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 와도, 체온은 남아 있었다
오랜만에 낸 휴가였다.
드라이브도 하고,
카페도 가고,
그냥
하루를 천천히 나눠 가지려고 했던 날.
차에 오른 지 얼마 되지 않아
토랑이가 입술을 깨물었다.
“속이… 울렁거려.
숨이 막혀…”
제이는
말없이 창문을 내렸다.
바람이 들어왔다.
그리고
토랑이의 손을 잡았다.
놓지 않았다.
“천천히 숨 쉬어.”
토랑이는
눈을 감았다.
손이 닿아 있는 동안,
숨이 조금씩 돌아왔다.
카페에 도착했지만,
커피보다
두통이 먼저였다.
“머리 아파…”
제이는
가방을 열었다.
망설임 없이
약을 꺼내 건넸다.
“미리 챙겨왔어.”
토랑이가
작게 웃었다.
“왜 이런 걸 들고 다녀.”
제이는 짧게 말했다.
“토랑이니까.”
그 말이
조용히 스며들었다.
내 상태를 먼저 떠올리고,
그에 맞춰 하루를 준비해온 사람.
…있었던가.
토랑이는
그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다.
병원 대기실.
휴가 날,
데이트 대신
번호표를 쥐고 앉아 있는 두 사람.
토랑이가 작게 말했다.
“데이트 망쳤다… 미안해.”
제이는 웃었다.
“누가 망쳤어.”
“이런 날 아프면… 좀 그렇잖아.”
제이는
잠깐 고개를 기울였다.
“난 오늘 좋았는데.”
“뭐가 좋아.”
“토랑이랑 하루를 같이 썼잖아.”
그 말은
설명이 필요 없었다.
링거를 맞는 동안,
토랑이는
눈을 반쯤 감고 있었다.
제이는
옆에 앉아 있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옆에.
토랑이의 손등 위에
테이프로 고정된 바늘.
그 옆에
제이의 손.
닿아 있었다.
움직이지 않았다.
간호사가 지나가며 말했다.
“남자친구분이 계속 손 잡고 계시네요.”
제이는
그냥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놓지 않았다.
토랑이는
눈을 감은 채 말했다.
“이 정도면… 집착 아니야?”
제이가
작게 웃었다.
“아픈 사람은
말 많으면 안 돼.”
링거가 끝날 즈음,
토랑이가
조금 더 깊게 잠들었다.
고개가
천천히 기울었다.
제이는
아무 말 없이
자기 어깨를
조금 더 가까이 내줬다.
그렇게
한 시간.
차 안.
해 질 무렵.
노을이
조용히 내려앉고 있었다.
토랑이는
창밖을 보다가 물었다.
“왜 그렇게까지 다정해.”
제이는
운전대를 잡은 채 말했다.
“나는 토랑이한테…”
잠깐 멈췄다가,
“…카렌시아 같은 사람이면 좋겠어.”
“카렌시아?”
“도망치지 않아도 되는 곳.”
“상처 있어도
쫓기지 않는 자리.”
잠깐의 정적.
“아파도 괜찮고,
짜증 나도 괜찮고,
말 안 해도 괜찮고.”
제이는
짧게 숨을 고르고 덧붙였다.
“내 앞에서는
힘 안 줘도 돼.”
토랑이는
그 말을 듣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연애는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확신은
아무나 주지 못한다.
토랑이는
창밖을 보며 생각했다.
아,
이 사람은
내가
도망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구나.
그날 밤.
병원 냄새가
아직 조금 남아 있는 하루였지만,
이불 속 공기는
전혀 달랐다.
토랑이는
먼저 안겼다.
말없이.
제이의 셔츠 사이로
체온이 천천히 스며들었다.
“오늘… 아픈 모습만 보여줬네.”
제이가
낮게 웃었다.
“그게 뭐.”
“예쁘지도 않았고.”
잠깐의 정적.
제이가
토랑이의 턱을 가볍게 들어 올렸다.
“그래도 내 사람이잖아.”
토랑이는
숨을 멈췄다.
“토랑이는 그냥 토랑이야.”
손끝이
허리를 감싸고,
이불이
천천히 끌려 올라갔다.
급하지 않았다.
대신
오래 머물렀다.
서로의 체온이
조금씩,
깊게 번졌다.
토랑이는
제이의 어깨를 붙잡고
작게 속삭였다.
“이렇게 있으면… 안 무서워.”
제이가
아주 낮게 대답했다.
“그럼 됐지.”
이마가 닿았다.
숨이
섞였다.
“나는 너의 제이야.”
토랑이는
눈을 감은 채 말했다.
“…응 너는 나의 제이야.”
그리고
아주 천천히,
조금 웃듯이 덧붙였다.
“나는… 너의 밤토키야.”
제이가 웃었다.
“알아.”
그 밤은
조용했지만,
비어 있지 않았다.
아침.
제이는
먼저 일어났고,
토랑이는
이불 속에 남아 있었다.
이불에는
아직
어젯밤 체온이 남아 있었다.
손끝으로 더듬자,
심장이
다시
조금 빨라졌다.
띠링.
<자는 밤토키 두고 먼저 나왔어.
나는 너의 제이야.>
토랑이는
핸드폰을
가슴에 안았다.
확신은
드라마 같은 고백이 아니라,
이렇게
하루 끝에 남아 있는
체온 같은 문장에서 생긴다.
토랑이는
작게 웃었다.
그리고
거의 들리지 않을 만큼
조용히 말했다.
“또 보고 싶다…”
잠깐의 숨.
“나 이제 알겠어.”
“나는
너의 밤토키고,”
“너는
나의 제이야.”
그리고
조금 더 작게,
혼잣말처럼 덧붙였다.
“…이런 사랑,
계속해도 되지?”
카렌시아(Curensia)
: 스페인어 투우 용어로,
상처 입은 소가 숨을 고르며 머무는 자리.
지금은
지치고 힘들 때
돌아가고 싶은 사람이나 공간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