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빵과 흰 봉투.
오랜만에 선배를 만나 함께 저녁을 먹었다. 좋아하는 식당인데, 시킨 메뉴가 너무 매워서 갸웃거리다가 아무리 생각해도 기본으로 하기에는 너무 매워서 문의 드리니 메뉴판의 실수가 있었고, 새로 만들어주신다고 했다. 바쁜데 괜히 신경 쓰이게 했나? 생각을 하긴 했지만, 내가 먹기엔 너무 매운 그 밥을 그냥 먹긴 어려웠고, 감사히 새 밥을 받았다. 그때 옆에 있던 사람이 유난이라는 어떤 표시를 했다면 꿍해졌을 텐데, 매운 걸 잘 못 먹는 내가 먹기에 맵다는 데에 선배 역시 이견이 없었고, 메뉴 문의에 함께 적극적 태도가 되어주었다.
저녁식사를 하며, 선배의 표현을 그대로 빌려오자면 서로의 ‘일신상의’ 변화나 나눌 이야기를 물어 나는 학부졸업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는 사정을 공유했다. 재입학을 하는 것이 가장 빠를 수 있으나 현재의 상태를 최대한 변화하지 않으며 무언가를 해야 할 형편 등 녹록치 않은 점들을 이야기하며 학점은행제에 대해서도 간략히 공유했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나름의 고민이 있었고 선배도 그걸 영 모르는 것은 아니어서 잘했다고 지지해주었다. 선배랑 내가 일만이 아니라 나의 지나온 시간과 그리고 지금 살아가는 모습들과 앞으로의 고민을 나누는 데에 부족함 없이, 내가 거리낌도 없이 나눌 수 있는 사람이어서 기뻤다.
저녁식사 후 사무실로 돌아와 이런 저런 이야기와 준비해야할 것들이나 일정 체크들을 하고 집으로 가기 위해 나섰다. 태워다 준다고 해서 선배의 차가 있는 곳까지 같이 걸었다. 앞좌석에 짐이 있어 뒷좌석에 앉아 출발하고 얼마 안 되어 선배가 잠시만, 하고 볼일이 있는지 내렸다. 나갔다 온 선배가 내게 검정 봉지 하나를 주었다. 뜨끈뜨끈한 풀빵이었다. 풀빵 한 봉지를 받고 뭐야, 이거 주려고 한 건가, 겨울 간식인가 하며 혼자 피식 웃었다. 아직 뜨거운 풀빵을 무릎에 올렸는데, 연이어 선배가 흰 봉투를 하나 건넸다. 뭐냐는 내 말에 선배는 얼마 안 되지만, 학비에 보태라고 말했다. 잠시 망설이다 나는 선배가 도로 주머니에 넣을 용이 아닐 테니 아무 말 없이 일단 받았다.
“이러자고 한 말 아닌데...” 내 말에 선배는 당연히 이러려고 한 말 아닌 거 알지, 하면서 얼마 안 돼서 미안하다고 했다. 뭐랄까 고마운 감정이 일었지만, 동시에 쑥스럽고, 미안하고, 민망하고, 울컥하면서 여러 감정이 뒤섞여서 그 자리에서 선배에게 고맙다고 말하지 못했다. 나는 잠시 침묵하며 창밖을 바라보다가 다시 고마움에 대해 생각하다가 끝내 말하지 못하고 헤어졌다. 다른 일상의 이야기들을 아무렇지 않게 나누고는. 차 안에서는 그 말을 꺼내면 끝내 눈물이 나올 것 같아서 건네진 돈과 그 돈보다 더 넓고 깊을 마음에 대해서 말하지 못했다. 집에 돌아와 메시지로 고마움을 표하려고 메시지를 썼다가 결국 지웠다. 그냥, 어쩐지, 그렇지 않아도 나도 선배 마음을 충분히 이해했듯 선배도 그럴 거 같아서. 내가 할 수 있고, 해야 할 것은 하고자 한 것을 잘 이행하면 되는 걸 테니까. 그렇게 하자고 다시 한 번, 그 밤 마음으로 생각했다.
그치만 말야, 너무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