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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수 Mar 24. 2024

선배가 전화를 했다

토요일, 한 주동안 밀린 가사노동을 하고 밖으로 나가니 날씨가 너무너무 좋았다. 추위를 많이 타는 내가 외투 없이 나가도 너무 좋은 봄날이었다. 아, 날씨가 너무 좋다, 감탄하다 갑자기 선배 생각이 났다. 마음 쓰일 일이 많아 요즘 통 만나기도 연락도 쉽지 않다 전해들어 메시지를 보냈다. 답장은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생각났을 때 연락하고 싶었고 그거면 되니까. 날씨가 너무 좋다고, 걷다가 선배 생각이 났다고, 최근 안식월을 맞았고 추후 이런저런 변화가 있다며 근황을 공유했다. 또 학점은행제 막바지라 실습 중인데, 여기에도 늘 다정한 관심과 도움을 주었기에 이야기도 전했다. 메시지를 보내고 잠시 후 선배에게 전화가 왔다. 오랜만에 연락을 해서 미안하단 말부터 하는 선배. 연락을 그동안 안 한 건 나도 마찬가지였는데… 그는 늘 그런 사려깊음을 먼저 내어주는 사람인 것이다. 메시지로 간략하게 공유한 내용을 통화하며 조금 더 부연설명을 하고, 실습이 끝난 후 얼굴 보자며 통화를 마쳤다. 전화를 끊으면서도 미안하다고 했던 선배에게 그래도 연락하길 잘 했다 생각했다. 오래전, 내게도 선배란 존재가 생겼다는 감각으로 눈물나게 기뻤던, 그 자각의 날이 있었고 이후 내게도 선배들이 있었다. 언젠가 달라진 현실 속에서 당신은 외롭지 않냐며 묻다가 질문 받는 이가 아닌 질문한 내가 되려 울어버렸던 날이 있었다. 따뜻한 봄날에 선배를 만나 맛있는 걸 먹고 이야기를 나누는 날이 오면 좋겠다. 너무 고마운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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