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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혁신파크 Nov 28. 2019

사회혁신창업가들이 만드는 변화_<11월, 공만혁>

<일곱 번째 공만혁 이야기>



사회혁신창업가들이 만드는 변화



2019 사회혁신 오픈 테이블 <공원에서 만난 혁신가>(이하 공만혁)는 "개인의 삶과 공동체의 변화를 만드는 혁신가들의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입니다. 11월 12일 저녁 7시, 상상청 2층 느티나무홀에서 열린 일곱 번째 <공만혁>은 사회혁신단체 언더독스와 함께 ‘사회혁신창업’을 주제로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언더독스는 세상을 바꾸는 사회혁신창업가를 육성하고 함께 성공하는 사회혁신 컴퍼니빌더입니다. 현재 서울혁신파크 상상청에 입주해 있죠. 이날 <공만혁>에서는 언더독스의 조상래 대표가 첫 번째 발표자이자 진행자로 나섰습니다. 조 대표는 언더독스가 어떤 일을 하는지 여러 사례를 통해 소개했습니다. 이어 그동안 언더독스가 배출한 사회혁신가들이 등장해 그들이 만들어 나가는 세상의 변화에 대해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마지막 순서로는 언더독스를 비롯한 모든 발표자가 무대로 나와, 참가자들의 질문에 답하며 사회혁신창업에 대한 이해를 돕고 현실의 어려움도 짚어 보았습니다.

급격히 쌀쌀해진 초겨울의 날씨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창업이란 주제가 묵직하게 다가와서였는지 사뭇 진지했던 그 날의 현장 분위기와 함께 나눴던 이야기를 정리해 봅니다.




‘언더독’들의 혁신을 꿈꾼다!

/ 언더독스 조상래 대표



‘언더독’의 뜻을 아시는 분 계십니까?


조상래 대표의 발표는 이 짧은 질문으로 시작했다. 이어진 그의 설명에 따르면, ‘언더독(Underdog)’은 약자라는 뜻이다. 응원하거나 지지하지 않았는데도 약자들을 보면 응원하게 되는 현상을 ‘언더독 이펙트(Underdog effect)’라고 부른다. 언더독스는 여기에서 회사 이름을 갖고 왔다. 스타트업에 뛰어드는 사회혁신가들을 보면 유능한 이들이 많은데, 그 시작은 굉장히 작은 게 현실이다. 사무실도 없고 자본도 부족하다. 그런 팀들 하나하나가 다 약자가 아닐까, 그런 그들이 혼자가 아니라 같이 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언더독의 복수형, 언더독스가 되었다.

2015년 설립 이후 많은 팀을 발굴하고 육성했지만, 그들 모두가 생존해서 엄청 큰 매출을 올리거나 사회적 임팩트를 만들고 있지는 않다고 조 대표는 말한다. 그만큼 창업은 어려운 일이며, 그 어려움은 곧 언더독스 스스로에게도 해당된다.

언더독스가 처음 집중했던 대상은 뭔가를 결심한 이들, 즉 해결하고 싶은 사회문제만(!) 갖고 있는 이들이었다. 그러니까 아직까지 팀원도 없고, 문제 해결 방법도, 어떻게 아이템을 만들어서 지속가능성을 만들어야 할지도 모르는 예비 사회혁신창업가 또는 초기 창업가들을 강인하게 코칭해서 빌드업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 결과 3, 4년 차가 돼서 투자를 받거나 매출을 내는 기업들도 생겨났다. 그들의 다음 스텝을 위해 언더독스 또한 부단히 노력하고 성장해야만 했다. 다시 말해, 언더독스는 그들이 빌드업한 창업팀들과 함께 성장해 나가고 있다.



언더독스는 창업가들의 성장 과정과 수준에 맞는 코칭을 위해 4단계로 교육을 구성한다. 때에 따라 6단계나 7단계가 되기도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1단계다. 해결하고 싶은 문제에 대해 누구보다 전문성을 갖고 그로부터 아이템을 구체화하는 것을 창업의 시작으로 보며, 이를 토대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교육은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진다. 강의와 실습, 전문 영역 워크숍, 코칭 등이 진행되며, 실제 창업 과정에 필요한 것들을 직접 만들 수 있도록 돕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교육 못지않게 중요한 게 액션이다. 창업이란 게 뭔가 듣고, 알고, 이해하고, 암기하고, 문제를 푸는 건 아니다. 결국 사용자(고객)를 만나 창업가 본인의 생각이 맞는지 계속 검증하고 답을 얻도록 최대한 밖으로 나가야 한다. 언더독스는 창업가들이 사용자를 만나러 나가도록 이끌고, 이때 뭐가 필요한지를 고민하고 준비하고 코치하는 역할을 한다.

언더독스는 교육 공간도 운영한다. 지역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일이 많은데 마땅한 공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직접 공간을 운영하면서 보니 창업팀 간에 협업도 이루어지고, 집중해서 일하는 곳으로도 쓰이고, 창업팀이 만드는 굿즈를 판매하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언더독스에 대한 사업 안내에 이어 조 대표는 최근 군산에서 진행했던 창업 프로그램의 다양한 사례를 소개했다. 군산 자체 브랜드를 단 김을 팔고 싶어서 만든 ‘군산섬김’, 군산 지역의 콘텐츠들을 영상으로 만들어내는 ‘현필름 스튜디오’, 군산의 캐릭터를 디자인하고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뜨레’, 무분별하게 방치된 군산의 옛 건물들을 보존하면서 새롭게 리모델링하는 ‘망치디자인’, 근대 건축물에 어울리는 의상과 사진촬영장소를 제공하는 ‘월명 스튜디오’, 지역과 장소가 가진 이야기들로 미션형 여행 콘텐츠를 개발하는 ‘BeAdventure’, 외국인 여행자들에게 한국의 소도시 자유여행 가이드를 제공하는 ‘so.dosi’, 군산의 숨겨진 이야기를 다룬 영상 ‘아이엠군산’ 시리즈를 제작하며 크리에이티브 교육을 하는 ‘SUPER WORKER’ 등.



이러한 지역 창업가들의 사례를 통해 그동안 멀게만 느껴졌던 사회혁신, 사회적기업, 소셜벤처가 실은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영역을 다룬다는 걸 알 수 있다. 또한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라, 그냥 디자이너, 영상제작자, 목수 등 일반 직업군의 사람들이 어느 지역에서 어떤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지, 그 다양한 가능성도 엿볼 수 있었다.



예술의 경험이 사람의 변화를 가져온다 

/ J&J 아트콘텐츠 장형지, 정원정 대표



예술로 놀면서 숲에서 크는 아이들 ‘숲 연극학교’를 기획하는 예술 콘텐츠 플랫폼 ‘J&J 아트콘텐츠’(이하 J&J)는 정원정, 장현지 두 대표가 차례로 발표를 진행했다.

J&J는 그동안 기업의 문화예술 기반 사회공헌사업과 관련 연구사업들을 진행해 왔다. 아이들의 잠재된 예술적 재능을 찾아내거나, 장애인 가족들의 마음을 치유하고 관계를 강화하는 프로그램, 보육원 청소년들의 자립을 응원하는 뮤지컬 프로그램 등이 바로 그것. 또한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의 이야기를 연극으로 풀어내고, 여성폭력예방과 피해자의 건강한 사회복지를 위해 여성폭력 인식 개선을 위한 순회공연을 여는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예술의 경험이 사람의 변화를 가져온다는 확신을 하게 되었고, 예술가들에게 일거리가 필요하다는 생각도 하게 됐다.



이런 과정에서 J&J는 기획자이자 연구자로서 예술 시장을 확대하고, 예술가와 예술단체의 일거리를 창출하며, 예술의 사회적 가치를 널리 전파하겠다는 생각으로 팀을 꾸렸다. 더불어 우리 사회에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함으로써 예술과 사회를 연결하는 매개자로서 역할을 하겠다는 꿈도 갖게 되었다.

그들은 먼저 예술교육에 초점을 맞춰 사업을 시작했다. 현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떠올려보면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밖에서 뛰어놀기보다는 학습 중심의 사교육을 받는 모습이 떠오른다. 스마트폰 의존 정도가 점점 심해지다 보면 영유아 스마트폰 중독으로 인해 사회성 발달이 지연되는 ADHD, 틱장애, 발달장애까지 초래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또한 학습 중심의 사교육은 피동적인 존재로 아이들을 만들게 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물론 학부모들은 아이들에게 더욱 다양한 경험을 시켜주기 위해 노력하지만, 이러한 것들조차 교사가 주도하는 하나의 교육 커리큘럼처럼 진행된다는 점이 아쉽다고.



정말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경험은 무엇일까? 그리고 부모들은 어떤 교육을 기대하고 있을까? 그 해답으로 J&J는 연극이라는 장르를 선택했다. 연극은 현재 예술교육현장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장르지만, 함께 느끼고 상상하고 체험하고 소통하고 공감하는 예술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요구되는 미래 인재상은 비판적 창의력, 문제해결능력, 의사소통능력, 공감능력 등을 갖추어야 한다. 연극은 바로 이런 능력들을 강화할 수 있는 장르다.

여기에 아이들이 감성을 일깨우고, 해방감을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숲을 선택했다. 숲은 아이를 아이답게 길러낼 수 있는 공간이며, 내면의 감성을 일깨우고, 학습능력, 정서적, 인지적, 사회적 기능까지 향상할 수 있다. 이런 자유로운 공간인 숲에 창의력, 비판적 사고력을 향상할 수 있는 연극이 결합해 숲에서는 심리적 자유로움과 자연과의 교감을, 연극을 통해서는 상상의 즐거움을 전달하는 숲연극학교를 만들어가고 있다.



끝으로, 장 대표는 아직은 작은 발걸음이지만 숲에서의 유아예술교육, 통합예술교육 콘텐츠를 꾸준히 발전시켜서 J&J가 꿈꾸는 가치를 사회에 실현해나가도록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반려견을 위한 건강한 자연식

/ 어니스트밀 박재현 대표



어니스트밀은 ‘반려견들은 평생 똑같은 사료만 먹어야 할까?’라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된 회사다. 지금과 같은 사료의 형태가 처음 등장했던 건 1860년대로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료 시장의 80~90%를 차지하고 있다. 어니스트밀은 반려견들이 매일 먹는 음식을 바꾸기로 했다. 건사료가 아닌 사람이 먹어도 괜찮은 화식(火食)으로!

반려견 화식과 건사료의 주요한 차이점은 재료다. 건사료는 실제 생고기를 쓰는 게 아니라 ‘육분’이라고 하는 고기 찌꺼기 같은 것들을 활용하는데, 어니스트밀의 반려견 화식은 ‘휴먼그레이드(human grade)’라고 해서, 일반적으로 사람이 먹는 것과 같은 재료로 만든다. 건사료는 유통기한이 1~2년으로 화학물질을 첨가하는 반면, 어니스트밀의 반려견 화식은 화학물질이 전혀 첨가되지 않은 자연식이다. 조리방식은 사람이 먹는 음식과 동일하다. 찌고 삶고 볶아서 영양이나 맛이나 향이 최대한 살아날 수 있게 만들고 있다는 게 박재현 대표의 설명이다.



건사료와 자연식의 가장 큰 차이점은 신선도에 있다. 앞서 말했듯 건사료는 유통기한이 길고, 제조일자를 표시하지 않는다. 하지만 자연식은 언제 만들었는지를 중요시하고 2개월 이내에 섭취할 수 있도록 한다. 어니스트밀의 경우 주문제작 위주여서, 주문한 고객의 반려견 몸무게에 맞춘 식사량을 조리해 배송을 하는데, 50가지 정도의 신선한 재료를 사용해 8가지 메뉴를 만들고 있다고 한다. 반려견의 유전적 특성을 고려해 고기와 과채의 비율을 7:3으로 구성하고, 동물에게 필요한 5대 영양소가 골고루 섭취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박 대표에 따르면 건사료는 일단 기름기가 많아서 살이 찌는 경향이 있고, 냄새도 비릿하고 역하다. 그래서인지 반려견들이 사료를 잘 안 먹으려고 하는 경우가 많아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게다가 사료에 첨가된 화학물질로 인해 반려견의 건강이 안 좋아지거나 트러블이 생기고, 변 냄새도 안 좋다고 한다. 이와 반대로 자연식으로 바꾸면 가장 좋은 점은 반려견들이 굉장히 잘 먹는다는 것이다. 반려견들도 먹는 것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동물이기에 식사시간이 즐거워진다고. 또한 건강한 음식을 먹기 때문에 관절이 튼튼해지고 피부도 좋아진다고 한다. 어니스트밀은 피부나 관절에 특화된 메뉴 등 반려견 건강에 맞춘 음식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어니스트밀의 노력은 고객들의 리뷰로 증명된다. 2017년 회사 설립 후 지금까지 약 1만개 정도의 구매후기가 올라왔는데, 평점도 좋고 실제로 반려견이 밥도 잘 먹고 건강이 좋아졌다는 후기들이 많다고. 이런 고객들의 반응을 볼 때마다 뿌듯하고 더 사업을 잘 꾸려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박 대표. 고객들의 성원에 힘입어 얼마전 오픈한 홈페이지를 통해 고객이 1주일 간 8가지 메뉴를 반려견에게 제공하며 실제 어떤 변화들이 있는지 체크할 수 있는 ‘케어노트’ 서비스를 새롭게 시작했다. 또한 생고기와 생채소를 건사료 형태로 만든 선식도 조만간 선보일 예정이다. 반려견들에게 좋은 음식을 제공하는 브랜드로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어니스트밀의 내일이 기대된다.



서로의 ‘나다움’을 존중하는 사회

/ 유니콘 오지연 대표



‘유니콘’은 ‘YOU N I’(너와 나)와 ‘ICON’(우상)의 합성어로, 너와 내가 각자의 아이콘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뜻을 갖고 있다. 오지연 대표는 아이들의 성에 주목하는 기업이라고 ‘유니콘’을 소개했다. 언더독스 창업프로그램을 통해 창업한 지 1년 정도 된 유니콘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성별로 인한 갈등과 성혐오, 부적절한 성 문화를 해결하고자 아이들의 성장 단계에 맞는 성교육 서비스를 제공한다.

오 대표가 이런 성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대학 때였다. 학보사 기자로 활동했던 까닭에 늘 교내 부착된 대자보들을 눈여겨보곤 했는데, 2018년부터인가 미투운동이나 버닝썬과 같은 사회이슈를 다룬 대자보에는 어김없이 험악한 낙서와 욕이 달리거나 찢기는 일들이 발생했다. 거기에 더 심한 욕이 달리기도 하고 관내 기자들이 취재를 하러 오기도 했다. 오 대표는 화가 났다. 그가 1학년일 때만 해도 그렇지 않았는데, 몇 년 사이 이런 혐오와 갈등이 생겨난 것일까? 결국 오 대표는 학보사 후배들과 함께 논의를 이어간 끝에 관련된 콘텐츠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그렇게 유니콘이 시작되었다.



유니콘은 얼마전 카카오 임팩트 재단과 우리 사회에 성혐오 표현이 얼마나 심각한지 조사해 보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10~30대 청소년과 성인들의 대상으로 본인들이 실제로 들어본 성혐오 표현은 무엇인지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주로 10대들의 입을 통해서 심각한 수준의 성혐오 표현들을 듣게 되었는데, 10대들이 이런 표현들을 접하는 곳은 인터넷 상인 것으로 조사됐다.

성혐오 표현의 문제는 단순히 그걸 말로 내뱉어서가 아니라 실제 폭력을 선동하게 된다는 것에 있다. 또한 혐오표현을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끊임없이 자신의 밑바닥을 들춰내게 한다는 점에 있다. 단지 자신이 특정 성별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그런 혐오표현을 들어야 한다는 게 너무 힘들다는 어느 인터뷰이의 이야기. 유니콘은 이런 문제점들을 해결하고자 했다.



조사 결과 대부분의 성혐오 표현은 놀랍게도 초등학교 때부터 많이 쓰이고 있었다. 또래들이 사용하니까, 관계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어떤 문제의식도 없이,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썼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그들이 막상 성혐오에 동조하느냐 하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냥 유행어처럼 사용한 이런 표현들이 결국은 나 자신에게도 피해로 돌아온다는 것을 아이들은 모른다.

아이들의 성혐오 표현을 줄이기 위한 성교육은 실제 어느 섹터에서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학교와 학부모가 그 역할을 담당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들이 있다. 유네스코에서 제공하는 포괄적인 성교육 가이드라인은 신체발달, 건강, 임신과 출산, 성병에 관한 내용을 다룬다. 최근에는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관계나 젠더, 가치와 다양성에 관한 것까지 섭렵하고 있다. 성이라는 건 나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관계 속에서 발행되는 문제들이 훨씬 많고, 관계 속에서 이해해야 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유니콘은 이러한 가이드라인에 맞춰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우선 아이들의 신체발달과 인지발달 수준에 맞춰 아이들에게 필요한 내용을 정하고, 직접 상담을 통해 맞춤 커리큘럼을 제작한다. 또한 성인지 감수성을 키울 수 있는 참여형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성별로 인해 아이들이 갖고 있는 잠재력이 사라지지 않도록 돕는다. 이를 통해 나를 나답게 표현하고 즐길 수 있고, 반대로 타인의 ‘나다움’도 존중해 줄 수 있는 사회, 그것이 바로 유니콘이 만들고 싶은 변화이다.



코코넛 농부들과 함께 만드는 세상

/ 히든앤코 우준석 대표



코코넛 농부들의 모습을 담은 영상으로 발표를 시작한 우준석 대표는 세상에 숨겨진 가치를 발견하고 브랜딩을 통해 이를 보여주고자 한다는 히든앤코의 경영 철학에 대해 설명했다. 히든앤코는 2017년 설립한 회사로, ‘히든테이스트'라는 코코넛 오일 브랜드를 운영한다. 그들이 함께하고 싶은 가치와 파트너, 그 첫 번째는 코코넛과 이를 생산하는 코코넛 농부들이었다.



왜 코코넛이었을까? 동남아시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코코넛, 그 중에서도 필리핀은 전세계 코코넛 수출량 1위인 나라이다. 코코넛 오일은 전세계 수출량 2위인 만큼 필리핀에서 코코넛은 엄청나게 중요하다. 필리핀 인구가 총 1억 명인데, 국민 5명 중 1명은 코코넛과 연관된 산업에 종사한다고 한다. 340만명의 코코넛 농부들, 그중 60% 이상은 하루 1.9달러밖에 벌지 못하는 절대 빈곤층이다. 히든앤코가 주목하고 의구심을 품은 건 바로 이 부분이었다. 수십년 동안 바뀌지 않았던, 도착화된 사회문제의 가장 큰 원인은 중간 상인들이 엄청난 폭리를 취한다는 데 있었다. 정작 코코넛을 수확하기 위해 목숨을 잃을만큼 위험하고 힘든 일을 하는 건 농부들이지만, 대기업의 횡포와 중간 상인들의 통제 속에서 불안정한 시급을 받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코코넛의 품질은 떨어지게 되고 시중에는 저품질의 오일들이 유통되고 있다.



히든앤코는 농부의 성공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그리고는 소비자들이 반응할 만한 품질 좋고 매력 있는 코코넛 오일을 생산하자는 결론에 이른다. 단순히 가치만 내세워서는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브랜딩이나 디자인 같은, 외부로 보이는 이미지에 더 신경을 쓰는 이유도 그래서다.

무엇보다 그들은 코코넛 농부들에게 기존의 공정무역 거래 대비 3배의 임금을 지불할 수 있었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중간 상인들의 폭리로 코코넛 열매의 원가가 낮아져 있기 때문이다. 또한 농부들의 작업시간과 강도를 낮추는 방법도 고민했다. 코코넛 오일의 경우 말린 과육이나 생과육 모두 사용 가능한데, 말린 과육을 사용하게 되면 농부들이 엄청난 강노동에 시달려야 한다. 그래서 히든앤코는 생과육 열매만을 수거해서 타 브랜드와는 차별되는 품질 좋은 코코넛 오일을 생산하기 위해 시스템을 만들었다. 11개월 정도 된 코코넛 열매로 최적의 오일을 만들 수 있다는 걸 알고, 적정량의 선별 수확을 통해 노동시간은 줄이고 대신 코코넛 나무를 관리할 수 있는 식이다. 생산 및 제조과정에서 현지인들에게 도움이 되는 소셜 임팩트를 만들고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는 것이 그들의 목표다.



이런 노력의 결과, 히든테이스트 코코넛 오일은 마켓컬리에 단독으로 입점하고 두레생협에도 입점해 있다. 쿠팡에서는 로켓배송을 하고 있고, 홈쇼핑에도 진출했다. 또한 신세계 백화점 전 지점에도 납품할 수 있게 되었다. 직접 발로 뛰기보다는 MD들이 먼저 연락이 오는 경우가 많다. 좀 더 매력적인 채널에 들어가기 위해 노력했는데, 서서히 반응이 오는 것 같다고 우 대표는 말한다.

어느 정도 수익구조를 만들고 난 후 필리핀 현지 마을에 기부금을 지원하기도 했다. 서울혁신파크 상상청에 함께 입주해 있는 ‘공감아이’와 함께 현지 주민의 존엄성을 회복하는 사진 치유 활동도 하고 있다. 그밖에 코코넛 오일이 팔릴 때마다 농부의 자녀들을 위한 기금이 적립된다거나, 현지 NGO와 함께 장학사업을 하는 등 보다 다양하게 농부들의 삶에 도움이 되는 일들을 벌여나가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올해 말에는 신제품 런칭도 앞두고 있는 히든앤코는 국내 1위 코코넛 오일 업체가 되는 게 목표다. 차근차근 걸어나가는 그들의 행보를 응원한다.





언더독스를 비롯하여 다섯 팀의 발표가 끝난 후 다 같이 다시 무대로 모여 앉았습니다. 발표를 듣고 난 후 궁금한 점이 생긴 참여자들은 사회적 인식이나 인프라, 수요가 부족할 것 같은 지역에서 사회혁신창업을 하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이 아닌지, 다양한 가치에 공감하는 협업자는 어떻게 만나는지, 가장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일은 어떻게 하는지 등을 질문했습니다. 창업 관련 공통 질문에 대해 언더독스의 조 대표는 물론 지방의 인프라가 부족한 건 사실이나 대개 창업은 지역에 상관 없이 어렵다고 이야기합니다. 히든앤코의 우 대표는 협업자를 만나는 일은 기업의 가치와 협업자의 가치, 마음이 얼마나 잘 맞는지가 중요한 것 같다고 설명합니다.




개별 창업가들에게도 사업을 하면서 어려운 부분이나 비즈니스 모델 관련한 질문들이 이어졌는데, J&J의 정 대표는 역시나 수익 창출과 관련해서 아직은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으며, 숲 공간 활용 및 실내외 콘텐츠가 함께 이루어지는 방식을 고민 중이라고 합니다. 어니스트밀은 고양이 사료는 만들 계획이 없냐는 질문에 고양이 사료 런칭보다는 펫용품이나 펫음식 플랫폼과 함께 PB상품으로 고양이 상품을 기획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유니콘에게는 성교육 관련해서 남자 강사를 양성할 계획은 없느냐는 질문이 들어왔고, 이에 오 대표는 실제 중・고등학교 교육 시 남자 강사가 가면 청소년들이 더 많은 이야기를 한다고 얘기하며 남자 보조강사나 팀원 영입 계획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끝으로, <공만혁>의 기획자, 이영동 서울혁신센터 매니저는 “사회혁신이 무겁다고 여기기도 하지만 실제로 우리 일상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는 서비스와 콘텐츠가 많다”며, “오늘 이 자리를 빌어 평소 어렵게 여겼을 사회혁신에 대한 이해가 잘 되었기를 바란다”는 멘트로 행사를 마무리했습니다.




취재 & 글_ 슬리퍼

자료제공_서울혁신센터 기획전략실 협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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