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매드랜드

클로이 자오_노매드랜드

by 수수

영화가 무척 슬프거나 외롭거나 할 것 같아서 나름의 어떤 긴장과 마음으로 보았는데, 슬프고 외로운 건 마찬가지이긴 했지만 너무너무 좋았어서 여운이 남는다. 영화 <노매드랜드>는 동명의 원작이 있는 것을 영화로 만든 것이라고 하고, 원작은 미국에서 일정한 주거지 없이 차를 타고 생활하며 단기 노동으로 생활비를 벌어 이동을 반복하는 노년 여성의 이야기라고 한다. 영화는 경제 대공황으로 사라진 터전에서 홀로 남은 노년 여성이 캠핑이 가능하게 개조된 밴을 타고 유랑하는 이야기이다. 그는 터전도, 함께 해온 남편도, 그리하여 그간의 생활의 상실이 된 여성이기도 하다. 누군가는 무너지고 말 것들 속에서 그는 홀로의 그 고독을 안고 살아간다. 논픽션 원작에 일종의 픽션화처럼 인물들이 더 들어갔는데, 그게 주인공인 펀이고 그렇다. 영화의 다른 ‘배우’들은 ‘노매드’ 생활인들이라고 했는데, 그래서 영화가 픽션인지 논픽션인지의 경계가 사라졌던 거 같다.


나는 내가 나이 들어가고 있음을 느낀다. 그래서 그런가 모르겠지만, 이 영화가 어떤 면에선 이상향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나의 규격화된 삶을 생각하게 했다. 반짝이는 것은 청년 혹은 청춘만을 뜻하며 편협한 빛을 만들어가는 세상에서 죽음과 동의어가 아님에도 나이듦은 소외되고 죽어가는 것으로 치부되고 있다. 이 영화에는 ‘청년’들도 나오지만, 대부분 ‘노년’의 사람들이 나온다. 여전히 다채로운 꿈과 마음을 안고 사는, 그러나 도시에서 빡빡하게 죽을 때까지 일만 하는 삶을 버리고 길에 선 사람들이. 지금-여기를 떠나 전혀 다른 삶이지 못하다는 것을 용기 없음이나 겁남으로 나를 괴롭히지 않기 위해 나는 지금-여기에서 최선을 다하기로 했지만, 나의 마음 한켠에는 다른 것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나의 나이듦과 함께 또 조금은 다른 공간과 꿈이 생기고 있어 이 영화를 보며 여러 감정이 들었다.


대체로 혼자인, 그리하여 깊이를 알 수 없을 고독이 만들어질 노매드랜드. 그러나 그 속에서도 온기를 나누고, 오늘도 삶을 이어나간 펀과 친구들. 언젠가 전혀 다른 공간에서 전혀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게 되더라도 울기만 하며 시간을 보내지 않아야지. 그리고 내가 그 필요한 선택의 순간을 놓쳐버리지만은 않아야지. 나이를 들어가고, 나의 시선이 향하는 곳들이 변하는 것들을 잘 담아두어야지. 끝내 그러하지 못하더라도 내가 나를 비껴나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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