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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수 Dec 26. 2023

이렇게 누워만 있어도 괜찮을까

안예슬_이렇게 누워만 있어도 괜찮을까

책방에 진열된 이 책을 보았을 때, 궁금함이 있어서 기회가 될 때 읽어 보아야겠다 생각했다. 마침 친구가 알맞게도 선물을 해주어 읽을 수 있었던 <이렇게 누워만 있어도 괜찮을까>는 스스로를 고립 여성 청년이라 이야기하는 저자가 ‘오늘도 고립의 시간을 살아가는 여성 청년들’을 만난 이야기를 담은 (그는 그 주제로 논문을 썼다) 책이다. 내가 이 책이 궁금해졌던 것은 너무 공감되는 제목이어서 라기 보단,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내게 있어 ‘고립 여성 청년’이 실은 낯선 용어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어떤 이야기든 나와 전혀 별개이고 상관없는 이야기가 어디 있겠냐싶은 생각을 가지고 있기도 해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공교롭게도 이 책을 읽기 시작한 날은 평소와 달리 일정이 하나도 없는 주말 오전이었다. 나는 그날 이 책의 제목처럼 ‘이렇게 누워만 있어도 괜찮을까’하고 남들이 생각할지도 모를 만큼 누워 있다가 자다가 깨서 책을 읽다가 하는 반복의 시간을 보냈고, 그날 분리배출을 위한 바로 집 앞에 나갔다오는 일 외엔 전혀 외출을 하지 않았다. 물론 머리카락을 씻고, 샤워를 하고, 굉장히 허기짐 속에 이뤄지긴 했고 요리의 행위를 했다고 보긴 어렵지만 식사도 챙겼고, 중독이라 하기엔 약한 정도의 방송을 보고 책을 읽고 감기 기운으로 자기를 반복하는 시간을 보낸 그 하루의 나에게 ‘고립’의 인간이란 말을 이질감 없이 갖다 붙이기엔 썩 어울리지 않았고, 공감이 높지도 않은 건 사실이었다. 아마 내가 그런 시간을 이삼일 정도가 이어졌다면 이 책을 읽는 나에 대해 완전히 다른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어쩌면 그 정도도 나에겐 마냥 좋은 휴식이라 여겼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이 책을 읽으며 전혀 나와 상관없다고 고개 저을 이야기라고 단정 지을 순 없었다. 최근 많이 생각하는 지점에 더해서도 ‘고립’에 대해 나는 조금은 곰곰 해지는 시간을 갖게 되었던 것이다.


이 책에서 보자면 사실 고립은 어느 하나의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언제든 나에게도 자/타의의 이유로 고립이란 상황이 올 수 있고, 당신 역시 그럴 수 있다. 물론 이 책에서 만난 이들은 ‘여성 청년’들이고, 그들은 지금 이 순간의 삶만이 아니라 어렸을 때부터 영향을 미치게 됐을 양육자와의 관계, 가정환경, 청소년 시절이나 학교에서의 관계, 나아가 이 사회의 가부장적 정상성 규범, 성역할, 폭력 등이 영향을 결코 적지 않게 때론 아주 다분히 미쳐왔기 때문에 우리는 이 책을 통해 ‘고립’이라는 것이 그의 자발적인 행위로만 이뤄지거나 그가 게으르거나 못난 사람이어서가 아니란 걸 알 수 있다. 더군다나 우리 사회는 뭐든 할 수 있다고, 네가 안 해서 그러는 거라고,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압 응원도 마다하지 않는 사회이기에 그 속에서 여러 변수와 어려움을 경험하기 쉬운 사회정치적 소수자/약자들은 고립되기 쉬운 것이다. 이 말은 ‘고립’을 이야기할 때, 이미 고립뿐만 아니라 여러 요소들을 연결해서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음, 나는 어떨까. 책에서 주요한 이유로 이야기하지만, 내가 하루 종일 바깥으로 나가지 않고, 누군가와 연락을 오가지 않거나 많은 시간 누워있어도 ‘이래도 될까?’ 생각하지 않았던 것은 그 시간이 매일이 이어져 매주가 되고, 한 달이 되는 시간이 되는 경험이지 않았던 것이고, 또 그보단 지금 나의 곁이란 자원에 대해 불안감으로 있지 않아서일 것이다.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은 내 슬픔과 고통을 사라지게 하지 못할지라도 나라는 인간에게 매우 중요한 요소이듯 이 책의 많은 여성 청년들에게도 그것은 중요한 지점으로 드러나 있었다. (물론 고립에서 그리고 이 사회에서 ‘돈’ 문제 역시 적지 않은 아니 매우 큰 문제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안전한 일자리, 주거, 생활에 대한 불안이 얼마나 큰 지금인가.. 내게도 사라지지 않는.)


이 책을 읽으면서 들었던 아쉬움은 저자가 에필로그에 언급해서 다행이란 생각으로 책을 덮었다. 고립 여성 청년들에 대한 이야기를 만나면서 나는 이 속에는 퀴어가 없어서 너무 아쉬웠다. 퀴어한 삶은 다채로운 방식을 만드는 동력이기도 하지만, 퀴어란 정체성은 더욱 복합적으로 삶을 고립시킬 수 있고, 이 책의 여성들보다 더욱 결혼이나 혈연의 관계에서 배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누워만 있어도 괜찮을까: 오늘도 고립의 시간을 살아가는 여성 청년들>, 안예슬, 이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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