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훈_동네의사와 기본소득
‘엄마가 기본소득을 받는 세상을’ 꿈꾸며 기본소득을 지지하게 되었다는 <동네의사와 기본소득> 저자 정상훈.
내가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을 위한 운동을 알게 됐을 때, 나는 아르바이트 노동을 하는 이가 아니었지만 수년 전의 내 불합리한 아르바이트 노동을 생각하며 그 운동의 존재가 울컥했었다. 쉽게 무시받는 사람들이 아니라고, 이건 불법이라고 하는 지지를 받아본 적이 없어서. 누구인지 모를 이들이 그런 부당한 대우를 받는 건 정말 말 그대로 부당하니까. 기본소득도 내게 그랬다. 기본소득과 같이 선별적이지 않은 안전망이 있었다면 청소년 시절의 가난한 집이라는 수치와 가난한 부모가 그리고 더 과거로 돌아가 엄마가 어떤 선택들을 하는데에 많은 변화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시간도 경험도 과거로 돌릴 수 없으니 나는 기본소득이 실현되는 내일의 오늘을 마음에 품기로 했다. 그리고 기본소득을 이야기하는 새로운 책을 한 권 읽었다.
이 책을 쓴 정상훈은 의사이고, ‘한국인 최초 에볼라 의사’로 불리며 방송에서 얼굴을 보이기도 했던 사람이다. 그에 대한 설명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내가 아는 정상훈은 내가 상근활동하는 단체를 함께 만든 구성원이고, 또 우리는 같은 정당에 소속되어 있었다. 그는 적극적으로 ‘정치하는 의사’라는 정체성을 가졌고, 나는 의료인은 정치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런 그의 첫 단행본이 나왔다. 의료인이고, 정치운동을 한 사람답다 싶다. 기본소득을 제목에 걸고 책을 냈다. 한국에는 기본소득에 대한 번역책과 관련 학자나 활동가들의 책이 그래도 제법 나오고 있지만, 의료인의 관점에서 기본소득을 지지하고 이야기하는 것은 쉽게 다가오는 요소가 되는 것 같다. 물론 이 책은 여러 통계와 조사, 이론이 담겨 있기도 하다. 기본소득이 헛소리도 아니고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여러 사정으로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우리 삶에서 병원이란 참 일상적인 공간이지 않나 싶기도 하다. 그는 ‘아픈 몸’을 다루며 그 ‘몸’이 ‘아픈’ 상황이 되기까지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온 사회가 얼마나 차별적이고, 위험했는지를 이 책에 썼다. 그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그들은 평범한 우리 곁의 사람들이고, 우리 자신이기도 하다. 또한 그는 같은 의사가 보면 달갑지 않을 불편한 진실들을 단호하게 꺼내기도 하는 ‘비주류’이다. 한국 사회의 부와 권력에 가까울 수 있는 의사라는 세계에 주류가 아닌 비주류의 사람들이 있다는 건 반가운 일이다. 사회•정치적 소수자를 향한 차별에 반대하고, 모두의 것을 모두에게! 함께 살아가기 위한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다양한 분야 곳곳에 존재하여 함께 견고했던 벽의 틈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좋겠다. 모두에게 기본소득, 지금 우리에게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