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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혁신파크 Nov 28. 2019

바야흐로 옥상의 계절, 서울혁신파크 옥상축제를 가다

‘가을은 모든 잎이 꽃이 되는 두 번째 봄이다.’ 프랑스 작가 알베르 까뮈는 가을을 이렇게 표현합니다. 생명과 움직임으로 가득 찬 봄과 여름이 지나고 어느새 곳곳에 따스한 두 번째 봄이 왔습니다. 서울혁신파크에도 따사로운 가을볕이 가득한데요. 피아노 숲의 단풍나무 아래, 중정의 나지막한 돌계단 위에, 그리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활짝 열린 옥상 곳곳에 벌써 가을이 성큼 다가와 있습니다. 바야흐로 옥상의 계절을 맞은 지난 11월 2일, 서울혁신파크에서는 6월에 이어 두 번째 옥상축제가 열렸습니다. 풍요로운 나뭇잎이 찬란하게 빛나던 옥상 풍경을 전해 드립니다.



마주하고 함께 여는 시민의 옥상


도시에 사는 요즘 사람들은 옥상이나 마당에서의 추억이 많지 않을 듯 합니다. 주거형태가 변하면서 다세대 주택이나 아파트처럼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옥상이나 마당이 없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죠. 옥상에 텃밭을 가꾸고, 가족과 친구들이 모여 고기를 구워 먹거나, 여름 밤하늘을 구경하는 일은 이제 드라마 속에서나 흔한 일이 된 것 같습니다. 함께 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 줄어들면서 사람들끼리 마주하고 즐거운 작당을 하는 일도 적어지는 듯해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서울혁신파크에는 옥상을 시민의 열린 공간으로 돌려주고 싶은 활동가들이 모여 만든 <열린옥상> 시민단체가 있습니다. 이들은 작년부터 서울혁신파크 안에 있는 8개의 옥상을 시민의 공간으로 돌려주는 ‘옥상 공유지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는데요. 지난 4월 ‘옥상에 봄이 오나 봄’ 행사를 통해 시민들과 옥상 텃밭을 가꾸며 봄의 문을 열었고, 6월에는 옥상놀이터 축제 ‘플레이서울 2019’를 열어 많은 시민과 함께 옥상에 대한 새로운 상상력을 키웠습니다. 이밖에도 작은결혼식, 루프탑음악제, 해먹책방, 공유캠핑 등 50여 개의 크고 작은 이벤트들이 2019년 파크의 옥상 곳곳을 유쾌한 웃음소리와 따뜻한 온기로 가득 채웠습니다.



지난 11월 2일에는 가을맞이 ‘2019 서울혁신파크 옥상축제’가 열렸는데요. 이번 축제는 지난 봄부터 이어져 온 옥상 활동의 결실 같은 자리였습니다. 특히 가족 단위의 방문객이 많이 눈에 띄었습니다. 주말을 맞아 서울혁신파크를 찾은 가족들은 준비된 다양한 전시와 야외활동, 공연을 즐기며 하루를 보냈습니다. 특히 목공체험, 상호지지구조 놀이와 줄놀이, 파쿠르와 같이 여럿이 함께할 때 더욱 즐거운 활동들이 다양하게 진행되어 큰 호응을 받았는데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던 그 날의 현장을 소개합니다.


어서 오세요, 열린 옥상으로


풍경1. 옥상에 올라가 보는 여유를 바라요 ‘옥상에 가면 글, 그림 전시’


상상청 건물에 들어서자 눈에 띄는 전시가 가장 먼저 방문객을 반겨주었습니다. 옥상의 가장 특별했던 순간을 담은 작품들이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따라 전시돼 있었는데요. 옥상을 주제로 오일파스텔을 활용한 작품을 그리는 ‘깡그리’ 작가와 옥상에서 바라본 풍경에 어울리는 가사를 캘리그라피로 노래하는 ‘오램’ 작가의 전시였습니다. 두 작가는 옥상이 위로와 환기의 공간이라고 말합니다. ‘오램’ 작가는 ‘루프탑 플레이리스트’로 사람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깡그리’ 작가는 일상 풍경 속에서 옥상이 주는 환기의 경험을 함께 나눕니다. 사람들이 옥상에 올라가 보는 마음의 여유를 얻기를 바라는 두 작가의 온기가 느껴지는 전시였습니다.



풍경2. 모으고, 잇고, 쌓아서 만들어요 ‘목공체험장’


연결동 3층 옥상으로 들어서자 신이 난 웃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아이들이 부모님과 함께 버려진 나무를 활용한 나무 조각들로 이것저것 원하는 모양을 만들고 있었는데요. 목공풀을 손가락에 잔뜩 문지르며 나무 조각을 붙여가는 동안 어느새 자동차와 집, 탱크가 아이들의 손끝에서 완성되었습니다. 집중하는 아이들 곁에는 아이들만큼이나 즐거워 보이는 부모님들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각자의 작품을 만들고 있었는데요. “네가 만든 건 뭐야?”, “그 조각 제가 써도 될까요?” 오가는 대화 속에 어색했던 사람들의 사이도 목공풀로 붙인 듯 가까워지는 듯했습니다.



풍경3. 여럿이 아니면 할 수 없어요 ‘상호지지구조와 줄놀이’


옥상의 한쪽에서는 납작한 판들의 홈을 맞추어 둥근 구조물을 만드는 상호지지구조 놀이가 한창이었습니다. 아이들의 몸집보다 큰 구조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여럿이 함께 둘러앉아 하나하나 홈을 맞대어야 했는데요. 놀이 전문가 선생님의 도움으로 아이들은 금세 돔 형태의 큰 구조물을 만들어 냈습니다. 다른 한쪽에서는 여러 갈래의 긴 줄을 잡은 사람들이 둥글게 모여 앉아 가운데 놓인 장난감을 목표 지점까지 옮기는 놀이가 진행되고 있었는데요. “어,어, 그쪽으로 더 당겨야 해!”, “으악, 거기가 더 올라가야 해!”하며 즐거운 함성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동안 분위기는 금방 달아올랐습니다. 여러 번의 실패 끝에 얻은 성공의 교훈은 서로 힘을 줘서 당기면 실패할 가능성이 크고, 다 같이 힘을 빼야 내려놓을 수 있다는 것이었어요.



풍경4. 떨어지면 다시 하면 돼요 ‘파쿠르 몸놀이’


상상청 1층 앞마당에서는 가족, 어린이, 청년들이 함께 파쿠르 몸놀이를 즐겼습니다. 안전하게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을 만나기 어려운 아이들에게 다양한 장애물에 마음껏 오르고, 뛰어내리며 몸놀이를 하는 시간은 무척이나 즐거워 보였는데요. 전문가들에게 기초 이동기술을 배우고 여러 형태의 장애물에 도전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진지하면서도 참 반짝거렸습니다. “이제부터는 스스로 해결하는 거예요” 몸놀이를 통해 첫발을 뗀 아이들은 스스로 할 수 있는 용기를 얻었고, 나아가기를 두려워하는 아이들은 “떨어지면 다시 하면 돼요”라는 응원 속에 도움을 주는 누군가가 늘 곁에 있다는 믿음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풍경5. 몸과 마음에 온기를 불어넣어요 ‘옥상식물마켓 & 와인파티’


울긋불긋한 단풍이 머리 위로 내려앉은 옥상 한편에는 푸릇한 식물들이 방문객들을 기다리고 있었는데요. 옥상에서 기르기 적합한 식물들을 소개하는 옥상식물마켓이 열려 관심 있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다양한 식물들의 특징과 재배 방법에 대해 자세한 설명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따뜻한 물에 족욕을 하는 자리도 준비되어 있었는데요. 편한 의자에 앉아 단풍을 바라보며 발을 담그면 일상의 피로를 다 잊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하늘이 나뭇잎처럼 빨갛게 물들기 시작할 무렵에는 와인파티가 열렸습니다. 축제를 찾은 사람들은 활짝 열린 마음으로 서로 인사와 이야기를 나누며 따뜻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풍경6. 열린 옥상처럼 마음을 열고 들어요 ‘뮤직북토크쑈 & 브라질 삼바 음악공원 & 꿈꾸는 옥상콘서트’


축제의 현장에는 온종일 이 계절과 잘 어울리는 음악과 강연이 이어졌습니다. 뮤직북토크쑈에서는 표정훈 작가와 YTN 음악방송 김재용 프로듀서의 다양한 책과 그림, 음악에 대한 깊이 있는 설명을 들을 수 있었는데요. 옥상의 열린 공간에서 오페라와 뮤지컬을 감상하는 경험은 잊지 못할 좋은 추억이 되었습니다. 따뜻한 음률이 인상적인 브라질리언 음악 공연에는 많은 사람들이 어깨를 들썩이며 함께 했습니다. “열린 옥상처럼 마음을 열고 들어주세요”라는 공연팀의 이야기에 모두 하나가 되었지요. 반짝반짝 불빛이 따뜻했던 저녁에는 청소년 타악팀 DO DREAM과 뮤지션 김영근씨의 공연이 이어져 긴 하루의 여운을 나누었습니다.



‘열린옥상’과 함께 한 서울혁신파크의 가을 옥상은 올해로 두 번째를 맞이했습니다. 두 해의 시간 동안 서울혁신파크의 옥상은 시민에게 활짝 열렸고, 다양한 사람들이 열린 공간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왔습니다. 이제 겨울바람의 한기로 옥상의 움직임이 잦아드는 계절이 찾아옵니다. 하지만 또 해가 나고 따뜻한 기운이 느껴지는 봄이 오면 옥상에서 따뜻한 경험과 추억을 쌓은 사람들이 다시 볕을 쬐고 온기를 나누러 다시 옥상으로 나오겠지요? 차가운 겨울 동안 우리는 또 열심히 안으로 자라 더 풍성하고 다채로운 옥상 풍경을 그려내기 위한 준비를 해야할 것 같습니다. 내년에도 옥상에서 또 만나요.




글 ㅣ 노율

사진 ㅣ 노율, 빛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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