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이 타고 있었습니다.
숲속의 동물들은 앞을 다투며 도망을 갔습니다.
하지만 크리킨디란 이름의 작은 벌새는 왔다갔다 하며
작은 주둥이로 물고 온 단 한 방울의 물로 불을 끄느라 분주했습니다.
다른 동물들이 이런 그의 모습을 보고
"저런다고 무슨 소용이 있어?"라며 비웃었습니다.
크리킨디는 대답했습니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이야."
크리킨디센터는 서울시립 은평청소년미래진로센터의 또다른 이름으로 숲을 지키고 싶었던 벌새처럼 청소년들이 좋은 삶을 꾸리고 좋은 일을 하도록 함께하고 지원하는 ‘진로 허브’입니다. 학교법인 연세대학교가 서울시로부터 수탁받아 2018년 4월에 서울혁신파크 안에 문을 열었습니다.
미래가 어떻게 올지 예측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어떤 일자리가 몇 개가 없어지고, 새로 생길지, 어떤 직업이 유망한지 예측하는 것보다는 시대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미래는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죠. 어떤 과학기술을 어떻게 쓸지, 어떤 삶의 양식을 선택할지, 어떤 경제체제를 만들어 갈지 결정하는 것은 결국 시민들입니다. 그래서 각자 개인의 진로를 만들어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함께 사회적 진로를 만들어 가는 노력도 중요합니다. 개인의 진로는 결국 사회적 진로와 병행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크리킨디센터는 미래에 ‘좋은 삶’을 가꾸어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특히 ‘좋은 일’을 하면서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청소년들과 함께 묻고, 공부하고, 실험하고, 나누려고 합니다.
크리킨디센터는 학교에 다니는 청소년, 스스로 학습하는 청소년, 성적과 취업의 치열한 경쟁에서 벗어나 잠시 쉬고 싶은 청소년, 마음이 맞는 사람만 있다면 당장 무언가 시작해보고 싶은 청소년 등 다양한 청소년들에게 열려 있습니다. 모두가 동일한 선상에서, 동일한 고민과 동기로 출발하지 않듯이 청소년들에게, 충분히 원하는 것을 마음 놓고 해볼 수 있는 다양한 기회의 장을 제공합니다.
한편으론, 조금 더 자신의 관심사를 깊이 있게 탐구하며 경험할 기회를 찾는 청소년들에게 실패를 걱정하지 않고 하고 싶은 것을 마음 놓고 해보는 작업장과 함께할 동료들을 만날 수 있는 대안학교를 운영합니다. 코딩, 미장, 목신, 오토마타, 파쿠르, 음악 등 다양한 분야의 멘토와 장인들에게 지혜와 내공을 전수 받으며 미래에 필요한 역량을 기르고,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힘을 키웁니다.
탈핵과 기후변화 그리고 자꾸만 마음이 가는 사회문제를 공부하고 청소년도 시민으로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시민 주체성을 키우는 활동도 함께 합니다. 세상과 고립되어 고군분투하는 것이 아니라 어른, 동료들과 함께 진로를 찾는 여정을 시작하는 것이지요.
청소년들이 다양한 세대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실험할 수 있는 장소가 되는 것이 우리의 바람입니다. 그리고 그 실험에서는 중요한 원칙이 하나 있습니다. 우리의 모든 행위와 결정이, 적어도 나의 세대와 위, 아래 3세대 총 일곱 세대에게 끼치게 될 영향을 고려하면서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우리 센터의 영문공식명칭은 'Seoul CoLab for 7 Generations'가 되었습니다.
진로는 결국 ‘좋은 삶’을 위한 ‘좋은 일’을 실천하는 과정입니다. 인간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우주, 삶을 둘러싼 모든 관계들 속에서 생각하는 것이지요. 여러 지구적 위기와 변화가 계속되는 지금, 크리킨디센터 사람들은 새로운 관계들 속에서 세상을 위한 더 좋은 이야기들을 만들어 가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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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l 크리킨디센터( 서울시립 은평청소년미래진로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