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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를 위한 주장

숀 페이_트랜스젠더 이슈

by 수수

<트랜스젠더 이슈>는 새롭고 더 건강한 대화를 시작하기 위해 트랜스젠더 경험의 다양한 측면에서 살펴보며 폭넓은 사회적 정의를 이야기하기 위한 책으로서 다양한 영역으로 트랜스젠더 이슈와 혐오차별과 바뀌어야할 변화, 우리가 함께 만들어야할 모두의 사회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우리 자신의 신체에 대한 완전한 자율성과 자유롭고도 보편적인 보건, 모든 사람을 위한 적정 가격 주택, 대단히 불공정한 우리 체제에서 이윤을 착취하는 특권층 소수가 아니라 일하는 사람들에 의해 행사되는 권력, (성폭력으로부터의 자유를 포함한) 성적 자유, 인간을 대규모로 감금하는 일의 종식 등은 모두 트랜스인들이 더 이상 학대, 혹사당하거나 폭력에 굴하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데 대단히 중요한 요소다. 이런 시스템의 변화는 영국에서든, 전 세계에서든 사회의 경계선으로 밀려나는 다른 모든 사람에게도 특히 도움이 될 것이”라 이야기하며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시스템의 변화를 위해 현재 지금-여기의 트랜스젠더 일상의 차별혐오 문제와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야기를 다룬다.


“아침에 학교 정문을 지날 때 트랜스 아동이 직면하는 어려움은 무엇인가? 가장 가까운 사람들의 거부는 어린 트랜스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트랜스인이라면 어떤 방식으로 배우자의 가정폭력에 취약해지는가? 어떻게 하면 사회 차원에서 우리가 시스젠더 노인을 위한 공간과 함께 트랜스젠더 노인을 위한 공간을 만들 수 있을까? 이는 매우 중요한 질문이고, 다양한 취약 계층에게도 똑같은 영향을 미치는 폭넓은 사회적 정의에 관한 문제이기도 하다.(p51)” 또한 저자는 트랜스 아동부터 시작한다. 트랜스인 성인만이 아니라 트랜스 어린이와 청소년 문제를 중요하게 다루는데, 어린이의 사례를 보며 사회적 트랜지션은 외과적 수술만이 아닌 다양한 방식과 과정을 거칠 수 있고, 그 과정이 어떤 중요한 지점이 있는지에 대해 다룬 것이 이 책에서 또 유의미한 지점이었다.


트랜스젠더와 성판매(성매매/성노동) 문제는 자신을 ‘여성’으로 설정하고 판매되는(/되어야 하는) 현실의 실정과 <반란의 매춘부>처럼 영국의 활동가로서 영국의 상황이 주되게 다뤄졌고, 성판매 문제뿐 아니라 성별 이분법, 이성애 기반의 제도가 트랜스인들에게 얼마나 폭력적일 수 있으며, 경찰/공권력이 갖는 폭력의 문제가 얼마나 큰지 다시금 알 수 있었다. 예컨대 책에서는 게이 레즈비언 경찰 네트워크와 이후 트랜스를 포함하여 LGBT 경찰 네트워크로 대체된 이후 증오범죄 지침이나 인식 제고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설명되는데, 동시에 저자는 그것이 모두 만사 오케이는 아니라고 한다. 그럼에도 많은 문제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상당 부분 신고 되지 않고 바뀌지 않는 것이 있기에) 그치만 그런 영국의 상황을 보면서 아, 한국은 어떠한가? 한숨이 푹. 또한 이 책을 통해서도 일종의 성적 지향 및 성별 정체성 다시 사유하기 고민이 연결되었다. 전혜은 작가의 표현대로 ‘백가쟁명’의 세계. “많은 트랜스인들은 트랜지션 자체가 성적 지향 혹은 성적 지향을 인지하고 설명하는 방식에 변화를 일으키기도 한다.”, “트랜스인들은 성적 끌림 자체를 이해하는 전통적 방식에 도전한다.”, “젠더 정체성과 표현 형태가 남성과 여성이라는 범주 밖에 있거나 그 둘 사이를 오가는 사람인 논바이너리의 경우, 인간의 성적 지향에 관한 19세기의 범주는 말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퀴어’라는 용어가 인기를 얻은 것이다.”, “그러나 나는 ‘레즈비언’이라는 용어에 대해 오래전부터 “안정적인” 이해가 이루어졌다는 생각은 전혀 부정확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등등.


트랜스페미니즘을 이야기하는 마지막 장의 반트랜스 페미니즘의 주장과 행동들을 보면서 현재 한국에서도 뜨거운(!) 페미니즘이란 이름으로 갈라치기 되는 트랜스 이슈들을 떠올려본다. 숀 페이는 “트랜스인들을 ‘트랜스젠더 이슈’로 틀 짓는 행위는 우리를 연대의 고리에서 잘라 내고 우리를 ‘타자화’하는 결과를 낳는다. 그렇다면 새로운 대화는 이런 소외를 해소하고, 우리가 공유하는 것은 무엇이며 우리가 다른 소수자나 소외된 집단과 겹치는 부분이 어디인지를 생각하는데서 시작해야 한다. 연대와 공감, 근본적인 상상력만이 우리 모두가 살아갈 더욱 정의롭고 즐거운 세상을 만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단호하고 분명하게 말한다.


이 책이 한국에서 출간된 이유 중 하나는 고 변희수 하사의 1주기를 기리기 위함이라고 했다. 숀 페이는 트랜스 해방에 대해 ‘권리’와 동일하지 않으며, 그것으로부터 더 나아가는 것이고, 더 크고 싶은 것으로서 이야기 한다. 자본주의 가부장제를 넘어서 다른 세상으로의 해방을 말이다. 그렇기에 그가 말하는 트랜스 해방은 크고 넓고, 당신과 나 우리 모두의 일이다.


“시위, 시민 불복종 운동, 지역 공동체 활동, 돌봄 활동, 다른 억압받는 사람들과의 교류 확대가 모두 정치다. 우리의 투쟁에는 이 모든 것이 필요하다.”


<트랜스젠더 이슈: 정의를 위한 주장>, 숀 페이, 돌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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