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혜•이영주_우리는 서로에게 아름답고 잔인하지
서로 다르지만, 비슷한 삶의 변곡점을 겪어내 온 두 여성 시인이 상담을 받으며 나눈 편지, <우리는 서로에게 아름답고 잔인하지>는 “깡지야”에서부터 오는 다정하고 친근함으로부터 시작하는 두 여성의 우정과 연대, 사랑의 기록이다. 문화센터에서 시를 가르치던 시인이, 시인이 되고자 했던 이를 만나고 그이가 시인이 되고 함께 시인으로서, 여성으로서, 곁으로서 쌓아올리고 만들어온 관계는 함께 고통을 나누던 시절의 서로를 포함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같은 시기 각각 상담을 받고, 상대에게 권하고, 다른 한쪽도 상담도 시작하며 같이 살아가기 위해 제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고, 서로 나눴고, 같이 쌓아올렸다. 참 다른 두 여성이 평생을 스스럼없이 꺼내는 우정을 만들었다.
이 두 여성은 모두 기혼여성이고, 스스로를 이성애자 여성이라 인식하며, 청소년 시절 여성들에게 인기가 꽤 있었던 여성들이다. 그러나 두 여성은 서로 세대가 다르고, 한쪽은 파트너와의 삶이지만, 나이가 더 적은 쪽은 임신 출산을 경험하고 육아를 하고 있다. 거기서부터 만들어진 남편과의 불화로 폭발하듯 상담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이이들은 모두 아버지로부터, 만나온 남성 파트너나 선배나 주변 남성들로부터 받아온 피해경험과 불쾌와 불편이 존재한다. 그것은 비단 그들만의 이야기라고 할 수도 없게 수많은 여성들, 내 주변의 사람들, 나에게도 존재한다. 한 친구는 출산 후 우울함으로 울었다. 그는 아이나 낳지 뭐, 란 생각으로 출산을 했지만 그 출산으로부터 오는, 그러나 그 출산의 결과의 존재가 하나도 저지른 잘못이 없는 것에서 오는 비참한 우울과 슬픔을 지녔었다. 다른 그녀는 결혼 대신 그때 병원을 갔어야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 여성은 아이를 누구보다 잘 키우고 싶지만, 자신의 삶 없음에 괴로움을 이야기했었다. 아아, 끊기지도 않고 잘도 흘러온 가부장제의 역사여. 누구에게도 사과 받지 못한 폭력의 경험과 그 폭력의 흐름 속에서 치유되지 않은 채 삶의 시간은 멈춤 없이 흘러 어느 누구도 용서하지도, 스스로도 용서하지도 못하고 흐른 사람이 바로 여기 있다. 여성들의 성적 폭력을 하나씩만 적어도 결코 끝나지 않을 길고 긴 책이 만들어질 것이다. 그건 정말 분명히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다.
자기신뢰를 어떻게 회복하고, 자기애를 성장시켜 나갈 것인지가 주였을 이 책을 읽으며 다른 마무리를 하나 가져본다. 친구들이 아이일 때, 한 아이를 키우려면 하나의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그 마을의 일부가 될 수는 없었지만, 지금 친구들의 곁에 머무른 마을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지금보다 더 오래전의 어떤 시절에 해결되고, 치유되고, 혹은 경험하지 않았으면 좋겠는 상처 속을 흘러왔을 것을 지울 수는 없으니까. 지금의 서로를 지키고, 단단한 자기 뿌리내림을 이어갈 수 있도록. 그리고 나는 하나 더, 나이 친구들의 아이들의 동료시민이, 조금 모양이 달라도 괜찮은 ‘이상한’ 마을이 되고 싶다고.
<우리는 서로에게 아름답고 잔인하지>, 강지혜/이영주, 아침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