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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언을 만난 세계

비마이너 기획_유언을 만난 세계

by 수수

열사의 일기장을 재구성했다는 책 표지 이미지를 보며 계속 만져보았다. <유언을 만난 세계>는 김순석, 최정환, 이덕인, 박흥수, 정태수, 최옥란, 박기연, 우동민 장애해방열사에 대해, 그리고 오늘날까지 이어져 온 장애운동에 대해, 여전히 심각하게 존재하는 차별혐오 문제를 고발하고 연대하기 위해ㅡ 그들이 남긴 수많은 질문들과 또 그 물음들에 여전히 답해지지 않은 것들에 대해 드러내고 싸우기를 멈추지 않는다.


복수해달라는 유언을 만난 산 자들의 세계는 어떻게 될 것인가. 그 세계는 세상의 주류 세계가 아니었다. 죽음에 대한 침묵. 투쟁 이후, 죽음으로 남은 이들을 외면하고자 한 정권은 세월이 흘러도 토시 하나 틀림 없이 똑같이 존재하고, 시신을 탈취하고 부검 결과를 숨기고 농성하는 이들을 비인권적으로 짓밟고 공권력을 폭력으로 행사하는 것은 지금이 되어도 하나 변한 게 없다.


이 책의 장애해방열사, 그들의 이야기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이 책은, 글을 읽는 지금 어딘가의 당신이든 이것이 우리의 이야기임을, 우리의 연결성을, 그리하여 함께 하고자 하는 것을 이야기한다. 이 책은 그들을 사랑했던 동지들이 그들의 이름을 부르기 위해, 잊지 않고 기억하기 위해, 그리고 함께 기억하자고 이야기를 건네가 위한 자리이다. 또한 그것은 어떤 이가 죽음 이후에도 계속에서 산 자들의 곁에 머무르고 함께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니 놓지 않고 가져갈 것은, 산 자들은 어떻게 조응할 것인가. (같이 읽은 이가 최옥란 열사 이야기를 읽고, 원하는 가족의 형태를 만들어갈 수 없게 만든 모순에 대해 이야기해준 것을 같이 적어둔다)


읽으면서 조금 숨 쉬기가 가쁘기도 했다. 질환때문일 수도 있다. 책을 읽으며 때때로 긴 한숨의 시간을 가졌고 끝내 눈시울이 붉어졌다. ‘조직하라’라는 목소리를 생각한다. ‘조직하라’라는 것의 의미에 대하여. 그것이 갖는, 가져야할 삶의 모양과 일상에서의 만듦에 대하여. 그리고 같이 하는 누군가를 혼자 아프지 않게 하는 것에 대하여.


“앞만 보지 말고 옆도 보고 뒤도 보고 그렇게 함께 갑시다”


<유언을 만난 세계>, 비마이너 기획(글: 정창조, 강혜민, 최예륜, 홍은전, 김윤영, 박희정, 홍세미), 오월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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