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트맨

영화 더스트맨

by 수수

“잘 안 보이는 먼지 같은 존재라도 각자의 이야기가 있다.”


영화 <더스트맨>은 길에서 생활하는 청년 태산과 도준, 그리고 태산이 만나는 모아의 이야기가 그려지는 영화로 시놉에는 ‘스스로 떠도는 삶을 선택한 태산이 먼지 위에 그림을 그리며 상처를 치유하고 삶의 희망을 찾아가는 이야기’라고 쓰여있다. 정말 말 그대로 그는 먼지 위에 그림을 그린다. 먼지가 뿌옇게 내려앉은 자동차 위에, 창문 유리 등에 그림을 그리는데 그 그림은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도 한다. 거리에서 생활하는 태산은 우연히 벽에 지워지고 말 그림을 그리는 모아를 알게 되고, 자신도 손이 까매지도록 차에, 유리창에 그림을 그리곤 한다. 그의 그림은 사람들에게 흥미만 준 것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 미처 인식하지 못할 만한 속도일지 모르지만, 자신을 변화시키고 있었다.


발달장애인으로 나오는 도준은 이전 연기가 생각나지 않을 만큼의 인물이고, 연기였다. 그는 “캐릭터를 희화화하지 않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영화에 임했고, 또 자신과 너무 다른 사랑스러운 도준의 역할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영화를 통해 알 수 있었다고 했다. 물론 간혹 드라마 조연 인물로 만나서 얼굴을 익히 알던 우지현의 연기 역시 같은 사람인가 잘 모를 정도의 다른 얼굴과 다른 인물로 영화에서 말하고 그리고 걸었다. 심달기 배우의 느낌을 좋아해서 이 영화도 보고 싶었던 건데, 모아는 극주엥서 참 해사하게 나오네, 생각했는데 또 그런 그녀가 그대로 위로가 되고, 공감이 되더라.


김나경 감독은 탈북2세 무국적자, 간호사 임신 순번제, 보건증이 필요하지만 돈이 없는 사람 등 다양한 영역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사람이었다. 많은 사람이 그리 관심 갖지 않고 지나갈 이야기들을. 이 영화 역시 더스트 아트를 보고 착안했다고 했는데 먼지, 지워지고 마는 벽화 등 그림을 매개로 노숙인, 노숙 청년, 장애인 등을 그린다. 상처로부터 도망가는 삶과 그 삶의 시간도, 먼지 낀 차에 그리는 그림이 손으로 슥 하면 지워지는 것처럼 슥 지워지기 쉬운 존재들로 자리 잡아 버리게 되는 거리의 사람들도.


“끝을 모르면 여행이 아니더라.” 그런 끝을 모르는 여행이 아닌 여행이라 여겨진 것들을 하지 않길 바라는 삼촌의 말처럼 태산과 도준과 모아는 다른 시간을 걷게 될까. 여행이라 할 수 있는 길 위에 서게 될까. 잘 안 보이는 먼지 같은 존재에게도 각자의 이야기가 있다. 애초에 먼지에게도 자기의 서사가 있는 것. 그 잘 안 보이는 것, 잘 보이지 않는다고 믿게 된 것부터가 어디에서 왔을까. 때론 도망가는 것이 용기라고 생각했던 날이 있었는데, 누군가 함부로 단정 짓고 지워버리기를 시도하지 않는다면 그 도망이라고 한들 지금과는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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