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나라 공화국 남이섬에 가면 자연, 유머, 예술, 자유분방함이 느껴진다. 제주도 돌 박물관에 가면 한 장인의 돌에 대한 집념과 제주도 거인 할머니 설문대할망 전설이 그대로 묻어난다. 하동 지리산 삼성궁에 가면 한민족 시원의 역사가 거대한 돌의 집적 속에 담겨있음을 느낄 수 있다. 붕어빵 골프장으로 유명한 영종도 스카이72 골프 앤 리조트에 가면 유머와 배려가 그 어느 공간보다 확연히 느껴져 주말 골퍼들을 위로한다. 공간의 힘이고 그것을 만든 사람의 힘이다. 공간은 테르와(Terroir)로서도 기능한다. 테르와는 흙, 풍토, 고유의 아우라다.
불광역 사거리의 서울혁신파크는 어떤가? 만들어진 지 5년차 공간. 아쉽지만 아직은 별로 느껴지는 게 없다. 미래청, 상상청 오픈스페이스, 특성화동 안으로 들어가면 ‘여긴 뭔가 다른데...’ 하는 느낌이 비로소 오지만 파크에 들어설 때부터 느껴지는 아우라는 약하다. 심지어 무겁기도 하다. 왜일까? 답은 모르겠지만 그래서 서울혁신센터는 2019년 9월 19일부로 ‘웃음문화 TF’를 만들었다. 공간 내에 그리고 공간의 사람들에게 웃음과 문화를 씨 내리려는 팀이다. 국내 유일한 팀일 것이다. 문화는 일단 시각적인 변화에 집중하려고 한다. 혁신은 사람이 하는 것이고 사람은 웃어야 살아난다. 하천의 청정도를 이끼가 말해준다면 공간의 생명력을 말해주는 것은 웃음이다. 그리고 그 웃음은 문화가 만들어낸다. 문화는 삶의 방식이고 살아있는 텍스트다. 클로테르 라파이유Clotaire Rapaille 정의를 빌자면 문화는 ‘각인된 코드imprinted code’로 작동하며 사람들은 그 코드를 통해 세상을 인식한다. 낭만적인 프랑스인에게 저녁 식사는 ‘연주’이지만, 미친 듯 일만 하는 미국인에게 그것이 ‘연료’인 것처럼.
우리는 파크를 혁신가 플랫폼이며 동시에 앎. 꿈. 함의 메카로 설정했지만, 그것의 코드는 웃음문화가 되기를 바란다. 웃음은 과정이고 사회혁신의 완성을 드러내는 심볼이다. 실행 지침은 ‘펀 유니크(Fun Unique)’이다. 재미있되 유니크하게 가려고 한다. 파크 헌장에도 담을 것이다. 서울혁신파크는 한국에 예가 없는 독특한 공간이다. 전 세대가 다 찾아오고 배우고 꿈꾸고 실천하는 공간이다. 혁신하는 마을이고 플랫폼이고 아카데미다. 그런데 혁신의 무게감이 부담스럽다. 그래서 우리는 말한다. 혁신은 즐거운 것이어야 한다고.
한국인에게 부족한 것이 둘 있다. 하나가 혁신문화고 또 다른 하나가 웃음문화다. 그 둘을 결합해서 ‘웃음이 있는 혁신문화’를 만들려는 것이다. 파크에서 자주 사용하는 언어들인 민주주의, 사회적, 전환, 팹시티, 공유, 순환, 창조 등도 다 무거운 말이다. 무거우면 사람들이 힘들어하고 굳어진다.
마사지, 마사지... 웃음과 문화로 마사지^^ 그래야 혁신은 세대를 넘어 오래 간다. 서울혁신파크는 궁극의 사회를 위한 혁신 공간이다. 그 궁극에 있는 것이 결국 웃음일 것이다. 파크는 사회를 웃게 만드는 공간이 되고 싶다. 서울시, 청와대에도 웃음문화팀이 있으면 좋겠다. 사회가 너무 무겁다. 우리를 웃게 하자.
글 ㅣ 황인선 서울혁신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