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강 레몬 꿀차

충전이 필요한 날에 타 먹어요

by 컴피아워 스튜디오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마음의 공허함이 있다.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는 불안함. 바쁘지 않고, 정신없이 일할 거리가 없어서 쓸데없는 잡음이 끼어들어오는 거라고 자신을 타박해보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하루 종일 비가 와서 그런가, 평소보다도 조용한 집안. 시끄러운 건 이명이 이는 내 귀와 머릿속뿐. 이럴 때는 따뜻한 차 한 잔이 필요하다.


레몬을 바락바락 씻어 반을 가르고 즙을 내, 보글보글 끓어오른 물을 생강청 한 스푼과 섞어 휘휘 젓는다. 앗차, 꿀. 얼마 전 새로 튼 커다란 꿀통을 꺼내어 눈대중으로 밥 한 숟가락 정도를 흘려 넣고 다시 스푼으로 휘휘 젓는다. 따뜻하고 달다. 생강의 알싸한 향기와 혀끝에 맴도는 단맛. 따듯한 단맛. 지금 내 몸과 마음에 필요한 알싸한 단맛.


달달하고 따뜻한 차 한 잔으로 위로될 수 있는 마음이면 얼마나 좋겠냐만은, 그래도 역시 없는 것보다는 낫다.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하고 조금 더 두꺼운 가을 옷을 꺼내 입는다. 회색 하늘을 커튼으로 닫고 노란색 불을 켠다. 빛과 온기가 가득한 그림을 그린다. 따뜻한 글을 찾아 읽는다. 공허함을 밀어낼 온기를 열심히 만들어낸다.


가만히 있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둘씩 한다. 힘내자,라고 자신에게 말한다. 곧 가만히 있어도, 억지로 힘을 내지 않아도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지쳤나 보다. 이명이 더 크게 울린다.


생강 레몬 꿀차를 한 잔 더 진하게 탄다.


그렇게 하루에도 몇 번씩, 충전이 필요한 날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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