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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혁신파크 Sep 27. 2019

시소라는 나무, 숲이 되다 <성장의 챕터 2>

사시사철 파크인의 휴식처가 되어주는 피아노숲

혁신파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길을 주게 되는 피아노숲. 사시사철 커다란 나무들이 숨쉬는 이곳은 종종 크고 작은 이벤트들이 펼쳐지기도 하지만, 특별한 일이 없을 때도 파크를 오가는 사람들에게 편안한 휴식처가 되어주곤 한다. 피아노숲 한가운데 서서 나무와 함께 숨을 쉬고 있노라면 왠지 모르게 위로를 받는 기분. 그래서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장소!


이곳을 보살피는 사람들이 있다. 헬멧을 쓰고 밧줄을 타고 나무를 오르내리는 파란 티셔츠의 사람들, 바로 ‘시소(SEESAW)’다. 그들은 트리클라이밍(Tree Climbing)과 밧줄놀이로 사람과 자연을 연결한다. 또한 대중에게는 다소 생소하지만, 전문적으로 수목을 관리하는 아보리스트(Arborist)이기도 하다. 혁신파크가 시작되던 2015년 창업했고, 파크에 입주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파크와 함께 그들은 성장했다. 그 성장의 기억은 어떠했을까? 시소의 공동대표 ‘소리’를 만나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이번 인터뷰의 주인공인 시소의 공동대표 '소리'


그들이 성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 열정과 진심


올해 초 시소는 <2019 사회혁신 리빙랩 프로젝트> 공모사업에 선정됐다. 그들이 제안한 연구과제는 ‘지속가능한 도시를 위한 미세먼지 저감 효율화 수목 관리 프로젝트’이다. 나무의 트리 커버율(나뭇잎이 지표면을 덮는 지수율)을 높이면 미세먼지를 저감시키는 데 효과가 있다는 것을 전제로, 서울시의 트리커버율과 미세먼지의 변화 양상을 통해 수목관리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트리커버율을 높이려면 나무의 수량도 많아야겠지만, 무엇보다 이파리가 건강하고 풍성한 나무로 가꾸는 것이 중요하다.


피아노숲 수목관리 모습

그래서 실제 서울혁신파크 피아노숲을 대상으로 나무를 건강하게 관리하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안타깝게도 현재 피아노숲의 나무는 썩 건강하지 못하다. 문제는 흙에서부터 시작한다. 땅이 수분을 머금지 못하고 딱딱한 형질로 굳어버렸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그들은 다양한 방법을 모색 중이다. 국내의 기술로는 부족함을 느껴 공기와 수분을 주입하는 해외의 기술을 공부하고 있다. 그들이 점점 성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간혹 개발과 보존 사이에서 나무를 지키고 싶어 하는 분들이 연락을 주실 때가 있어요. 시소를 필요로 하는 분들, 나무를 지키고 자연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그 에너지를 잃지 않도록 전문가로서 돕는 것이 저희 역할인 것 같아요. 머리와 마음이 무겁기도 하지만,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해요.



켄터키 트리클라이밍 대회

시소는 필요하면 바로 행동하는 타입이다. 해외 아보리스트들의 기술을 직접 보기 위해 미국과 홍콩, 대만 등에서 열리는 국제 트리클라이밍 대회에 참가하고, 국내 트리클라이밍의 활동 저변을 넓히기 위해 RTCRecreational/Technical Tree Climbing 자격증을 직접 발급할 수 있는 GOTCGlobal Organization of Tree Climbers 국제 마스터 자격증을 따 오는 식이다.


이러한 다양한 행보와 더불어 그들의 국제적인 위상도 한층 높아졌다. 올해 대만에서 열린 아보리스트 국제대회에 공식 초청을 받아 시소의 또다른 공동대표 ‘시오’가 한국인 최초로 출전했다. 7월 말에는 대만의 아보리스트들을 파크에 초청해 강연회를 열었다. 아보리스트로 살아가는 대만 청년들의 이야기는 같은 꿈을 꾸는 국내 청년들에게도 좋은 귀감이 되었다.

또한 해외의 트리클라이밍 장비 전문회사 트리스터프(TreeStuff)가 개최하는 ‘잠보(Jambo)’라는 국제 대회에서 트리클라이밍 키즈존을 운영하기도 했다. 거의 자원봉사였지만 그들에게는 해외에서의 첫 번째 ‘일’이었다. 그렇게 한 발, 두 발 밖으로 걸어 나가고 있는 시소!


국내에서도 시소를 찾는 이들이 점점 많고 다양해졌다. 관련 분야에서 강연을 요청하거나 자문해오는 일들이 잦아졌다. 시소가 해외에서 경험하고 배워 왔던 기술이나 사례들을 더욱더 많은 이들에게 들려줄 수 있는 기획들이 많아진 것은 시소에도 고무적이다.


곡성군과 함께하는 숲 프로젝트 홍보 이미지

올해 초부터 추진하고 있는 곡성군과의 협업도 시소에게는 의미 있는 도전이다. 곡성은 군 면적의 70%가 숲이다. 이 숲을 잘 활용해 보려는 곡성군의 한 공무원이 시소의 활동을 눈여겨보다가 연락을 한 모양이다. 한 지역 전체의 숲을 다루는 일, 즉 숲 기획자의 역할 미션이었다. 시소의 누구도 경험해 본 적 없는 일이었다.


곡성의 숲에서 트리클라이밍을 진행하는 모습

다행히 곡성 숲에서 진행한 트리 클라이밍 프로그램은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홍보 포스터를 올리자마자 곡성군 담당 공무원 전화에 불이 났다. 기분 좋은 결과에 켜켜이 쌓여가는 믿음. 그들은 내년에도 함께하기로 했다. 열정과 진심이 이룬 성과다.


좌충우돌 속에서도 결국 함께 성장해야 하는 우리


지역의 숲을 지키는 일만큼 그들에게 중요한 건 바로 파크의 나무들을 지켜내는 일이다. 입주 초창기부터 시소는 파크의 나무와 숲을 눈여겨봐 왔다. 다른 곳은 몰라도 시소가 있는 이곳 혁신파크의 나무들은 건강하게 지켜야 한다는 것이 그들만의 소명이었다. 생태환경 TF에도 참여하고 적극적으로 자문도 했다. 그런데도 언젠가 조경사업의 일환으로 파크의 나무들이 상당수 두절되어버린 일이 생겼을 땐 크게 상심해 파크에 발길을 끊은 적도 있었다.


지난해 진행한 상상-플레이그라운드 진행 모습


한동안 보이지 않았던 그들 모습을 다시 만난 건 작년, 상상청 뒷산에서였다. 무엇이든 상상하고 실험해 보는 ‘상상-플레이그라운드 사업’을 통해 아무도 찾지 않던 상상청 뒷산은 누구나 찾을 수 있는 ‘상상놀이터’로 바뀌었다. 시소는 그곳을 ‘시소숲’이라 칭할 만큼 애정을 쏟았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곳의 흙과 나무가 건강하지 않았기에 더욱 마음이 쓰였다. 지속해서 돌봄과 관리가 필요한 파크의 숲과 나무들. 아마도 시소가 올해 리빙랩 실험을 시작한 이유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리빙랩을 통해 피아노숲을 건강하게 가꾸는 일뿐만 아니라, 파크 내 공사 현장에서 가설 비계로 잘려 나갈 위기에 처했던 나무들 역시 시소가 지켜냈다. 서울시 감리단으로 활약하고 있는 ‘소리’가 설득하고 또 설득해서 이룬 결과다. 파크의 나무들은 든든하겠다, 시소가 있어서!



하지만 시소도 파크가 있어 든든했다. 파크 초창기, 혁신가들의 입주 공간에 냉난방 시설이나 사무기기들이 미비해 사무실보다는 밖에서 일하는 시간이 더 많을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어딘가에 속해 있다는 사실이 안정감을 주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서툴고 쉽지 않았던 그들에게 비빌 언덕이 되어준 것도 파크였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파크의 사람들이었다. 조언과 응원을 아끼지 않았던 동료 혁신가들과 파크 직원들 덕분에 힘을 얻었다. 상처와 좌절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돌이켜보면 파크 안의 모두가 다 어린나무였다. 신생 조직으로서의 불안정함, 너무나도 다양한 입주자들, 시끄럽고 좌충우돌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겠냐고 ‘소리’는 이야기한다.


파크 자체가 새로운 시도이고 실험인데 이 안이 시끄러운 건 당연해요. 하지만 소리 내서 싸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건강하다는 얘기 아닐까요? 건강해서 갈등이 많은 거죠.


‘소리’는 건강하게 싸우는 방법들을 알아야겠다는 생각한다. 싸워서 이기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것이 함께 성장하는 일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방점은 ‘함께’에 찍혀 있다는 것 또한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시소라는 나무가 울창하고 푸르른 숲을 이루어 나가는 모습을 앞으로도 쭉 지켜보고 싶은 이유다.


울창한 숲으로 성장해 나가는 시소라는 나무

글 ㅣ슬리퍼 균주

사진 ㅣ슬리퍼, 시소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playseesaw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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