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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수 Sep 13. 2023

다시, 올리브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_다시, 올리브

“그것은 얼마나 굉장한 일인가. 쇠락한 육신과 해진 마음에도 여전히 사랑이 깃들 수 있다는 것은.

홀로 죽음이 다가오는 소리를 듣는 새벽에도, 세상은 여전히 눈부시게 아름답다는 것은.”


<다시, 올리브>는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올리브 키터리지> 후속작으로 10년이 지나 ‘올리브’의 이야기를, 올리브와 잭 외 다른 사람들의 삶이 더욱 저미게 담겨 있다. 후속작이 있다는 걸 알고 사둔지는 꽤 됐는데, 읽지 못하고 있다가 최근 읽은 <마음에 없는 소리> 김지연 작가의 인터뷰를 읽다가 이 책 이야기를 만나게 되어 이번 기회에 읽게 되었다. 다시 만난 ‘올리브’의 이야기는 역시나 손을 떼기 싫게 만드는, 잘 읽히고 계속 읽고 싶은 내용이었다. 노년기에 들어섰던 올리브는 <다시, 올리브>에서 노년의 한가운데 그리고 그 이후를 지나가고 있었다. 잭과의 다시 사랑, 결혼 생활을 하다 잭이 사망하고, 다시 혼자가 되어 살아가고. 그 속에는 절망도 분노도 그리고 아름다움도 사랑도 존재한다. 삶에 당연히 다가오는 죽음에 대해서도, 우리에게 존재하는 사랑에 대해서도 모두 맞이하고 생각할 수 있었던 올리브 이야기. 이 삶의 이야기를 만나서 좋다, 정말.


<다시, 올리브>,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장편소설, 정연희 옮김, 문학동네


p10 모두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듯했다. 그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사람들은 서로 함께 있다는 것을, 서로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을 얼마나 쉽게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는가! 누구도 그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 것 같았다. 전부터 알고 있던 사실이지만 지금은 다르게 다가왔다. 그는 그저 배 나온 늙은이일 뿐 전혀 쳐다볼 만한 사람이 아닌 것이다. 그 사실이 그를 거의 자유롭게 했다.


p45 그녀는 베이비샤워가 유치했다는 생각을 멈출 수가 없었다. 죄다 여자뿐이었다. 베이비샤워에는 왜 여자만 오는가? 남자는 아기를 낳는 일과 아무 관련이 없는가?


p149-150 그녀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잭에게 말하지 않기로 한 것은 앤이 아들에게 소리지르는 걸 봤을 때 느낀 경악스러운 감정이었다. 그리고 식탁 앞에 앉은 이 순간 찾아온 깨달음은 앤이 크리스토퍼에게 그렇게 소리를 지른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을 거라는 사실이었다. 그런 순간은 우연히 어떤 관계의 어둠을 들여다보는 구멍과 같았다. 어두운 헛간에서 문이 바람에 순간적으로 열렸을 때 봐서는 안 될 것을 보는 것처럼.

 하지만 그 이상이었다.

 그녀도 앤과 같은 행동을 했다. 사람들 앞에서 헨리에게 소리를 질렀다. 누구 앞에서였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았지만. 그러고 싶어질 때마다 격한 감정을 드러냈다. 그래서 이렇게 돼버린 것이었다. 아들은 엄마 같은 여자와 결혼했다. 모든 남자가 결국에는-이런저런 형태로 - 그렇게 하듯이.


p238 잭 케니슨이 올리브 키터리지에게 드라이브를 하러 가자고 제안했다. "오, 드라이브 좋지." 그녀가 말했고, 책은 좋아하는 거 안다고, 그녀를 행복하게 해주려고 드라이브를 제안한 거라고 말했다. "난 행복해" 올리브가 말했고, 그는 자신도 그렇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들은 새 차인 스바루-올리브는 그의 스포츠 카를 좋아하지 않았다-에 탔고 출발했다. 셜리폴스로 가기로 했다. 한 시간 거리였는데, 올리브는 거기서 고등학교를 다녔다.

첫 남편 헨리도 거기 출신이었다.

 잭과 올리브가 함께 산 지 이제 오 년째였다. 잭은 일흔아홉, 올리브는 일흔여덟이었다. 처음 몇 달 동안 그들은 서로 안고 잠을 잤다. 두 사람 다 밤에 누군가를 안고 잔 게 아주 오랜만이었다.


p239 그려와 함게 있으면 그는 자기 자신을 수 있었다. 처음 몇 달 동안 코를 약간 골면서 잠든 올리브를 품에 안고 그런 생각을 했다. 지금도 같은 생각이었다.


p244 "당신 기분좋게 만드는 건 참 쉽구나." 잭이 올리브에게 말했다.

 그러자 그녀가 말했다.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은 당신이 처음 같은데."


p251-252 “음, 잘된 일이네." 책이 말했다. 진심이었으나 크게 관심은 없었다. 하지만 올리브를 통하면 이야기는 재미있어졌다.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이 올리브였기에, 책에게는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들의 대화 주제는 곧 다른 것으로 옮겨갈 것이다. 그는 기다렸다.


p335-336 찬란한 가을이었다. 잎은 나무에 매달려 그 색깔이 연중 어느 때보다 선명했다. 사람들은 서로 그런 말을 주고받았고, 사실이 그랬다. 태양이 날마다 그 모든 것에 햇빛을 비춰주었다. 밤에는 대체로 비가 오고 추웠으며, 낮은 그렇게 춥진 않았지만 따뜻하지도 않았다. 세상은 반짝거렸고, 노란색과 빨간색과 오렌지 색과 연분홍색이 만으로 뻗은 길을 지나가는 모든 운전자들에게 찬란한 빛깔을 뽐냈다. 올리브는 차를 타고 지나가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집 앞문에서 숲이 보였다. 매일 아침 문을 열 때마다 세상의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올리브는 그 사실이 놀라웠다. 첫 남편이 죽었을 때는 어떤 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지금은 이런 생각을 했다. 그럼에도 여기 세상이 있다고. 하루하루 그녀를 향해 아름다운 비명을 질러대는 세상이. 그리고 그것에 감사했다.


p421 베티가 가슴속에 제리 스카일러에 대한 사랑을 품고 있었다는 건 무엇을 의미하는가? 올리브는 그 사실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모든 사랑은, 자신이 의사에 대해 품었던 그 짧은 사랑을 포함해. 진지하게 받아들여져야 한다. 베티는 이 사랑을 오래오래 심장 가까이 품고 있었다. 그 사랑이 그만큼 필요했던 것이다.

 올리브가 마침내 몸을 앞으로 숙이며 말했다. "난 이렇게 생각해, 이 사람아, 넌 아주 잘하고 있어." 그러고는 뒤로 기대앉았다.

 사랑이라는 건 참.

 트럭에 붙인 그 범퍼 스티커에도 불구하고, 올리브는 베티에게 그런 감정을 느꼈다.


p432 “우리 모두 어떤 시기를 지나는 중이지.“ 율리브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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