랑이의 숨이

천천히 흐트러졌다.


차분한 밤공기 속에서

서로의 체온이

조금씩 섞였다.


급하지 않게.


확인하듯.


서로의 존재를

더 깊이 느끼듯.


제이의 이마가

토랑이의 이마에 닿았다.


숨이 가까워지고

입술이

스칠 듯 멈췄다가


아주 천천히

겹쳐졌다.


심장이 먼저 안기고

몸이

그 뒤를 따랐다.


“넌 왜 이렇게

사람을 녹여.”


제이가

낮게 속삭였다.


토랑이가

작게 웃었다.


“네 거니까.”


“…응.”


“내 거야.”


토랑이는

그의 품에

얼굴을 묻었다.


세상에서

제일 안전한 곳이라는 듯.


그의 손이

등을 따라

천천히 움직일 때마다


숨이

조금 더 깊어졌다.


말은 필요 없었다.


체온이

대답하고 있었다.


그 밤

둘은


조용히


서로의 마음을

더 깊이

끌어안았다.

사랑은

거대한 약속이 아니라


낮에는

서로를 버티게 하고


밤에는

서로를 천천히 녹이는 것.


말 한마디에

지친 하루가 살아나고


포옹 한 번에

세상이 잠깐 멈추는 것.


그래서 오늘도


낮의 토랑이는

테토로 세상을 견디고


밤이 되면

조용히


밤토키가 된다.


사랑을 받을 때마다

귀가 조금 더 길어지면서.


그리고 제이는 생각한다.


세상 모든 남자가

부러워해도 괜찮다.


이 밤토키는


내 사람이니까.

월, 수,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