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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혁신파크 Jun 26. 2019

올바른 자전거 문화를 만드는 유럽형 ‘바이크키친'

[인터뷰] 약속의 자전거 오영열 대표

약속의 자전거 오영열 대표 인터뷰

올바른 자전거 문화를 만드는 유럽형 ‘바이크키친’을 꿈꾼다!  


지금으로부터 3년 전, 자전거를 좋아하는 친구들 셋이서 이 땅의 자전거 문화를 바꿔보겠다고 의기투합하여 야심차게 만든 ‘약속의 자전거’는 버려진 자전거에 새 생명을 불어넣고 누구나 자신만의 특별한 자전거를 가질 수 있다고 말한다.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비싼 취미가 아니라, 건강과 환경까지 생각하는 착한 생활 자전거로 교통분담률 두 자릿수를 꿈꾸며 자전거 공방을 운영한다. 허름한 건물을 대충 고쳐 공방을 차린 지 3년만에 제대로 모습을 갖춘 공간으로 이전하고, 왁자지껄하게 개업식도 열었다. 최근에는 회원제 자전거 대여 및 공방 이용 서비스인 ‘모두의 자전거’를 런칭하고 새로운 도전 앞에서 서서히 페달을 밟는다. 그들의 두 발로 굴리는 자전거가 어디로 향하는지 궁금해졌다. ‘약속의 자전거’ 오영열 대표를 만나기로 했다. 

뭉게구름이 높게 피어오른 주말 정오, 오후에 비 소식이 있어 걱정했는데 다행히 아직까지는 하늘 상태가 괜찮다. 자전거 공방이 자리한 서울혁신파크(이하 ‘파크’) 공유동 203호. 반대편 복도 끝에서도 자전거들이 보인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 건 공방 입구에 걸린 커다란 배너 문구다. “자전거 정비는 필수입니다” 활짝 열어젖힌 문 안쪽으로 조심스레 들어서자 분주하게 움직이던 누군가 하던 일을 멈추고 반갑게 맞아 준다. 오늘의 인터뷰 주인공, 오영열 대표다.   




자전거 공방에서 버스킹을 한다고?



‘약속의 자전거’는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요? 

2016년 회사 시작할 때부터 자전거 공방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때는 지금처럼 제대로 공간을 갖추지는 못했어요. 파크 내에 거의 버려지다시피 한 건물을 수리해서 썼었죠. 지금 이 공간에는 올해 4월에 입주했습니다. 공방에서는 주로 자전거와 관련된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어요. 오늘 오전에 진행한 자전거 안전교육도 그 중에 하나고요. 자전거 정비사 자격증반, 자전거 리사이클링 수업, 자전거 도색 수업 등 시민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최근에는 이 공방을 회원제로 이용하는 ‘모두의 자전거’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회원 가입을 하게 되면 탈퇴 이전까지 마음껏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자전거 평생 렌탈권’과 공방의 부품이나 장비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자전거 공방 이용권’이 제공됩니다. 또한, 자전거 부품 등을 할인가에 구매하실 수 있고, 자전거 무료 세차까지 가능합니다. 아직 서비스 시작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지만, 회원 등록을 이미 했거나 희망하는 사람들이 60~70명 정도로 반응이 좋습니다. 앞으로 저희가 주력으로 키우고자 하는 사업이기도 하고요.


‘모두의 자전거’에서 누릴 수 있는 혜택에 비해 회비는 월 1만 원으로 상당히 저렴한 것 같아요. 주력 사업이라 하니 살짝 의문이 드는데, 그외 다른 사업들을 포함해서 수익 구조가 가능한가요?

이곳에서 제공되는 자전거들은 대부분 기증받거나 방치된 자전거들을 싸게 구입해 리사이클링을 거쳐 재탄생한 것들입니다. 자전거 공방도 원래 있던 공간과 장비를 이용하는 거고요. 딱히 비용이 크게 소요되는 일이 아니라서 회비가 저렴해도 수익이 가능합니다. 사실 저희가 자전거 관련 수업을 한다고 했을 때도 그걸로 잘 되겠냐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하지만 이런 사업들은 수익 사업인 동시에 올바른 자전거 문화를 만들기 위한 방향이자 과정이에요. 단순히 수익적인 측면만 보고 하는 사업들이 아니라는 거죠. 반면 온전히 공익적인 사업들도 진행하고 있어요. ‘소셜 라이딩’이라고 해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한 나눔 라이딩, 세월호 추모 라이딩, 환경지킴이 라이딩 같은 걸 하고 있습니다. 이런 공익 사업들 역시 자전거를 친숙하게 하고 자전거 문화를 만드는 하나의 장치가 되고 있습니다. 


은평구청의 위탁을 받아 은평구 내의 방치 자전거를 관리, 수거하는 일도 하신다고요?

은평구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어느 지역을 가도 버려진 자전거들이 굉장히 많아요. 그런 것들을 단속하거나 처리할 수 있는 시설들이 마땅하지 않아서 애를 먹고 있는데, 저희가 구청과 계약을 맺고 방치된 자전거 단속도 하고, 수거도 하고 있습니다. 그밖에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구청 및 서울혁신센터(이하 ‘센터’) 관계자가 함께 만나 자전거 이용 활성화를 위한 여러 방안들에 대해 논의하고 있습니다만, 아직 구체적으로 실행 단계에 이른 것은 없습니다.


인터뷰 이후 인근 아파트 단지에서 자전거를 무료로 점검, 수리해 주는 자전거 정비 버스킹(이하 ‘버스킹’)을 진행한다고 들었어요. 이 사업은 어떻게 시작한 건지 궁금합니다.

지금은 정리했지만, 수원시에도 저희 사업장이 있었어요. 그쪽에서 경기문화재단과 협력해서 비슷한 사업을 했었는데, 지역주민들 반응이 너무 좋았어요. 평소에 잘 사용하지 않던 자전거를 끌고 굉장히 많은 주민들이 버스킹 현장을 찾아주셨는데, 이게 뭔가 자전거 문화를 형성하는 하나의 좋은 사례가 될 수 있겠구나 생각이 들더라고요. 또한 센터와 입주기업 간의 좋은 콜라보레이션 사례가 될 수도 있겠다 싶어서 센터에 제안을 하게 되었고, 센터에서도 저희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본 듯해요. 덕분에 지난 달부터 파크 인근 지역의 주민들을 찾아 다니며 버스킹을 진행할 수 있게 되었죠. 버스킹은 지역주민들에게 파크의 존재를 알리는 수단이 되기도 해요. 저희는 파크를 지금보다 더 많이 알려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약속의 자전거도 홍보하고요.  


즐겁고 편리한 자전거, 안전교육은 필수!



우리나라는 2010년부터 자전거 동호회를 주축으로 자전거 붐이 일었다가, 여러 이유로 인해 2016년쯤부터 다시 수그러드는 추세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약속의 자전거 설립 시점이 딱 그때, 2016년이더군요. 타이밍이 참 절묘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흐름들을 체감하면서 사업에 임한 건지, 어떤 사명감이 있었는지 궁금하더라고요.

아니요, 그런 흐름은 전혀 몰랐습니다. 사실상 체감하지 못했고, 그 시점에 사명감을 가지기보다는 다른 부분에서 사명감을 갖게 되었던 건 있었어요. 2010년도부터 자전거 붐이 일어났다고는 하나, 실은 그 당시에도 자전거 이용률이 그리 높은 편은 아니었어요. 인프라도 최악이고, 저희가 오늘 진행한 자전거 안전교육 같은 것도 선진국에 비해 굉장히 많이 부족한 상황이거든요. 자전거 이용자는 계속 늘어나려고 하는 상황인데, 사람들은 자전거 안전 관련 지식이 없다 보니까 사고도 많이 일어났고요. 한국이 OECD 가입국 중에서 자전거 사망률이 1위에요. 이런 부분들을 어떻게 하면 개선할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이 예전부터 있었던 거 같아요. 자전거를 좀 더 안전하고 재밌고 편리하게 탈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죠.


자전거 사망률 1위라니, 충격이네요. 이런 상태라면 자전거 이용률을 높이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 같은데요. 

역설적으로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올바른 자전거 문화를 만들어야 해요. 그런데 문화라는 것이 정책적으로 만들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자발적으로 시민들 사이에서 만들어지는 게 맞고, 문화가 우선 형성이 되고서 자전거 정책들이 이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이어지는 게 바람직하다고 봐요. 자전거 문화가 발달한 유럽의 경우 그런 과정을 통해 자전거 문화를 정착시킨 반면, 우리나라는 지금 그 반대로 가고 있어요.

그래서 저희는 문화를 먼저 만들려고 하는 거에요.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자전거를 통해 재미난 요소들을 계속 발견하고 가까워져야 해요. 자전거 리사이클링 수업을 예로 들어 볼게요. 방치되거나 버려진 자전거를 수리해서 되살리는 작업을 통해, 완전히 새로운 나만의 자전거를 만들 수가 있어요. 자신만의 디자인으로 직접 도색도 하고 수리도 하니, 자기 자전거에 애착을 갖고 더 열심히 타고 다녀요. 또, 정비사 자격증반을 통해 정비기술을 배우면 집에서도 손쉽게 자전거를 관리할 수 있어요. 자전거가 고장 났을 때 방치하기보다 직접 수리를 하는 거죠. 이런 식으로 자전거 문화를 꾸준히 만들어 가는 동시에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직접 만든 리사이클링 자전거를 스스로 점검하고 수리하며 탄다는 게 근사하네요. 그렇게 되면 고장 나서 버려지는 자전거들도 확실히 줄어들 것 같아요. 보통 길거리에 방치된 자전거들은 고장이 났기 때문 아닌가요?

명확히 어떤 이유로 인해 방치되었다고 단정할 수 있는 데이터는 없어요. 저희도 추측할 뿐인데, 고장보다는 자전거를 사서 열심히 타려고 했지만 막상 너무 위험해서 못 타고 묶어 놓은 채, 점차 방치되는 경우들이 많지 않나 싶어요. 또 다른 이유로는 자전거를 더 이상 안 타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처리 방법을 잘 모르니까 그냥 버리는 거죠. 


두 번째 경우는 시민의식이 부족한 것 아닌가요?

자전거 처리 방법이 사실 간단해요. 폐기물처리신고 하면 되거든요. 아니면 기증을 받는 곳도 많아요. 근데 그런 정보들을 시민들이 잘 모르니 그냥 버리게 되는 것 같아요. 물론 버리는 분들이 잘했다는 건 아니지만, 정보 제공과 교육을 통해 충분히 바꿀 수 있다고 봐요. 어렸을 때부터 자전거 안전교육이 필요한 건 말할 것도 없고요. 지금도 서울시에서 하고는 있지만 아직 많이 부족해요.  


공공자전거의 대안, 모두의 자전거



자전거를 탈 수 있는 환경과 문화를 만든다는 측면에서 공공자전거도 주목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서울시에서도 2015년부터 공공자전거 ‘따릉이’를 도입해 시민들의 많은 호응을 얻고 있잖아요?

아마도 제가 서울시에서 공공자전거 ‘따릉이’를 유일하게 반대하는 사람일 거예요. 공공자전거 관련 토론회를 하면 항상 초대받아서 가는데, 유일하게 저만 반대를 해서 제가 사실 요새 욕을 많이 먹습니다. 하하. 유럽에도 공공자전거가 있지만 거의 관광객들을 위한 거예요. 유럽 사람들은 대부분 한 집당 기본 2, 3대의 개인 자전거를 소유하고 있어요. 시민들 각자 자전거를 관리하니 크게 세금을 들이지 않고도, 개인 생활 자전거에 기반한 자전거 정책을 만드는 데 더욱 집중 할 수 있는 것이죠. 반면 우리나라는 시민들을 위한 공공자전거를 운영해요. 공공에 의해 이렇게까지 생활 자전거를 확대하려는 나라는 흔치 않아요.


의외인데요? 공공에 의해 생활 자전거가 활성화되면 가장 먼저 반기실 줄 알았는데,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뭔가요?

공공자전거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비용이 들어가요. 아무래도 수익이 없이 세금으로만 유지하는 건 한계가 있죠. 그 안에서 수익이 발생해야 돼요. 2017년도 자료를 보면 당시 따릉이 운영 적자가 200억 이상이 났어요. 지금은 아마 더 심할 거예요. 그리고 따릉이가 만들어지고 지금까지 이용자 규모는 10배나 늘어난 반면 관리 인력은 겨우 2배가 되었어요. 그 말은 곧, 얼마 안 되는 인력이 과한 업무에 시달린다는 얘기죠. 진짜 극한 직업이 되어버렸어요. 그렇다고 월급 수준이 나은 것도 아니고요. 세금만으로 인건비에 투자할 수 있는 여력까지는 안 되는 거죠.  


그래도 이용자 수만 보더라도 따릉이가 자전거 문화 활성화에 기여했다고 볼 수 있지 않나요? 

글쎄요. 따릉이가 생기고 나서 공공자전거 이용자 수가 늘어나긴 했습니다만, 중요한 건 따릉이 이전이나 이후나 여전히 서울시 자전거 교통 분담률은 3% 이하에 머물러 있다는 겁니다. 아, 하지만 오해는 하지 말아주세요. 그렇다고 저희가 공공자전거를 없애야 한다는 입장은 절대 아닙니다. 더 나은 방향을 위해서 문제점을 개선하자는 것이죠.


그렇다면 어떤 걸 개선해야 한다고 보시나요? 

공공자전거 관리 인력이 제대로 된 근무 환경과 조건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봐요. 그러기 위해서는 1차적으로 현재보다 관리 인력을 충분히 늘려야 되겠죠. 2차적으로는 공공자전거 렌탈 시스템을 바꿔서 과도한 관리비 부담을  근본적으로 줄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따릉이 같은 경우 자전거 부품값도 만만치 않거든요.

사실 이러한 문제의식에 대한 대안으로 시작한 게 바로 ‘모두의 자전거’입니다. 어떻게 보면 공공자전거와 비슷할 수도 있는데, ‘모두의 자전거’는 시간제로 이용하고 반납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 자기 자전거처럼 이용할 수 있어요. 사용하다가 수명이 다하거나 다른 스타일의 자전거를 타고 싶으면 교체해서 쓸 수도 있고요. 그렇기 때문에 관리 비용 면에서 확연히 차이가 나요. 

공공자전거 개선과 동시에 ‘모두의 자전거’ 같은 대안 시스템이 함께 2트랙으로 돌아간다면 자전거 문화 활성화에 더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봐요.


그렇군요. 말씀을 듣다 보니 자전거가 생활화되어 있는 유럽의 국가들이 새삼 부럽네요. 가까운 일본을 보더라도 마찬가지고요. 어떤 이유일까요? 그들에게는 있지만 우리에게는 없는, 우리가 배우고 적용해야 하는 게 있는 걸까요?

뭐,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한 가지 꼽자면 생활밀착형 자전거 공방에 주목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유럽에는 ‘바이크 키친Bike Kitchen’이라는 게 있어요.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생소한 개념인데요. ‘키친’이 ‘부엌’이잖아요? 자전거와 관련한 모든 것들이 그 안에서 일어난다는 의미로 보시면 되고요. 유럽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공간이에요. 지역마다, 서울로 따지면 거의 구 단위마다 있어요. 그 공간이 지역의 자전거 문화를 만드는 중심 역할을 해요. 지금 저희가 운영하는 자전거 공방이 바로 유럽의 바이크키친을 모델로 해서 만든 거에요.


일종의 자전거 커뮤니티센터 같은 건가요? 좀 더 자세히 말씀해 주세요.

커뮤니티센터이면서 숍Shop 기능도 해요. 자전거 부품이나 액세서리, 리사이클링 자전거를 판매하기도 하고, 저희 공방처럼 자전거 워크숍도 열고, 자전거 수리도 가능해요. 정부나 지자체와 연계해서 일자리를 창출하거나 자전거 문화 활성화를 위한 행사들도 함께 개최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시민들에게 녹아내리는 거죠. 

그걸 비슷하게 도입한 데가 일본이거든요. 사실 일본의 자전거 인프라 수준은 우리나라보다도 열악해요. 자전거 도로가 우리나라의 10분의 1 정도밖에 안 되거든요. 하지만 유럽의 자전거 공방 문화를 도입하고 관련 정책들을 적극적으로 실행한 결과,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10% 정도이던 자전거 교통 분담률이 지금은 22%까지 올라갔어요. 우리나라는 냉정하게 봤을 때 다른 나라들에 비해서 교통 후진국이에요.


모두가 함께 즐기는 자전거 축제를 꿈꾸며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자전거 문화 활성화를 위해 다각도로 고민하고 있으신 게 느껴집니다. 현재 서울시 자전거정책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하고 계시죠?

2016년부터 서울시랑 이런저런 일들을 할 기회가 많았고, 작년부터는 자문위원으로 위촉되어 활동하고 있어요. 서울시에서 자전거 관련 행사나 대회 같은 걸 하면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기도 하고요. 자문회의를 가면 주로 여러 사례들을 말씀드리고 오곤 하는데, 사실 자문위원으로 참여를 해도 정책적으로 변화를 만들어내는 데 한계도 느껴지고 회의감이 들 때도 있어요. 그래도 안 하는 것보다는 계속 뭐라도 움직여 봐야겠죠.


회사 설립 초창기부터 지자체와 언론 등에서 많은 주목을 받아 오신 것 같은데,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저희 사무실 옆에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라는 곳이 있었는데, 청년들이 생각하는 사회문제를 직접 제안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주는 곳이었어요. 주로 청년문제 하면 일자리나 주거 문제 등을 떠올리는데, 저희가 뜬금없이 자전거를 이야기하니까 그쪽에서도 관심을 갖고 부각을 많이 시켜줬던 것 같아요. 그러다 한 번은 제가 시의회에 들어가서 라이딩 복장을 하고 연설을 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걸 계기로 서울시 자전거정책과와 연계될 수 있었어요. 마침 서울시가 자전거에 많은 노력과 관심을 쏟을 때라 시기적으로도 잘 맞아떨어진 부분도 없잖아 있는 것 같습니다.


신생 회사로서는 아주 좋은 기회였겠네요. 누구나 그렇게 주목을 받고 사업을 시작하는 건 아니니까요.

그렇죠. 사업적인 측면에서 좋은 기회이긴 한데, 자전거 문화를 만들어 간다는 측면에서는 여전히 어려움이 많아요. 저희처럼 작은 민간기업 혼자 문화를 만드는 건 한계가 있기 때문에 행정기관과 연계해서 해야 할 일들이 있어요. 그런데 협의 과정도 만만치 않고 실행 단계에서 아예 사업이 무산되는 경우도 있어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죠.


자전거 관련 기업이나 단체와 협력해 볼 생각이나 시도는 없었나요?

자전거 기업과도 초반에는 접점을 찾아보려고 했는데, 그쪽의 요구는 결국 자사 자전거 판매를 확대하는 쪽에 치중해 있었어요. 사실 현재 국내 자전거 업계가 사상 최악의 상태라 이해는 되요. 뭘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죠. 그래서 저희는 민간기관이나 재단과 연계해서 일을 하는 게 더 수월한 거 같아요. 센터도 서울시 위탁이긴 하나 어쨌든 민간기관이잖아요. 센터와 이것저것 많이 해보려고 하고 있고, 확실히 더 좋은 사례를 많이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이 들어요.


혹시 버스킹 말고도 올해 센터와 함께 추진하려는 사업이 있나요?

아직 확정은 아닌데, 여기 파크 공간 안에서 지역 주민들을 위한 자전거 축제를 열어보려고 해요. 센터 측에 사업 제안을 한 상태인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만약 된다면 저희는 정말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자전거 축제를 만들고 싶어요. 저희가 예전에 수원에서도 자전거 축제를 연 적이 있어요. ‘서수원자전거문화축제’라고, 지금까지도 아주 성공한 축제로 평가받고 있어요. 자전거 마을지도를 만들어서 배포하고, 주민들과 함께 지역의 명소를 탐방하는 탐험라이딩도 하고, 자전거 OX퀴즈, 푸드바이크, 자전거놀이터, 자전거수리센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했는데, 주민들이 굉장히 재미있어 하셨어요. 축제를 개최한 후에는 그것으로 끝내는 게 아니라, 그 축제를 바탕으로 계속 연계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내고 만들 생각이에요.

  

느리지만 꾸준히, 함께하는 약속



아무쪼록 좋은 파트너들을 많이 만나셨으면 해요. 아무리 좋은 철학과 좋은 멤버들이 있어도 같이 연대하고 협력해 줄 이들이 없다면 문화라는 것은 만들기가 쉽지 않은 것이니까요. 

그래도 다행인 건 여기 파크 안에서 협력할 수 있는 업체들이 꽤 많다는 거예요. 협업이 되게 힘든 부분인데 자전거는 어디에도 갖다 붙이기가 되게 쉽더라고요.


그렇지 않아도 파크 입주사들에게 1년간 자전거를 빌려주는 사업을 진행하신 걸 봤습니다. 자전거를 빌미(?)로 네트워크가 이루어지는 순간이구나 싶어 재밌게 봤습니다. 

하하, 감사합니다. 서로 그렇게 교류하고 인사도 나누고 응원도 하고 지지하고 그런 게 필요하지 않나 싶어요.


근데 왜 약속의 자전거인가요?

그냥 술마시다가 만든 이름이라, 특별한 의미가 있는 건 아니지만, 그냥 뭔가 의지를 표현하고 싶어서요. 멤버들이 다 자전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서, “자전거로 뭔가 세상을 바꾸겠다, 뭔가 만들어 보겠다”라는 우리의 다짐이 표현되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약속이란 단어를 떠올렸던 거 같아요. 


끝으로 혹시 더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자전거는 어떻게 보면 자동차보다는 되게 느린 수단이지만, 페달을 한 번 밟으면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또 어느 순간 뒤돌아보면 꽤 멀리 와 있고, 내 의지와 힘만 있다면 오랫동안 달릴 수 있어요. 올바른 자전거 문화를 만드는 것도 이와 비슷한 거 같아요. 제 생각에 지금 당장 우리나라의 자전거 문화는 최악이고, 앞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도 사실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누군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계속 목소리를 내야 하고, 시도를 해야 하고, 지금 세대에는 몰라도 다음 세대에서는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으로 앞으로도 계속 노력할 겁니다. 


오늘 인터뷰 감사합니다. 앞으로의 활동을 기대하겠습니다.  





인터뷰를 마치자마자 서둘러 장비들을 옮겨 트럭에 싣는다. 갖가지 공구상자, 적당한 크기의 테이블, 자전거 세척기와 펌프식 공기주입기, ‘자전거 정비 버스킹’이라고 크게 인쇄된 X배너도 잊지 않고 챙기면 버스킹 준비 끝! 파크 바로 옆 아파트 단지까지는 걸어서도, 트럭으로도 10분 이내에 도착한다. 

아파트 관리 사무소와 사전에 협의된 장소에 간이 정비소를 차리고 주민들을 맞이한다. 버스킹 초반 드문드문 오던 주민들이 30분도 채 되지 않아 북적북적 몰려오기 시작한다. 오래 방치해서 녹이 슬고 바퀴 바람이 빠져버린 자전거, 어떤 자전거는 바퀴에 실금이 가 있고 어떤 건 아예 구멍이 나 버렸다. 부품이 삭아버린 것도 있고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거나 좌우 균형이 맞지 않아 영 타기가 불편하다는 자전거까지 다양한 자전거들이 줄줄이 정비를 기다린다.   



엄마와 함께 온 두 자매는 줄곧 타오던 네발 자전거의 보조 바퀴를 떼고 두발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최근에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지만 동호회는 왠지 낯설다는 젊은 청년은 지척에 자전거 공방이 있다는 얘기에 눈을 반짝였고, 파크라면 모르는 곳이 없어 보이는 노년의 남성은 꼼꼼하게 자전거를 정비하는 정비팀장의 모습이 믿음직했는지 그 자리에서 바로 회원가입을 했다.  버스킹 또 언제 오냐고 묻는 아주머니, 친구들과 함께 자전거 타고 공방 놀러가고 싶다는 초등학생, 자전거 정비하는 모습에 흠뻑 빠져들어 내내 지켜보던 아저씨. 뚝딱 정비를 마친 자전거로 주변을 쌩쌩 내달리는 꼬마아이. 제 순서를 기다리며 서로서로 인사와 안부를 나누는 이웃들. 성별도, 나이도, 모습도 다르지만 평범한 우리들의 일상이 여기 모여 있다. 오직 이유는 단 하나, 자전거! ‘약속의 자전거’가 꿈꾸는 자전거 세상은 이렇게나 평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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