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실은 냄새는 주관적.

생각의 글_2

by 수수

언제였지. 아마 회의 일정으로 간 거겠지. 서울역에서 나와 버스를 타러 이동하는 길이었다. 한 문장이 내 머릿속을 관통하듯 지나갔다. “냄새는 계급적이다.”



냄새에 민감한 편이다. 여러 날 같은 옷을 입지 않고, 자주 빨래를 돌리고, 다시 입을 옷에도 향을 입힌다. 쾌쾌한 냄새는 누군인들 좋아하지 않을 수 있고, 그것이 내게서 나지 않기를 바랄 수도 있다. 그것이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문제는 이런 것이다. 자신의 취향이나 선택과는 무관하게, 아니 선택적일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들. 이를 테면 몇 날 며칠을 서울역사 혹은 그 바깥의 계단 등에서 사람들이 쉽게 ‘생활’이라 부르지 않는 ‘생활’을 하는 사람들, 습한 공기가 스멀스멀을 넘어 벽을 가득 채워 까맣게 되더라도 그 공간에서 먹고 자야 하는 사람들. 대개 원함과 상관없이 코를 움켜쥐게 되는 냄새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되어버린다.



그러니까 나는 그날 서울역에서 코를 찌르는 냄새 속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마음이 울상지어졌다. 잠시 가야할 길도 잊은 채, 마음의 길을 잃고서 울고만 싶어졌다. 언젠가 기차역 안의 노숙인들을 쫒아내야 한다면서 말한 ‘시민의 권리’가 생각이 나서 휘청임이 일었고, 나의 그러한 휘청임이 경멸스러웠고, 나는 또 그런 나에게 탓을 돌리는 것 같아 미안했다.



냄새라는 단어와 엉겨 붙어 잊을 수 없는 기억이 하나 있다. 사실 여러 개일 수 있지만, 잠잠히 물 속에서 떠오르듯 끄집어내지는 기억이 있다. 고등학교 때 꽃동네라고 불리는 곳으로 자원봉사활동을 간 적이 있다. 잘생긴 선생님에게 그곳 식의 인사인 “사랑합니다”로 인사하는 것이 마냥 수줍고 기쁜 듯이 지냈던 시절의 이야기다. 나는 여성 노인들이 있는 곳에 배정되었다. 들어가려고 문을 열자 냄새가 밀려와 욱- 구토를 할 것 같았다. 바로 들어가기 못한 나는 그때도 내가 냄새에 대해 반응하는 것에 대해 생각했던 거 같다. 그것이 동정이란 말과 같은 의미로 읽히는 것인지 사실 지금도 잘 모르겠지만, 그때 나는 죄책감과 괴로움과 어려움이 한꺼번에 존재했던 거 같다.



어떻게 그 공간에 머무르게 되었는지, 내가 그래서 숨을 참으면서 방법을 찾았는지 아니면 계속해서 헛구역질을 하다 익숙해진건지, 할머니들이랑 있다보니 자연스러워진건지 사실 하나도 기억에 나지 않는데, 처음 문을 열었을 때의 그 곤혹스러운 냄새에 대한 감정은 여전히 남아 있다.



그리고 이 기억이 내 몸에 여전히 기억으로 존재하는 이유는 한 여성노인과의 만남 때문이다. 그녀는 치매를 앓고 있었고, 자신이 오줌을 누는지도 모른채 옷에 오줌을 누어 방바닥에까지 오줌이 새어 나와 흐르게 되었다. 그것을 닦으려는 내게 그녀는 그때 말했다. “미안하다고.” 그러면서 자신이 서둘러 훔치듯 닦아내는 행동을 보였고, 자신의 몸을 닦는 등 도우려는 학생들에게는 창피한 듯 모습을 취했다. 사실 그때의 내게는 그녀의 냄새도, 흐르는 오줌 냄새도 모두 익숙하지도 않았고, 아무렇지 않을 리도 없었는데 다른 건 모르겠고 그녀의 그 말이 잊혀지지가 않는다.



결말은 어떻게 해야 할지 사실 하나도 모르겠지만, 그러면서 하나 더 든 생각은 내가 그때 아무렇지 않게 그녀의 오줌과 그녀에게 필요한 도움사항을 행위했다는 것인데, 그 생각을 하며 나는 냄새와 친밀과 낯섦에 대해 떠올린다. 냄새는 계급적이며 동시에 관계적이다. 용인하지 못했던 냄새를 감당하게 되거나 별스럽지 않게 되는 것은 사람들간의 관계에서 오는 몫이 작지 않다고 생각한다. 흔히 담배 냄새에 대해서 그렇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듯이.



그러니까 아마도 나는 주절주절 이런 글을 쓰는 것이 냄새에 대해 내 주관대로 마음대로 평가하고 판단하지 않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면서도 그것으로 가기까지의 어려움에 대해 생각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냄새가 내게 반가움을 주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그 냄새가 어떤 편견에 차거나 어떤 이미지로 굳어지지 않게, 그렇게. 그러니까, 실은 냄새는 너무나 주관적이라서 내가 그걸 어떤 판단의 것으로 가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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