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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수 Sep 05. 2023

상냥한 폭력들

이은의_상냥한 폭력들

선량한 차별이란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말처럼 이 책 역시 <상냥한 폭력들> 역시 ‘이상한’ 제목을 가지고 있다. 여러 언론에 쓴 칼럼을 다듬고 정리하고, 또 새 글을 쓰기도 하면서 만들어졌다는 이 책에는 8년간 변호하며 맡은 385개의 사건처럼 다양하고 많은 사건과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여러 성폭력 사건들로 어느날부터 이은의 변호사님을 알게 됐어서 잘 몰랐는데, 그는 삼성에서 일을하다 성희롱 문제로 싸운 사람이었고, 이후 로스쿨 진학을 하고 변호사가 된 것이었다. 거대한 회사를 상대로 지난한 싸움을 하고, 승소한 그가 변호사가 되어 섰을 많은 성범죄 사건들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상상해본다. 피해경험자 곁에 어떤 변호사가 있는지. 피해 자체가 일어나지 않아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회에서 피해경험자에게 어떤 이들이 있어야 하는지. 이 끝나지 않는 피해와 가해의 투쟁의 장에서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며 여성주의 상담가인 김민예숙 선생님과 함께 했던 시간이 생각났다. 전국적으로 ‘미투’고발로 성폭력이 만연한 사회이 대해 이야기할 때, 대구에서 선생님과 함께한 시간이 있었다. 그날 선생님께서는 피해경험자가 단단하고 좋은 지지를 받기 위한 이야기들을 해주신 것들이 있었는데, 이 책에서 이은의 변호사님의 글에서도 그런 걸 만났다. 언어의 결은 다르지만, 그가 실제 성범죄 사건의 피해경험자들을 변호하면서 피해경험자들에게 보내는 지지의 이야기와 더불어 현실 재판에서 필요한 이야기들이 그런 지점들이었다.


‘우리’의 ‘발화’를 위한 크고 작은, 다양한 공간과 방식으로의 연대를 위해.


<상냥한 폭력들>, 이은의, 동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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