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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혁신파크 Jun 04. 2019

모든 존재를 위한 모두의 축제,
제6회 비건페스티벌

선선한 바람과 함께 화창했던 일요일, 서울혁신파크에서 ‘제6회 비건페스티벌(Vegan Festival)’이 열렸습니다. 2016년에 시작한 이후 벌써 여섯 번째를 맞이하고 있는데요. 올해는 특히 주제인 ‘모두의 비건, 모두의 지구’에 맞게 더욱 다양한 지구의 이웃들이 페스티벌에 함께 했습니다. 채식인들의 축제에서 모두의 축제로 앞서 걸어온 비건페스티벌, 그 여섯 번째 풍경을 전해드립니다.



모든 존재에게 보내는 응원, 비건페스티벌

국내 채식 문화 인구 약 150만 명. 몇 년 사이 동물권, 환경, 건강과 인권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윤리적 소비의 필요성에 대한 시대적 공감이 확산되면서 비건 문화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데요. 우리 주변에 채식을 실천하는 비건인과 나와 다른 모든 존재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생활방식을 고민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비건은 어느새 우리의 일상에 가까이 와 있습니다.


그 변화의 중심에 이른바 ‘비건 명절’이라고 불리는 페스티벌이 있습니다. 2016년에 시작된 이후 올해 6회째를 맞이한 비건페스티벌은 국내 비건인들에게 명절만큼 중요한 행사로 자리 잡았습니다. 처음 페스티벌을 시작할 당시에 지금보다 더 낯선 존재로 한국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던 국내 비건인들에게 이 행사는 든든한 힘이자 응원이었습니다. 일 년에 한 번 서로를 만나 반갑게 마주하고, 비건적 실천의 노하우를 배우고 나눌 수 있는 이곳은 말 그대로 즐거움 가득한 축제 그 자체였겠지요.


"비건은 외롭거나 비참한 게 아니에요. 얼마든지 주변 사람들과 행복하게 비건을 실천할 수 있어요. "

- 캘리, 채식 카페 달냥 운영자, 한겨레 "동물 향한 갑질 그만! 같이 쓰는 '비건탐구생활'" 중


비건페스티스티벌 기획에 함께 해 온 캘리는 페스티벌을 통해 비건인들에게 응원과 격려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기획자와 판매자, 방문객이 서로 따뜻하게 어깨를 두드리며 함께 해왔기 때문일까요? 지난 6년 동안 3만 명이 넘는 방문객이 비건페스티벌에 찾아왔고, 판매 부스도 첫 회 50여 개에서 올해 약 80여 개로 증가했습니다. 찾아오는 이웃들도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같은 가치와 경험을 나누기 위해 찾아온 비건인들과 아직은 비건이 아니지만 같은 공감대를 가진 많은 지구 이웃들이 페스티벌 현장을 매년 찾고 있는데요. 특히 올해는 엄마와 아빠 손을 잡고 찾아온 아이들과 반려인과 함께 모두를 위한 축제를 즐기기 위해 온 동물 이웃들이 많이 눈에 띄었습니다.


비건페스티벌은 비건들만 즐기는 축제가 아니라 안채식인, 못채식인, 비채식인, 채식인, 비건, 어느 누구라도 즐길 수 있는 페스티벌입니다. 비거니즘의 이로움은 비건채식인들만의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이웃인간, 이웃동물, 공기, 물, 땅에 이르기까지 비거니즘의 실천이 미치는 이로움은 단지 비건 한 개체가 누리는 것이 아닙니다.

- 비건페스티벌 공식 페이스북 facebook.com/vegankorea


올해 비건페스티벌은 ‘모두의 비건(Vegan For Anyone)’이라는 주제로 열렸습니다. 일반적으로 비건(Vegan)은 고기는 물론 단계에 따라 우유나 달걀, 생선도 먹지 않는 완전한 채식을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비건은 단순히 동물성 식생활을 하지 않는 사람들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비건을 실천하는 사람들은 채식 위주의 식생활뿐 아니라 화장품이나 의류, 생활용품에서도 동물성 성분을 배제하거나 동물실험, 동물 착취에 반대하는 생활방식을 실천하며 살아갑니다. 나와 다른 모든 존재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려는 ‘비거니즘(Veganism)’의 윤리적 가치를 일상생활에 깊숙이 받아들이고 윤리적 실천을 하며 살아가는 모든 이들을 비건이라고 부를 수 있겠지요. 이들의 실천적 삶은 개인을 넘어 모든 지구 이웃들에게 이로운 변화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비건페스티벌의 의미를 드러내는 다양한 문구들




우리가 일상에서 ‘비거니즘’을 실천하는 방법

이번 페스티벌에 참여한 80여 개의 부스는 우리가 일상에서 어떻게 ‘비거니즘’을 실천할 수 있는지 다양한 방법을 소개해 주었습니다. 이들 판매자들은 동물과 환경에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만든 다양한 식품과 제품을 가지고 방문객들을 맞이했는데요. 다양한 비건 먹거리부터 식자재, 화장품, 의류와 생활용품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여러 가지 비건 용품들을 한 자리에서 모두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부스를 돌아보는 동안 ‘이 음식도, 이 물건도 비건의 방식으로 생산하고 소비하는 것이 가능하구나’하는 즐거운 발견이 끊임없이 이어졌습니다.


광장을 가득 채운 부스에서는 다양한 비건 먹거리를 맛볼 수 있었습니다. 매년 인기 만점인 식물성 버거와 두유로 만든 아이스크림, 우유 대신 오틀리가 들어간 라떼, 두부와 채소를 사용한 치즈케이크와 로푸드 (생채식) 음식, 채식짜장면과 가지탕수육 등 식물성 재료로 만든 다양한 비건 먹거리들이 찾아오는 사람들의 눈과 발길을 붙잡았습니다. 방문객들은 일회용 접시 대신 각자가 챙겨온 용기에 원하는 먹거리를 담아 편안하게 음식을 즐겼습니다. 곳곳에서 기대 이상의 맛과 식물성 재료로 만든 먹거리의 다양함에 즐거워하는 사람들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식물성 재료로 만든 다양한 비건 먹거리 부스

늦은 봄 연두빛 짙은 나무들이 우거진 피아노 숲에서는 일상생활에서 매일 사용하는 다양한 물품들을 만났습니다. 친환경 헤어케어 제품과 팜프리 비건 비누, 나무를 자르지 않고 만드는 친환경 접시,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비건 화장품, 여러 번 사용이 가능한 대나무 빨대와 스텐 빨대, 대나무 칫솔 등 친환경 비건 제품들이 다양하게 소개되었습니다. 또한, 동물성 원부자재를 사용하지 않은 비건 패션 제품과 업사이클링 제품들도 소개되었는데요. 일상생활에서 비거니즘을 실천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필요한 물건을 부담 없이 고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가지고 온 에코백에 필요한 물건들을 가득 구입해 가지고 돌아가는 방문객들의 두 손은 무거워 보였지만, 마음만은 한껏 가벼워 보였습니다.


일상생활에 변화를 가져다 줄 친환경 비건 제품들


페스티벌 현장 한쪽에서는 누구나 일상 속의 ‘채식 생존담’을 나눌 수 있는 '누구나 1분 비건 릴레이 스피치' 프로그램이 진행되었습니다. ‘동물해방물결’의 이지연 대표와 비건 보디빌더 도혜강씨가 연사로 나와 동물권과 건강의 관점에서 각각 이야기를 나누어 주었는데요. 이지연 대표는 “사람이 사람을 죽이거나 감금, 실험하지 않는 것처럼 동물에게도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 당연한 세상”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하며, 동물권을 위해 비건을 선택하고 실천하고 있는 자신의 경험을 전해주었습니다. 이어 아시아 최초 비건 보디빌더로 활동 중인 도혜강씨는 채식을 하면 건강에 좋지 않다는 편견과 맞서 싸웠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비건을 하며 영양소를 골고루 채우지 않는 편식을 하는 경우에는 건강에 해로울 수 있으나, 비건식에는 우리 몸에 필요한 필수 아미노산이 골고루 포함되어 있어 성인병이나 당뇨병 등의 위험으로부터 더 자유롭고 건강하게 살 수 있다고 합니다.


같은 시간, 누구나 일상의 낮은 문턱에서 비건을 경험하고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과 공연도 진행되었는데요. 서울혁신파크 상상청 4층 옥상공간에서는 인도에서 전통요가를 전수받은 요기니 수만(Suman)님과 함께 전통요기니들의 특별한 호흡법인 ‘빠딴잘리 호흡법’을 배워보는 워크숍이 진행되었습니다. 서울혁신파크 혁신광장에서는 12시부터 오후까지 비건페스티벌에 의미를 더해 줄 뮤지션들의 공연이 끊임없이 이어졌습니다. 페스티벌을 찾아온 방문객들은 대한민국 인디밴드 1세대 ‘허클베리핀’과 김소연, 호와호, 이고트립, 펄비의 공연을 즐기며 오랜 시간 비건페스티벌에서 여유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비건페스티벌 라이브 스테이지 공연




우리는 왜 비건이 되어야 하는가

제6회 비건페스티벌에서는 ‘비건; 알자’라는 특별한 강연 프로그램도 진행되었습니다. ‘비건’이 왜 중요한지 알아보고, 어떠한 의미와 실천 방법이 있는지 전문가로부터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었는데요. 책 ‘아무튼 비건’의 저자 김한민씨와 ‘베지닥터’ 초대회장이자 치과의사인 유영재씨를 초대해 비건과 관련한 여러 가지 정보와 생각을 들어보았습니다.


김한민씨는 우리가 이 사회 전체를 더 ‘비건적’으로 만들어가야 할 이유와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주었습니다. 그는 모든 관계가 ‘타자화’ 되어버린 사회에서 인간이 모든 존재의 우위에 서 있다는 세계관을 버리고, 인간과 비인간 모두가 다 소중하고 평등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내가 쓰는 빨대 하나가 누군가를 죽인다는 것을 아는 것, 라쿤털이 달린 옷 뒤에 죽어가는 라쿤의 얼굴을 보는 것, 살처분 당하는 구덩이에 빠져 죽음을 마주한 돼지들의 얼굴과 불법 어업선에서 노동 착취와 폭력에 노출되어 있는 해외 노동자들의 고통을 마주하는 순간, 우리가 가진 타자화된 세계관은 변할 수 있습니다. 그들을 위해 무엇인가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면 작은 단계부터 하나씩 ‘윤리적 실천’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그는 말합니다. 김한민씨는 마지막으로 더 많은 비건인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비건적 실천에 동참한다면 조금 더 빠르게 사회가 변화해 갈 것이라며 참석자들에게 함께 해 줄 것을 요청하였습니다.


비건을 연구하는 의사들 ‘베지닥터’의 유영재씨는 의학 전문가의 입장에서 사람들이 비건식을 해야 하는 이유를 여러 가지 사례와 함께 설명해 주었습니다. 호주 시드니 연구팀에서 칼슘의 보고라고 불리는 우유를 연구했더니, 하루 3잔 이상 먹는 사람과 안 먹는 사람 중 3잔 이상 섭취한 사람이 골절 위험성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이처럼 육식의 위험성과 비건식의 필요성을 입증한 연구 결과는 이미 세상에 많이 나와 있습니다. WHO의 2002년 보고서는 현재 질병의 문제 원인이 공장식 축산에 있다고 분석했고, 맥거번 보고서에서는 육식이 건강에 미치는 부정적 연관성을 연구하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한국의 경우, 고기 섭취가 늘어나기 시작한 1980년대 이후로 암, 당뇨병 등 성인질환과 심장질환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이에 베지닥터의 의학 전문가들은 연구를 통해 ‘비건’이 가장 최적의 건강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이상적인 방법임을 확인했다고 합니다. “채식하면 병원 안가도 됩니다” 라며 미소를 짓는 유영재씨는 앞으로도 의학 전문가로서 올바른 생활습관과 비건식의 실천이 질병의 예방과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려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책 ‘아무튼 비건’ 작가 김한민씨 강연 / ‘베지닥터’ 초대회장 유영재씨 강연




비건이 되면 모두가 행복하겠지

비건페스티벌 현장에서 느껴지는 비건에 대한 관심은 정말 뜨거웠습니다. 날이 갈수록 더욱 많은 비건인들과 비건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현장을 찾아오고 있습니다. 비건페스티벌의 열기는 비건에 대한 국내외의 뜨거운 관심과 경제·사회적 변화에서도 그대로 느껴집니다.


영국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세계경제대전망 2019 (The world in 2019)’에서 올해가 ‘비건의 해’가 될 것이라 전망했습니다. ‘베지노믹스’라는 신조어까지 생기며 국내외 식품업계에서는 앞다투어 채식 메뉴를 내놓고 있습니다. 소수의 취향으로 여겨지던 채식 문화가 시장의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이죠. 먹거리 뿐만 아니라 화장품, 의류와 생활용품까지 일상과 마주 닿은 모든 분야에서 ‘비건’ 제품의 생산과 소비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는 건강과 환경, 동물과 인권을 생각해 윤리적 소비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비건의 이로움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진다면 이보다 더 빠른 변화도 가능할 것입니다.


비건생활연구소 블로그 (blog.naver.com/yogi_f) / 베지닥터 홈페이지 (vegedoctor.org)


지난 2월 문을 연 ‘비건생활연구소’의 김승현 소장은 “비건페스티벌을 통해 이제는 비건을 자기 생활로 받아들이고, 일상 속에서 평생 실천하는 운동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합니다.(매거진 리얼푸드 인터뷰 “비건은 나와 다른 존재를 대하는 방식” 중에서 발췌) 비건페스티벌을 기획한 ‘비건타이거’ 양윤아 대표와 캘리, 쏘이를 포함해 5명의 비건인은 지난 2월 ‘비건생활연구소’를 새롭게 꾸렸습니다. 비거니즘을 공유하는 사람들을 위해 비건의 기준과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 일상으로 더 가깝게 다가온 것인데요. 한 해를 기다려야 맞이할 수 있는 명절처럼 페스티벌 단 하루만 비건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비거니즘을 실천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더 많이 늘어나기를 기대해 봅니다. 비거니즘의 이로움은 우리의 생각보다 빠르고 넓게 번져가고 있습니다.


글 노율, 사진 김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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