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우리를

어쩌다 책, 글쓰기

by 수수

- 우리가 우리를

아주 오랜만에 집회 신고를 했다. 오는 5월 17일에 동성로의 한 공간에서 집회를 하기로 했다.

최근 잇따른 트랜스젠더분들의 사망 소식을 접하며 마음이 꽤 어지러웠다. 내가 너무 안일하게 싸우고 있었던 건 아닐까. 누군가 자신의 존재를 부정당하고, 일상이 혐오에 놓이는 폭력들을 그대로 두고 뒤늦게 흘리는 눈물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과호흡의 흐름을 가다듬으며 나는 매일 조금씩 더 슬퍼졌다.

이른바 ‘코로나 시대’에는 여느 때라면 북적이며 이뤄졌을 많은 행사가 취소되었고, 집회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게다가 이번 감염병 확산 이전부터 활동하던 페미니즘 액션팀은 휴식기처럼 있었던 터라 더더욱 오랜만에의 집회 신고였다.

굳이 이 시기에 집회를 할만큼 거창한 계획은 없지만, 작은 목소리라도 나누지 않을 수 없어서. 아니 더 정확하게는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누군가들이 있다면 그들을 만나고 싶어서. 마주하고 할 수 있는 게 우는 것이 되더라도, 그 떨리는 목소리를 잠시라도 껴안고 싶어서.

5월 17일은 매년 기리는 아이다호 데이이고, 2016년 이후부터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이 일어났던 날로 기억하고 있는 날. 우리는 혐오와 안전에 대해 이야기하기로 했다. 혼자만의 바람은 곁의 친구들의 응원과 함께 한다는 약속의 마음들 덕분에 머리 속에서 나와 현실이 되었다. 집회라고 하지만 몇 개의 발언 정도가 될 테지만, 많은 생각과 여러 고민 속에 묻혀 두었던 것이어서, 그것을 친구들이 너무나 기꺼이 호응해주어서, 고작 집회신고를 하고서도 이리 마음이 일렁이는 것이다.

우리가 우리를 호명하고, 우리가 우리를 기억하자. 혼자서 또 작은 마음 부여잡고 다짐하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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