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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혁신파크 Jun 26. 2019

'도심속 하늘에 가장 가까운 축제' 네덜란드 옥상축제

[네덜란드 로테르담 옥상 축제 탐방록] 

서울혁신센터는 시민의 일상성과 공동체 회복을 위한 공간으로 옥상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2018년부터 서울혁신파크 내 8개 옥상을 개방하여 시민이 도심 속 옥상에서 다양한 일상 활동을 경험해보는 ‘옥상공유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죠.  이 과정에서 혁신센터는 다양한 옥상 활용 사례를 가진 네덜란드 옥상 활동 단체 ‘Daken dagen’과 인연이 닿았습니다. 네덜란드는 극심한 기후변화에 발맞춰 도심 물관리 시스템의 대안으로 옥상 활용을 고민 중입니다. 도심 옥상을 활용하여 획기적으로 물관리 시스템을 바꾸기 위해서는 시민의 이해와 협조가 필수겠지요? 그래서 네덜란드 로테르담시는 시민의 인식을 변화시키기 위해 ‘옥상축제’라는 대시민 행사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2019년 6월, 네덜란드 옥상 축제 ‘Rotter damse Daken dagen’에 초대 받은 서울혁신센터 기획팀장 '흥'이 현장에서 보내온 따끈한 이야기를 함께 보시죠. 


네덜란드 로테르담 옥상 활동 단체 ‘Daken dagen (정확한 발음을 적을 수 없지만, 편의상 다켄다겐으로 부름)’로부터 ‘제5회 옥상축제(Rotter damse Daken dagen)’ 초대장이 날아왔다. 아시아 최초로 이들 네트워크에 참여하게 됐다는 뿌듯함과 함께 서울혁신파크 옥상 공유지를 유럽에 알리고, 나라 밖 다양한 옥상 활동과 지식을 교류하기 위해 네덜란드행 비행기에 올랐다. 


로테르담 옥상과의 첫 만남 


로테르담은 도시 전체가 6월 ‘건축의 달’ 축제로 한껏 들 떠 있었다. 옥상축제는 ‘건축물 투어’ 등과 함께 ‘건축의 달’의 가장 액티브한 축제로 꼽힌다. 거리에 붙은 포스터와 버스, 기차 등에서 송출 중인 광고 방송만으로도 예상보다 큰 규모의 축제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5월 30일 축제 첫날, 2017년 로테르담 최고의 옥상으로 선정된 ‘Schiekade’의 저녁 파티에 초대받았다. 이곳은 50㎡의 식당과 24㎡의 테라스로 이뤄져 있다. 2012년 DakAkker라는 옥상농장을 만들었고, 그 옆에 한 푸드크리에이터가 작은 파빌리온을 팝업식당으로 만들어냈다. 인상적인 건 공간불법점거운동인 ‘스쾃’을 통해 공간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축제의 주최 측인 로테르담 dakendagen 운영진과 시공무원, 외부인사들이 모였는데, 누구보다 공무원들이 스타일리시하고 열의도 넘쳤다.  


옥상농장과 레스토랑을 겸한 공간에서 유기농 재료로 만든 음식과 함께한 네트워크 파티가 특별했다

운영진이 직접 네덜란드 옥상의 물관리 시스템과 옥상녹화에 관한 이야기를 전해줬다. 우리도 고민 중인 기존 건축물의 구조 안전성에 관해서는 현재 구조점검을 진행하고 있으며, 하중 강도에 따라 태양광 패널, 옥상녹화, 물 저장고 순으로 설치기준을 마련해놓고 있었다. 녹화에 사용되는 토양은 투수성이 좋은 현무암 재질의 암석을 잘게 부숴 이용하기 때문에 흙보다 많은 하중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2015년 기후변화로 도심 물관리 시스템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네덜란드 정부는 대규모 배수 인프라를 구축하는 대신 옥상녹화를 통해 대안적인 물관리 시스템을 갖추기로 했다. 옥상녹화 설치금 보조사업을 시작했고 동시에 옥상 사용을 시민에게 알리고자 축제와 캠페인을 진행했다. 처음엔 참가자도 열다섯 명으로 관심이 저조했다. 심지어 옥상사용을 반대하는 세력과 마찰을 빚어 지지부진한 과정을 겪었다. 그러나 그 논쟁 과정이 매스컴을 탔다. 특히 '서울로 7017'을 설계한 건축가 위니 마스가 2016년 중앙역 옆 Handelsgebouw 건물에 전쟁 복구 75주년 기념으로 지상과 옥상을 잇는 가설 계단을 설치하면서 36만 명이라는 엄청난 인파가 몰렸다. 그 뒤로는 해마다 옥상 축제를 열어 시민의 호응을 꾸준히 얻어왔다. 우리는 도심 물관리를 위해 계속 고민 중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할 것이다.

                                                  -로테르담시 공무원 Bronsdijk- 


옥상 공연 빅밴드의 재즈연주와 주변 풍경이 옥상을 고급스럽게 만든다 / 사일런스 디스코 파티. 블루투스 헤드폰으로 음악을 듣는다.


식사 후 가장 먼저 방문한 옥상 행사에서는 대규모 앙상블로 연주되는 빅밴드 재즈 공연이 한창이었다. 한 사진 박물관의 옥상을 활용했는데, 규모도 엄청났다. 옥상 주변으로 마리나베이와 전통적인 건물들이 펼쳐져 풍경이 한층 고급스러워 보였다. 익숙한 재즈음악 덕분에 우리도 이국땅에서 가졌던 긴장을  내려놓고 분위기에 쉽게 빠져들 수 있었다.


또 하나 기억에 남았던 옥상행사는 ‘사일런스 디스코 파티silence disco party’다. 형형색색의 블루투스 헤드폰을 낀 청년들이 노래를 흥얼거리며 춤을 추고 있었는데, 파티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다들 큰소리로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었다. 헤드폰의 색깔별로 다른 음악이 흘러나와 같은 장소에서도 다른 음악을 즐기며 춤을 출 수 있었다. 

                                                                                                        

다양한 사회문제의 대안으로 떠오른 공유 옥상


이번 출장의 하이라이트는 우리 활동을 유럽 사람들에게 전하는 자리였다. 서울로 7017을 설계한 위니 마스와 함께 발제하게 된 나로서는 적잖이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행사의 주최자인 리온은 '스팸인 줄 알았던 한 통의 메일, 그리고 서울혁신파크 옥상 페이스북 페이지의 일러스트와 포스터만으로 연결된 친구들'이 있다며 우리를 소개했다.


다양한 나라와 분야의 사람들이 로테르담 옥상 이야기를 듣고 있다 / 서울혁신파크 옥상 공유지 열린옥상 관련 발제에서 일상성 회복을 주제로 우리의 이야기가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다.


우리는 대한민국 서울이라는 대도시에서 살아가고 있다. 인구 1,000만에 가까운 고밀 도시 속에서 우리는 옥상을 공유지(COMMONS)로 설정했다. 우리의 옥상 활용 목표는 '시민의 일상성'을 회복하는 것이다. (중략) 우리 조상들은 '마당'이라는 곳에서 손님을 맞이하고 음식을 준비하고 결혼식 등 큰 행사를 치렀다. '마당'은 사유지가 아닌 공유지였으며, 이상적으로 이웃과 만나고 소통하는 커뮤니티 공간이었다. 각박해져가는 우리 일상에서 옥상은 '마당'처럼 일상성을 회복하고 공동체 정신을 북돋는 희망의 공간으로 변해가고 있다. 여기 모인 분들이 아시아 동쪽 도시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활동에 또 한 명의 지지자가 되어주셨으면 좋겠다.

                                                   - 서울혁신센터 기획팀장 '흥'-

 

녹화와 에너지 관련 인프라에 초점을 맞춘 네덜란드 옥상 활동과 달리 공동체와 일상성 회복에 중점을 둔 서울의 옥상 활동을 사람들은 신기해했다. 이밖에 옥상과 관련된 인상 깊은 내용 중 하나는 마리나(Marina)가 발표한 키프로스공화국 니코시아(Nicosia)의 도시 옥상에 관한 것이었다. 키프로스공화국은 역사·정치적 상황 때문에 터키인과 그리스인이 도시를 반으로 나누어 담을 쌓고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 담과 벽들은 지상에서만 보일 뿐 옥상에는 잘 보이지 않고 하나의 도시처럼 잘 어우러졌다. 마리나는 여기에서 희망을 보았다. 그의 설명은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우리와는 또 다른 목적의 공동체성 회복을 옥상 활동으로 풀고자 했던 그녀의 노력이 짠하면서도 멋져 보였다.   


키프로스공화국 니코시아시에 관한 이야기를 발표 중인 마리나(Marina) / 발제 후 워크숍. 한국 옥상 활동에 관심 있던 많은 사람들이 공유지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발제를 마치고 진행한 주제별 워크숍에서는 ‘공유지 프로젝트(Common Land Project)’라는 이름으로 여러 사람이 모여 이야기를 나눴다. 시 공무원, 개발자, 행사기획자, 일반 시민, 건축가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서울 옥상 활동에 관심을 보였고 현실적인 질문을 던졌다. 유지 관리나 보안, 운영구조, 예산확보, 사용 권한 및 관련 규정, 활동하면서 생기는 애로사항이나 교훈 등. 대화를 나누며 느꼈던 건, 로테르담의 옥상 상황이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시민이 옥상을 활동 공간으로 인식하지 않고, 옥상에 올라가는 것을 단순한 축제 정도로만 생각한다는 것, 축제가 끝나면 어김없이 빈 곳으로 변한다는 점 말이다. 특히 로테르담은 서울보다 인구 밀도가 약 1/3 정도로 낮고 공원 등 녹지가 많아 더더욱 그렇다고 했다. 그럼에도 이들은 옥상 공간을 이슈화시키고 새로운 대체지로서 옥상을 꿈꾸고 있었다. 


로테르담 옥상 축제의 멋진 순간들 


자, 이제 어려운 발제도 마쳤으니 즐기는 일만 남았다. 마음 놓고 옥상축제를 즐기러 길을 나서 본다.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티켓 트럭’이다. 로테르담 중앙역을 나오면 옥상 홍보 포스터가 여기저기 붙은 트럭이 보인다. 관광객은 이곳에서 옥상 행사 티켓 대신 행사 안내가 정리된 안내서를 받는다. 이를 통해 도심 내 다양한 옥상 행사들을 체험할 수 있다.


로테르담 옥상축제는 주차 타워, 공공기관건물, 쇼핑몰, 폐쇄된 플랫폼, 빈 건물, 기차역 등 다양한 건물 옥상을 활용한다. 사유 건물도 활용되는데, 이는 다년간의 축제와 홍보를 통해 옥상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심어준 부단한 노력 덕분이다.   



                                         사진으로 만나는 로테르담 옥상 축제


루프탑 그린슈퍼마켓. 우리나라 꽃시장처럼 식물을 깔아놓고 지역주민에게 판매하고 있다

한 주차타워 위, 그린슈퍼마켓. 이름 그대로 식물을 파는 장터다. 관광객보다는 주로 지역민들이 카트를 끌면서 식물을 산다. 주차장이었던 옥상을 임시 대관하여 식물과 다양한 굿즈를 함께 판매한다. 재미있는 것은 주차타워 자체가 담쟁이 식물 등으로 덮여 녹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 식물을 사랑하는 네덜란드인의 성향과 건물주의 취향이 잘 반영된 것 같다.




쿤스트할 옥상 조형물. 밑에서 보는 이로 하여금 호기심을 자아내고 위에서는 전시의 연장선으로 보이는 작품 / 이집트 여인 모양의 벌집. 꿀벌이 외부로 연결된 배관을 타고 꿀을 나른다

네덜란드 유명 관광지인 쿤스트할(kunsthal)은 대표적인 예술 분야 옥상이다. 이곳은 예술을 접목한 양봉과 설치미술을 전시하고 있는데, 가령 인물 형태로 벌집을 만들어 양봉하는 식이다. 벌들이 꿀을 채취하면서 점차 독특한 모양의 벌집을 만들어 갈 것이다.




미로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관광객들이 마치 워킹을 하는 모델 같다 /  옥상놀이터에선 어린이보다 아빠들이 더 열심히 놀이를 즐기고 있다

옥상 놀이프로그램인 옥상 놀이터와 미로 체험. 옥상 단체가 입주 중인 건물 옥상을 활용한 옥상놀이터다. ‘놀이’라기보다는 가족 피크닉으로 임시 운영되는 소소한 체험행사와 휴식 공간으로 이뤄져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혁신파크 놀이프로그램이 더 알차고 재미있어 보였다.) 탁 트인 풍경 덕분에 가족의 주말 나들이로 안성맞춤이었다. 옥상 미로(Rooftop Maze) 역시 나무와 줄만으로 설치돼 조형예술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쇼핑몰 옥상을 활용했는데, 천막으로 시야를 가렸어도 훨씬 좋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았다.




로테르담 중앙역 옥상. 우리가 건너편에서 손을 흔드니, 저쪽에서도 흔들 흔들~ / 옥상과 옥상을 연결한 집라인. 바로 아래 보행자와 차가 지나다니는 아찔한 상황

익스트림한 체험으로는 로테르담 중앙역 위를 걷는 ‘Panoramawalk’가 있다. 안전요원 통제 속에 중앙역 위를 걸으며 기차역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걸어간 길을 되돌아오는 것뿐이지만, 도시에서는 흔치 않은 기회다. 시원한 바람과 공중 위 아찔함이 뜨거운 더위도 잊게 만든다. 백화점 옥상과 WTC 빌딩 옥상을 연결한 집라인 역시 하늘에서 도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색다른 방법이다. 인기가 워낙 좋아 일찌감치 매진됐다. 



시민들이 만든 연결 다리. 그만큼 사랑받았던 장소였나보다 / 기차 플랫폼을 그대로 활용하여 녹화하고 축제 장소로 사용하는 모습

큰 이벤트로 야간행사가 열리는 Luchtpark Hofbogen. 기차역 신설로 철거 위기에 놓인 기차역 부지를 시민 기부를 통해 되살린 곳이다. 고립 부지를 관통해 지은 연결 다리 위에는 기부한 시민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2년 뒤 철거 예정이라 상황을 지켜봐야 하지만, 시민 노력에 힘입어 기존 기차역 플랫폼을 개조, 하부는 상업시설로 상부는 옥상파티 장소로 활용하고 있다. 기차역 형태를 그대로 살려 선로는 녹화를 통해 행사장으로, 승강장은 바와 DJ 부스 등을 열 수 있는 공간으로 변신했다. 행사가 없는 평상시에는 한 여성 작가가 이곳에 작은 집(컨테이너 절반 크기)을 짓고 텃밭을 일군단다. 이분은 일종의 옥탑방 프로젝트를 계획 중이시라고.




체험 시설로 레인바를 운영. 빗물을 모아 맥주를 만들고 분무되는 물을 맞으며 놀 수 있는 공간


축제장 중앙에 떡하니 자리 잡은 레인바. 우비를 입고 들어가면 시원한 빗물을 맞으며 DJ 파티를 즐길 수 있다. 공간은 작으나, 빗물로 만든 맥주가 개인적으로 가장 맛있었다. 로테르담의 빗물 활용 방안 중 하나를 축제 콘텐츠로 표현한 점도 인상 깊었다. 불꽃쇼와 함께 디제잉에 신명나게 몸을 맡긴다. 경비, 구급요원은 상시 대기하고 있어 축제를 찾는 이들에 대한 배려가 돋보였다(소음 민원을 걱정하는 건 나뿐인가 싶었다) 로테르담의  옥상축제는 기후변화에 따른 물관리  차원에서 옥상의 활용법을 시민에게 효과적으로 알리고 있다. 단순한 유휴 공간이 아닌 즐기는 공간으로 탈바꿈시켜 옥상을 홍보한다. 하늘과 가장 가까운 공간에서 즐기는 다양한 체험을 통해 사람들은 도심 속에서 하늘을 보고 여유를 즐길 수 있다. 공동체성 회복이라는 우리와는 또 다른 배경이지만, 이들이 옥상을 알리는 방식은 여러모로 생각할 점들이 많다.




서울혁신파크 열린옥상 
 2018년 서울혁신센터 파일럿 프로그램을 통해 서울혁신파크에서 활동한 많은 옥상활동가와 시민으로 구성된 단체다. 올해는 서울혁신파크 옥상을 시민들이 직접 운영하고 활성화시키기 위해 서울혁신센터 파트너로 함께 활동한다. 열린옥상의 목적은 서울혁신파크 옥상활동을 바탕으로 국내외 여러 옥상공간을 활용하고 도심 속 옥상에 공유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다.   


글 서울혁신센터 기획팀장 흥 

사진 서울혁신센터 기획팀장 흥, 페이스북 @rotterdamesdakendag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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