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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수 Sep 22. 2023

무한발성

성매매경험당사자네트워크뭉치_무한발설


<무한발설>은 책을 읽는 내내, 입체도 아닌데 텍스트들이 튀어 나오고 올라오는 것 같았다. 자발/비자발 혹은 반성매매/성노동. 그러나 그 전에, 수많은 곳에서 상상할 수 없거나/상상하기 어려웠거나/상상으로도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고, 경험한 이들이 있다는 것을 모른 체, 반복되게 해서는 안 된다. 내가/당신이 어떤 고민이나 지지의 방향이 되었든 간에, 여기 이 ‘무한발설’이 쏟아내고, 외치고, 기록하고, 나누는 ‘경험’들에 대해서.


“여성들을 ‘몸'으로 소비하고 억압하는 그 모든 행태를 직접 발화하며, 우리를 ‘피해자’에 가두려 하는 세상에 한 방을 먹이고자 했다. 우리의 피해를 그들의 가해로 돌려놓고자 했다 불의했던 것은 우리가 아니라 그들이다. 세상의 편전에 고립되었던 우리는 ’성매매경험당사자네트워크 뭉치‘로서 무한발설을 시작한다


<무한발설>, 성매매경험당사자네트워크 뭉치, 봄알람


p45 따뜻한 분이라고 생각했다. 그때는 몰랐다. 내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나를 감시하는 사람이 그 섬의 모두인 것을 그때는 몰랐다.


p57 우리는 이 폭력을 누구도 경험하지 않기를 바란다.


p59 말하고 싶은 것은 "나 불쌍한 사람이에요"가 아니다. 뭉치가 지난 십수 년 동안 이야기를 계속해온 건 아무도 우리와 같은 경험을 하지 않기를 네가 성매매를 선택했으니 알아서 책임지라 말하는 바뀌기를, 성매매라는 인생을 담보 잡혀 살지 않는 세상을 꿈꾸기 때문이다.


p74 그런 거 생각할 여유가 어딨어요. 그런 말하면 업주가 "네가 살 만하구나, 살 만하니 우울증에 걸리지. 죽을 만큼 힘들면 우울증도 안 걸린다" 이랬을 걸요. 당장 성매매현장에 있을 때는 낙인이고 뭐고 그런 거 몰랐던 거 같아요. 그런 꼬리표를 생각하는 경우는 만약에 힘들어서 도망가거나 했을 때 업주가 가족한테 알릴까 봐 걱정할 때.


p106 '성매매하면서 산에 끌려가 성폭행 한

번 안 당한 여자 없다'는 말을 사람들은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손님한테 무지막지하게 맞아본 경험이

없는 여성이 과연 얼마나 될까?


p110 살아 있기 때문에 말할 수 있다. 말하고 싶다.


p120 내가 그곳을 나온 지 어느덧 9년이 되었고 언니는 그곳에서 벌써 10년째다. 언니는 아직 거기에 있고 그곳은 철거를 앞두고 있다. 두 달 전에 만난 언니는 여전히 맑았다. 나오라고 나오라고 또 말하는 내게 언니는 웃었다. 대신 다른 사람을 탈업시키기 위해 나에게 이것저것 물었다. 만약 언니가 이 글을 본다면, 나는 언니랑 낮에 카페 가서 커피도 마시고 싶고, 월요일엔 빨리 퇴근하고 싶다며 오전 내내 카톡도 하고 싶고, 금요일엔 저녁에 놀 약속을 잡고, 그렇게 지내고 싶다고 전하고 싶다.


p121 나는 아직도 끝나지 않는 나의 성매매 경험을 재해석하는 과정을, 당사자들과 함께 밟아나가고 있다. 여전히 고민한다. 우리가 왜 그곳에 있었는지, 우리가 왜 그랬어야 했는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었는지, 그런 게 있긴 했었는지. 여러 경험이 여전히 생생하며, 또 누군가는 나의 과거를 현재로 살고 있다.


p127 세일 말대로 성매매 업소에 가게 됐을 때 어차피 집에서도 맞고, 밖에 나가도 잘 데 없어서 끌려가서 강간당하는데 여기가 오히려 돈도 벌고 안전하다고 생각했지. 그런데 1년 정도 지나서 18살이 되니까 퇴물 취급을 하더라고요. 손님을 가리지 않고 넣고, 더 이상 예뻐해주지 않고, 말 그대로 물건처럼 취급을 하면서 손님한테 맞아도 내 탓이라고 하고요. 그런데 나갈 수가 없으니 그냥 포기하고 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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