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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혁신파크 Aug 29. 2019

그린으로 잇다, 연수동 커뮤니티 프로그램 ‘스티치나잇’

한낮의 열기가 한풀 꺾인 여름밤. 서울혁신파크 연수동 소셜스티치는 새로운 기획 프로그램 ‘스티치나잇:그린(이하 스티치나잇)'의 손님맞이로 분주합니다. ‘스티치나잇’은 회차마다 하나의 키워드를 선정해 다양한 연결(stitch) 고리를 만드는 커뮤니티 프로그램입니다. 

‘스티치나잇’의 첫 번째 키워드는 나와 우리를 둘러싼 환경을 의미하는 '그린'입니다. 평소 숙박공간, 공용주방을 운영하며 발생되는 쓰레기 등의 문제 인식과 함께 공용 식기, 장바구니, 친환경 세제 등을 비치해 환경적 실천을 지속해온 연수동 소셜스티치의 고민과도 맞닿은 주제입니다. 소셜스티치는 스티치나잇을 통해 비슷한 고민을 하는 분들을 초대해 우릴 둘러싼 환경 속에서 지속 가능한 삶을 나눠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1박 2일, 그린으로 물들었던 파크의 어느 여름날을 소개합니다. 


연수동 소셜스티치 스텝 분들과 아기자기한 구성의 스테이키트 / 금요일 밤 첫 스티치나잇의 참여자들


제로웨이스트, 천천히 그리고 하나씩


스티치나잇의 첫 번째 시간은 제로웨이스트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더피커’의 송경호 대표와 함께했습니다. 송 대표는 2016년부터 국내 최초의 제로웨이스트샵 ‘더피커’를 운영해왔는데요. ‘더피커’에서는 물품을 살 때 고객이 직접 준비한, 혹은 매장에서 산 생분해성 용기 등에만 담아갈 수 있으며 필요한 만큼만 소량 구입할 수 있어 소비 과정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최소화한 마켓입니다. 판매 후 남는 식료품은 채식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온전히 소진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제로웨이스트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더피커’의 송경호 대표
저는 소위 엄청난 구두쇠였어요. 인터넷 검색으로 백 원이라도 저렴한 곳에서 물건을 샀죠. 하지만 물건을 살 때마다 자괴감이 들었어요. 쓰레기통에 모두 버려야 하는 포장재까지 돈 주고 샀다는 게화가 났죠. 소비자로서 선택권이 없다는 것도요.
- 더피커 송경호 대표


제로웨이스트샵은 2014년 독일에서 ‘오리지날 언페어팍트’라는 이름으로 처음 문을 열었습니다. 기대와 달리 한국의 제로웨이스트샵은 쉽사리 들어서지 않았고, 송 대표가 단기 프로젝트로 성수동에 차린 더피커의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지금은 더욱 근본적으로 제로웨이스트를 지속, 확산시키기 위해 마을과 공동체, 그리고 자급자족을 기반으로 하는 제2기 사업을 준비 중이고요. 송 대표는 “공동체가 살아나는 것만으로도 건강한 소비를 통한 쓰레기 문제를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연수동 1층. 편안한 옷차림으로 갈아입은 참여자들이 스티치나잇 첫 번째 시간, 제로웨이스트 이야기를 듣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는 '1인당 쓰고 버리는 포장용 플라스틱 양'으로 세계 2위에 이름을 올린 바 있습니다. 전 세계인이 해마다 버리는 플라스틱 양은 실로 어마어마해서 태평양에 쓰레기 섬을 이룰 정도지요. 주마다 볼펜 한 자루 무게인 5g의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하고 있다는 불편한 연구 결과는 예견된 일이었는지 모릅니다.


송 대표는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며 겪는 시스템의 한계를 인정합니다. ‘실천하는 것보다 실패했을 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마음’을 그가 더 강조하는 이유입니다. 모든 것을 한 번에 바꾸기보다 제로웨이스트의 실천 범위를 일상에서 조금씩 넓혀가는 것도 중요합니다. 제로웨이스트 입문자 분들껜 내가 어떤 쓰레기를 주로 만들어내는지 관찰하고 그것부터 줄여갈 것을 추천합니다.



제로에이스트샵에 가야만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당장 집 근처 작은 상점부터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요? 주인아저씨가 주시는 비닐봉지를 거절하거나 필요한 양만큼만 살 수 있는지 여쭤보는 거예요. 그렇게 나만의 제로웨이스트 쇼핑리스트를 만드는 거죠. 제로웨이스트에서 가장 중요한 건 ‘대화’예요.
- 더피커 송경호 대표
영화 <라이온킹>  "세상 모든 것은 미묘한 균형을 이루며 공존하고 있다."


그는 얼마 전 실사판으로 개봉한 영화 <라이온킹>의 주인공들이 나눈 대사에 주목합니다. 어린 심바에게 아빠 무파사가 말하죠. "세상 모든 것은 미묘한 균형을 이루며 공존하고 있다. 왕은 이 균형을 이해하고 모든 생명을 존중해야 해." 반면 삼촌 스카는 모든 동물을 사냥감으로, 지배의 대상으로 봅니다. 무파사가 죽고 스카가 주인이 된 초원은 황폐해지고 사냥감을 찾지 못한 사자들은 살던 땅을 떠나야할 지경에 이릅니다. 송 대표는 지금의 우리(인간)가 가려는 길이 스카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말합니다. 자연을 인간을 위한 ‘자원’으로 도구화하고 끊임없이 착취하려 한다는 점에서요. 우린 자연 위에서, 자연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는데 말입니다. 덧붙여 그는 우리의 작은 생각과 행동이 환경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하나로 연결돼 있다는 자각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스티치나잇의 참여자들이 1박 2일동안 하게될 활동들도 서로 어떤 연결 지점이 있는지 생각해보자고요.


내 몸과 마음을 다독이는 시간


스티치나잇의 두 번째 시간은 아로마테라피와 요가 수련 중 자신이 직접 선택한 프로그램에 참여해 보는 시간입니다. 나를 둘러싼 환경을 생각해보았으니, 이제 그 안의 나를 돌아봐야겠죠.


숙이고, 서고, 비틀어 몸을 움직이며 나를 알아가는 요가 수행


움츠렸던 몸을 바로 세우는 것으로 요가를 시작합니다. 호흡을 가다듬으며 내 몸속 깊숙이 바라보기도 하고, 몸을 비틀고 늘리며 쌓였던 긴장을 풀어냅니다. 한 자세로 오래 있어 굳어있거나 퇴화된 듯한 근육도 하나, 둘 깨워보고요. '요가에서 선다는 것은 발바닥을 땅에 뿌리 내린다는 뜻'이라는 선생님 말씀이 좋아 발가락 하나하나 힘을 주어 나를 더 곧추 세워보기도 합니다. 열심히 움직이면서도 때론 동작마다 몸뚱이가 영 낯설게 느껴지는 것이, 나와 가장 가까워야 할 몸을 너무 몰라준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내게 맡는 향이 무엇인지 알아가며 어떤 사람인지 생각해볼 수 있었던 아로마테라피 시간


요가 수련이 내 몸 하나하나 들여다보는 시간이었다면, 연수동에서 진행된 아로마테라피는 무감각해진 마음의 동요를 관찰해보는 시간입니다. 각각의 향이 내 속에서 불러일으키는 감정의 변화를 천천히 따라가 봅니다. 어떤 사람에겐 친근하고 편안한 향이, 또 어떤 사람에겐 마냥 낯설게 느껴지기도 하지요. 마지막으로 각자 몸에서 부자연스럽거나 불편하게 느껴지는 부분을 완화할 수 있는 향을 선택해 손목 등에 바르고 침대에 누워 깊은 편안함을 느껴 보았습니다.

내게 맞는, 내가 좋아하는 향을 찾아가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생각해볼 수 있었어요. 향이 사람의 어떤 기억과 맞물려 있다고 하신 선생님 말씀이 기억에 남아요.
- 아로마테라피 참가자 


'그린', 생각보다 재밌다!


비건카페 달냥이 준비한 비건 요리를 즐기는 참여자들 /  비건카페 달냥지기와 함께 하는 대화의 시간


프로그램이 진행된 1박 2일 동안 몸의 에너지를 채우고 참여자들의 미각을 즐겁게 해준 비건 요리는 서울혁신파크 비건카페 ‘달냥’이 준비했습니다. 일반 호텔 조식의 선입견을 깨고 비건도 맛있게 즐길 수 있도록 준비한 만찬에 참여자들은 감동했습니다.

누구보다 환한 얼굴로 마이크를 잡은 달냥지기들은 “다양한 사람들이 비건, 제로웨이스트 같은 환경 이야기를 한 공간에서 마음껏 할 수 있었던 것 같아 벅차다”며 소감을 전했습니다. 차린 음식의 레시피를 아낌없이 나누고 유튜브 등 비건 레시피에 쉽게 도전할 수 있는 노하우도 공유했습니다.


삼삼오오 쉬는 시간마다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나눴다. 스티치나잇의 성과는 값진 인연들과 나눈 '대화'가 아닐는지.


참여자들은 스티치나잇의 공식 일정 외에도 자리를 떠나지 않고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린’을 넘어 굵직한 사회적 이슈와 소소한 일상까지 넓은 주제의 대화들이 핑퐁처럼 오갔답니다.


비건 음식으로 직장에서 케이터링을 준비한 경험, 개인의 신념을 색안경 끼고 바라보는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등 그간 쌓아온 일상의 팁들을 공유했어요. ‘소수’이기 때문에 마주하는 일상의 불편도 있지만 그래서 더욱 이렇게 만난 인연들이 더없이 귀하다는 데 공감했습니다. 마음에 남는 대화들로 충만했던 시간을 마무리할까 해요.



제로웨이스트든, 비건이든 내가 목표한 것을 조금씩 단계별로 실천해가면서 느끼는 성취감이 있어요. 힘들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재밌어요. 내가 몰랐던 세계를 조금씩 알아가는 것도 보람차고요. 

대부분 제가 환경을 지키기 위해 비건을 시작했다고 생각해요. 대단하다며 추켜세우기도 하고요. 하지만 저는 저 자신을 위해 비건을 시작했어요. 나를 위한 게 한편으론 환경을 위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요. 우리 행동 하나하나가 결국 모두 이어져 있는 거겠죠?



글, 사진 ㅣ 서울혁신센터 홍보팀 나무 


참고자료 더피커 제로웨이스트학개론 

https://thepicker.net/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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