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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수 Sep 03. 2023

돌봄과 작업

돌봄과 작업

'창조적인 작업은 정지되고 고독한 시간 속에서가 아니라 흘러가는 분주한 일상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말이다. 진짜 나다운 것은 너를 보살피고 너에게 침범당하며 너와 뒤섞이는 와중에 만들어진다. 진짜 창조물은 머리만이 아니라 손발과 팔다리로, 마음과 오장육부를 거쳐 만들어진다.‘ 그래서 창조적인 일을 하는 ’엄마‘이고 ’여자‘인 이들에게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이야기를 듣고자 만들어진 <돌봄과 작업>. ‘정상성‘ 범주 아래 ’두 부모‘의 양육으로 이뤄지는 것이 당연하게 이야기되는 육아에 대해 확장의 가능성으로 양육이 아닌 ‘돌봄’을 사용한 이 책은 양육/돌봄과 일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엄마’이기도 하고 ‘여성’이기도 한, 그리고 무언가를 쓰고 그리고 만드는 창조적 일을 하는, 양육에 있어 모든 것을 투자한 건 자기 자신이었다고 말하는, 임신•출산까지 신나고 즐겁기도 했지만 아이가 태어난 순간 육아는 너무 다른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는, 그럼에도 아이를 사랑하는 것은 변함없고 달라지지 않는, 출산으로 만난 사이가 아니어도 가족을 이루고 양육과 돌봄, 사랑이 이뤄지는. 비결혼 상태인 친구의 추천으로 읽었고, 나도 임신•출산•육아에 대한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지만, 내 주변의 여성들이 생각났고 결혼을 하고 싶어하는 친구에게도 건네고 싶었다. 봐라, 이렇게 힘든거다, 라는 말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양육이란 돌봄에 대해 말을 건네는 이들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싶어서. 나를 잃지 않고 엄마가 되려는 이에게 그런 목소리를. 부모로부터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했던 아이일 때의 자신을 떠올리면 아프지만, 그것을 잘 달래고 자라기를 바라며 자신의 아이에게 “너는 존재 자체로 충분히 아름답고 귀하다“라는 믿음을 주고, 믿음을 빼앗는 사람이 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는, 이 책을 만든 김희진 편집자의 글이 기억에 남기도 한다. 그는 학교와 사회에서 공정함에 대한 신뢰와 집착이 자라나기에 완벽한 습도와 온도를 경험하여, 가정에서 겪은 모든 어려움들이 사회에서는 나를 적응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얻게되고 바라보게된 부모와 나의 거리, 객관적 생각이 생겼을 것이다. 살면서 나 역시 그랬을 것이고, 어릴 때의 경험으로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고 타인을 신뢰하지 못하는 모습들을 많이 보아왔다. 양육 과정에서 무언가가 취약함으로 나에게 존재할 수 있지만, 그것이 나의 온 세계를 뒤덮지 않을테니 사랑 주고 받을 수 있는 용기를 갖기를.


<돌봄과 작업>, 김희진•박재연•서수연•서유미ㅣ엄지혜•이설아•임소연•장하원•전유진•정서경•홍한별, 돌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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