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바이너리 마더

크리스 맬컴 벨크_논바이너리 마더

by 수수


“아이들은 우리를 각각 우리 엄마 그리고 우리 크리스로 소개했다.”


<논바이너리 마더>는 자신을 여성이 아닌 사람으로 정체화하는 크리스의 임신 출산, 그리고 그 아이가 어떻게 퀴어 부부의 자녀로 법적 체계 속에서 인정 받는지(그러니까 재판을 해야한다, 입양 절차 등) 대해 담고 있다. 그의 파트너는 출산을 했고 그들은 아들을 얻게 되었는데, 그것에 연결되지 않았다고도 느낀 그러나 너무나 사랑하는 크리스는 터울을 많이 두지 않고 이번엔 자신이 임신을 한다. 가능하면 아이들의 터울이 적길 바랐기에 자신의 자궁을 선택해 친구의 정자를 주입하고 유산을 경험하기도 한다. 지나가는 누군가 “남자가 임신했다!”하는 소리가 존재하는 과정을 지나, 여성/어머니로서의 정체성이 아닌 임신 부모로서이고 싶으나 타인에게 늘 엄마로 불리게 되는 과정을 지나 논바이너리 크리스의 정체성 여정, 결혼, 임신, 출산, 육아에 대해 이 책은 이야기하고 있다. 자궁이 있고 임신을 한 크리스는 여성인가? 자신을 여성이라 정체화하지 않는, 임신한 크리스는 여성인가 아닌가. 임신한 크리스는 남성인가. 크리스는 아빠인가 엄마인가. 크리스가 여성인지 아닌지, 엄마인지 아빠인지는 누구에게 중요한 문제이며 누군가를 불편하게 하는 문제인가. “무엇이 자연스럽고, 무엇이 인위적이며, 무엇이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가(출판사 서평 중)”


<논바이너리 마더>, 크리스 맬컴 벨크 지음, 송섬별 옮김, 오렌지디


p24 이번 일은 당신에게 어떻게 느껴지나요? 그녀가 물었다. 지금까지는 괜찮아요. 나는 그렇게 대답하며 콩깍지만한 아기가 머지않아 수박만 해질 거라는 생각을 했다. 내 온몸이 겪고 있는 확장을 생각했다. 여성이어서는 안 되는 나의 몸이 점점 더 여성으로 변해가리라는 생각을 했다. 조산사는 나를 보더니 애나에게로, 그리고 또다시 내게로 눈길을 옮겼다. 아시겠지만 애나가 당신 아기에게 수유를 할 수도 있어요. 당신이 직접 수유를 원치 않는다면요.


p34-35 이곳은 우리의 모든 신념을 거스르는 곳이었고, 우리가 이곳에 왔다는 걸 아는 사람은 숀의 베이비시터뿐이었다. 침대에 누우며 나는 이 임신의 모든 것이 수치심으로 뒤범벅되어 있다고 생 각했다. 남성 임신이라는 수치심. 아기의 성별을 알고 싶어 한다는 수치심. 행복이 찾아올까? 우리는 사진 몇 장만 받을 수 있는 최소 한의 패키지를 선택했다. 임신 23주 차였다. 셔츠를 걷어 올렸다. 돈까지 내고 참여한 시스템을 얼마만큼 혐오할 수 있을까?


p48 숀이 태어났을 때 나는 그 애가 애나를 똑 닮았단 사실이 믿기지가 않았다. 숀이 숱 많은 검은 머리에 초음파 촬영에서 본 것과 똑같은 들창코를 가지고 태어났다. 애나의 20주 초음파 검사 직후, 아기 이름을 숀이라고 짓고 싶다고 말했던 그 밤 나는 술에 취해 있었다. 나 역시 아기와 연결되고 싶었지만, 그 말을 하기가 부끄러웠다. 우리 아기의 일부가 되지 못한다는 게 괴롭다고 말하는 것 도. 숀이 태어나는 순간 나는 그 애가 애나의 연장선상이나 되는 듯 사랑하게 되었고, 때문에 나는 탯줄을 내 손으로 자르지 않았다. 애나와 나의 친구인 재클린이 그 일을 해 주었다. 두 사람을 영원히 단절시키는 그 행위를 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품은 아기가 태어나면 나 역시 그 애를 상대로 같은 감정을 느끼고 싶었다. 애초부터 그래서 시작한 일이었다. 애나가 했던 일을 하면서, 아기에 대한 감정을 더 일찍 느끼기 위해서. 우리는 두 아기의 터울이 가깝기를 바랐다. 언제나 서로의 곁에 존재할 수 있도록.


p92 너와 함께 오르가슴을 느끼기 전 내가 한 번도 오르가슴을 느낀 적이 없다고 고백하자니 부끄럽다. 너는 내 몸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걸 알려 주었다. 내 몸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가르쳐 주었다. 내 몸에서 네가 만지는 부분을 나도 만지는 법을 배웠다. 그전에도 해보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그때는 그저 잘못된 곳에 살이 너무 많이 붙어 있다는 느낌밖에 들지 않았다.


p114 내가 만든 내 아들이 내 남동생이 낚시하는 모습을 보고 있다. 나로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매년 그들은 아이스박스와 낡아 빠진 낚싯대와 우습게 생긴 모자를 챙겨 몬토크로 낚시 여행을 간다. 남자들 여행, 이라고 그들은 말했다. 여동생 캐슬린은 문간까지 따라 나가 그들이 성차별주의자라고 투덜거렸다. 그 애는 낚시 여행을 함께 가고 싶어 했다. 나도 같이 가고 싶었다. 나는 갈망이라는 것을 모르던 시절로 돌아가려 애썼다. 잘못이었다. 나는 스스로를 설득했다. 나는 바다 냄새가, 얼굴에 앉는 소금기가, 비릿한 바람이 싫다고. 엔진이 우르릉거리는 소리, 남자들과 소년 들이 웃는 소리. 나는 아무 말 없이 그저 어머니에게 우리끼리, 어머니와 여동생과 나만 특별 외식을 하러 가자고 했다. 우리는 아이 스크림을 샀다. 스프링클을 뿌려서 어머니의 킹사이즈 침대에 앉아 그릇째로 먹었다, 우리 여자들끼리.


p211 d. 결혼하고 10년쯤 지난 뒤 사람들은 나한테 왜 그렇게 어릴 때 결혼했느냐 문근 하고, 이들은 대개가 스트레이트이며 시스로, 결혼이 보호 조치가 될 수 있음을 도저히 이해하지 못한다.

e. 미국에서 둘 다 아이의 유전적 부모가 아닌 퀴어 부부는 아이가 태어난 뒤 친권을 보장받기 위해 사법 절차에 발을 들이게 된다.


p224 우리 변호사가 샘슨의 입양 관련 서류를 나와 애나와 주고받기 시작할 무렵 나는 테스토스테론 요법을 시작했다. 나는 어머니라는 용어를 받아들이거나 사용한 적이 한 번도 없는데, 이제 모든 서류에 이런 방식으로 아이의 생모, 어머니라는 단어가 적혀 있는 것을 보니 손발이 오그라드는 것 같았다. 화가 났다. 샘슨과 나의 관계는 법정에 출두해 내가 그 애의 어머니라고 말하지 않아도 자연스러워 마땅했다.


p275 의사는 나를 그녀 she라고 불렀다. 나를 그 애의 엄마라고 불렀다. 예전의 나를 알던 모든 사람들로부터, 그 애를 임신한 내 모습을 본 모든 사람들로부터 천 마일 거리로 떠나온 지금. 테스토스테론을 투여한 지 수 년이 지난 아직도, 여전히 그 단어. 엄마. 빠져나올 수가 없다.


p278 임신의 과학에 대한 글을 읽을 때의 문제는 어머니와 모체라는 단어를 볼 때마다 자꾸 화가 난다는 거다.


모체-태아 의학이란 한 여성 그리고 하나 이상의 성별 미상 태아 사이의 관계에 제공되는 의료를 가리킨다.


나는 어머니란 말 대신에 임신 부모라는 단어를 쓰지만 이런 표현이 사람들에게 혼란을 주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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