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울혁신파크 Dec 24. 2019

[굿바이 2019] 그러니 오늘도 나를 사랑할 수밖에

해마다 12월이 되면 다이어리에 그 해 행복했던 일과 아쉬웠던 일, 다음 해의 목표와 다짐들을 빼곡히 적어보곤 한다. 일종의 ‘해 보내기’ 의식인데, 문득 올해는 이 의식을 파크 사람들과 함께 거행하고 싶어졌다. 파크를 돌아다니며 눈 마주친 이들에게 2019년 자신이 한 일 중 가장 칭찬해주고 싶었던 일, 2020년에 가장 집중하고 싶은 일은 뭔지 물었다. 누군가는 많이 바빴고, 누군가는 인생의 큰 깨달음을 얻은 듯했다. 소소한 행복은 그 사이사이에 알맞게 놓여져 있었다. 자신을 칭찬하는 일은 낯설었지만, 다행히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정말 수고했어”, “잘했어” 스스로를 한껏 안아주는 이도 있었다. 그런 그들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왠지 모르게 지금의 ‘나’를 좀 더 아끼고 격려하고 사랑하고 싶어졌다. 그리곤 파크 사람들과 함께 채운 다이어리의 마지막 페이지에 이 한 문장을 적어 넣었다. “LOVE MYSELF!”




열심히 달리다 발견한 오아시스


이제 자유로움을 선택하려 합니다

/ 이용일 은평구 시민


올해 가장 칭찬하고 싶은 일 중 하나는, 아들의 진로를 자율에 맡기기로 한 거예요. 그 전엔 제가 관여를 많이 했는데, 이제는 아들의 인생이니 믿어주고 정신적인 지원만 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죠. 그리고 개인적으로 공부를 시작해서 게을리하지 않았던 점도 칭찬하고 싶어요. (어떤 공부인가요?)오랫동안 면세점에서 일해 왔는데, 서비스 부분에 동양 철학을 접목하는 공부를 했어요. 올해 환갑이 되었는데, 그동안 뭐 하고 살았는지 회고하게 되더라고요. 그 부분을 집약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공부를 시작했어요. 일종의 중간점검 같은 거죠. (내년 목표가 있다면?)자유로움을 선택하려고 해요. 지금까지 전 자유롭지 않은 선택을 많이 한 것 같아요. 구애받지 않고 소신 있게, 내 순수한 의지를 갖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사실 나이를 먹으면서 어른이 된다는 게 두렵기 시작했어요. 떠 밀리면서 어른으로 전진해 가는 거죠. 이제는 흔들리지 않는 어른이 되어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지역에 내려가 자그마한 집을 짓고 싶어요

/ 이르 비전화카페 카페지기


올해 ‘그린 우드워킹’을 배웠어요. 전기를 사용하지 않고 주변에 버려진 나무를 이용해 물건을 만드는 일인데, 태풍에 쓰러지거나 가지치기한 나뭇가지 등을 사용하죠. 이걸 독학으로 배워서 작업한 자신을 칭찬하고 싶어요. (독학이 가능한 거예요?)비전화제작자 과정을 통해 목공을 배워서 접근이 쉽기는 했지만, 행동력만 좋으면 누구나 할 수 있어요. 저는 숟가락, 젓가락, 그릇, 집게 등을 만들었는데, 집 근처에 벌목하고 난 후 버려진 나무들이 많아서 그걸 사용했어요. (내년에 집중하고 싶은 것이 있나요?)머릿속으로 계획한 일들은 정말 많은데 그 중 하나는 지역에 내려가 자그마한 집이나 창고라도 만들어 보고 싶은 거예요.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공간, 차 소리가 나지 않는 공간에서 쉼을 가지고 싶어요. (그곳에서 사실 건가요?)살고 싶지만, 아직 그만한 철학이나 내용이 쌓여있지는 않아서요. 조금씩 삶의 공간을 옮기고 싶어요. 생각하고 있는 장소는 순천이에요.



은퇴 후 평생 같이 갈 친구를 만났어요

/ 강재덕 은평구 시민


50플러스센터에 온 것이 2019년에 가장 칭찬할 만한 일 같아요. 올해 저는 30여 년 다닌 직장을 정리했어요. 그만둔 후 이제 뭘 할까 참 많이 고민하다가 이곳에서 성악과 스케치를 배우기 시작했죠. 아주 오랜만에 하려니 서툴지만 참 재미있어요. 직장 다닐 때는 하고 싶어도 필요한 일이 아니니 하지 못했어요. (취미를 찾으신 건가요?)취미보다는 평생 같이 갈 친구라는 생각이 들어요. 오늘은 성악 교실이 종강이라서 발표회를 했어요. ‘그 집 앞’이라는 가곡을 독창했는데, 기분이 남달랐어요. 내년에는 올해 배운 것을 더 발전시키고 싶어요. 그리고 이제 여유가 좀 생겼으니까 그동안 제가 받았던 것들을 사회에 돌려주고 싶어요. 지금은 새로운 출발선에 있다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자신에게 해 주고 싶은 한 마디?)“어… 수고했고, 조금은 더 자신감을 가져도 된다. 그 말을 해 주고 싶었어.”



여전히 뜨거운 새해를 맞이할 당신에게


회사는 양적인 성장을, 저는 살 빼기를 꿈꿉니다

/ 윤태환 히든앤코 매니저

바쁜 와중에도 자기계발에 시간을 많이 썼던 저를 칭찬해 주고 싶어요. 퇴근 후에도 학원에 다니면서 일 외적으로 시간을 쏟은 거 같아요. 저는 회사에서 영업과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데, 배운 내용들을 업무에 연관시키려 노력하고 있어요. (히든앤코는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요?)코코넛 오일을 만드는 회사에요. 공정무역 원칙을 지켜나가며 필리핀의 코코넛 농부들에게 정당한 임금을 제공하고, 삶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죠. 또한, 소비자에게 질 좋은 제품을 전달할 수 있도록 힘쓰고 있어요. 2020년 히든앤코의 꿈은 양적인 성장이에요. 하고 싶은 일이 많아서 직원도, 공간도 더 늘리고 싶어요. 특히 물류창고가 꼭 필요해요. 개인적으로는 전문성을 키워서 사내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적극적으로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살을 좀 빼고 싶습니다. “태환아 살 좀 빼자!”



많이 고생했고, 수고했고, 잘했어

/ 강정완 두레생협 활동가

올해 바쁘게 열심히 살았던 거 같아요. 새로운 것들을 배우고 새로운 도전을 했다는 것을 칭찬해 주고 싶어요. 커피 마시는 것만 좋아하다가 제가 직접 내리고 싶어서 바리스타도 배우고, 로스팅도 배웠어요. 오전 내내 수업을 듣고 바로 출근했지요. 나중에 업을 변경해서 커피 관련한 일을 해 보고 싶어요. (내년에는 어떤 일에 집중하고 싶어요?)올해는 이렇게 바쁘게 살았지만 내년에는 좀 심플하고 환경에 보탬이 되는 삶을 살고 싶어요. 요즘 ‘제로웨이스트’라든가 ‘미니멀리즘’을 많이 이야기하잖아요. 생활 속에서 일회용품이나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싶어요. 지금도 하고는 있지만 바빠서 제대로 안 되고 있어요. 내년에는 여유를 가지고 살면서 환경적으로 도움이 되는 삶, 제 주관에 맞는 삶을 살고 싶어요. (2019년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한 마디?)“많이 고생했고, 수고했고, 잘했어.”



일로 번아웃된 나를 일로 이겨냈어요

/ 맹지연 소셜스티치연수동 위탁운영기업 매니저

정말 올해는 일만 한 것 같아요. 사실 일에 초점이 맞춰진 시기이기도 했고요. 개인적으로나, 조직적으로나 이곳 연수동을 풍성한 공간으로 꾸며낸 것이 정말 잘한 것 같아서 칭찬해 주고 싶어요. 처음에 혼자 이곳을 관리하면서 기본적인 시스템을 잡아가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어요. 그러다 안정화 되면서 협업을 통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지요. 생각보다 만족도가 높아서, 정말 힘들었지만 즐거웠어요. (일이 끊이지가 않네요?)사실 처음 여기 왔을 때는 ‘번아웃’이 왔었어요. 하지만 동료가 생기고 다양한 것을 시도해 나가면서 이겨냈어요. (일을 일로 이겨냈네요?)네, 그런 저를 칭찬하고 싶어요. 저는 항상 좋은 동료에 대한 고민과 갈증이 있었는데요. 올해 ‘빌라선샤인’이라는 일하는 여성들의 커뮤니티에 들어가면서 그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었던 것도 기억에 남아요. (내년에는 어떤 일에 집중하고 싶으세요?)제 강점을 살려서 조직의 시스템을 잡아보고 싶어요. 어차피 일하는 시간이 제 삶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면 최대한 잘하는 일, 강점을 살려 일하면서 내 삶을 알차게 쓰자고 생각하고 있어요.



저에게 상처주지 않고 잘 살아낼 거예요

/ 나혜린 티팟 문화기획자

첫 번 째는, 대학을 졸업한 것, 두 번째는 취업한 것, 세 번째는 뿌듯할 정도로 열심히 일을 한 것을 칭찬해주고 싶어요. 혹시 칵테일 만드는 것 보신 적 있으세요? 바텐더가 재료를 짜고 비틀고 손으로 온갖 잔기술을 쓰는데, 만들어지는 건 칵테일 딱 한 잔이거든요. 제가 맡은 홍보 업무도 비슷하더라고요. 챙겨야 할 디테일한 일들이 많아요. 그것 하나하나 놓치지 않으면서 열심히 해낸 저를 칭찬해주고 싶어요. (내년엔 어떤 일에 집중하고 싶어요?)내년에는 제 삶을 잘 살아내고 싶어요. 음... 올해 뉴스를 보면 아깝게 목숨을 끊은 사람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보면 다 제 또래거든요. 그런 친구들이 안전하게 잘 살 수 있는 세상... 세상을 구하고 싶다 뭐 그런 거창한 건 아니고요. 우선 제 주변부터라도, 그리고 저 스스로에게도 상처주지 않으면서 제 삶을 잘 살아내고 싶어요. 버티는 것 말고요.




나를 찾아가는 행복한 여정의 첫걸음


아침에 일찍 일어나 이불 개기

/ 이재혁 시민

올해 4월에 제대했어요. 제대하면서 세운 목표가 ‘사회에 나와서도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이불을 개고 나오기’인데요. 그 목표를 잘 실천하고 있는 저를 칭찬하고 싶습니다. 사실 매일 하기 쉽지 않아요. 제대 후 무기력함에서 벗어나기 힘든 것 같아요. 가끔은 알람을 못 들어서 엄마가 깨워 주시는데요. 그래도 꾸준히 하고 있어요. 저는 지금 기자 시험 보려고 준비 중이라 종종 혁신파크에 나와서 공부를 하고 있어요. (혁신파크는 어떻게 알게 되셨어요?)봉사활동을 이곳에서 한 적이 있어서 익숙해요. ‘타래유니버스’ 대표님과 친분이 있어서 16년부터 3년간 꾸준히 봉사활동을 했어요. 내년에는 마라톤 하프코스 완주하는 걸 목표로 삼고 있어요. 그걸 위해 매일매일 5킬로 정도 뛰면서 체력을 키울 생각입니다.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대안학교에 왔어요

/ 타타 하자작업장학교 학생

‘오디세이학교’를 마치고 일반 학교로 돌아가지 않았어요. 일반 학교 친구를 봤을 때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이 없으니, 공부에만 몰두하는 걸 봤거든요. 저는 그게 행복해 보이지 않았어요. 그래서 ‘하자작업장학교’로 왔어요. 그것이 가장 칭찬하고 싶은 일이에요. 내년에는 한 가지에 몰두하고 싶어요. 올해는 너무 이것저것 찾고 하다 보니 제대로 몰입을 못 했거든요. 기타 연습에 중점을 두고 다른 것들도 병행해서 해 보고 싶어요. 가령 밴드 같은 것이랄까!






제 생각이 들어간 단편 다큐를 만들고 싶습니다

/ 가제트 하자작업장학교 학생

올해는 하고 싶은 것들을 주저하지 않고 밀고 나갔던 것 같아요. 책을 만들고 싶어서 독학으로 ‘인디자인’을 익혀 만들어 보기도 하고요. 문득 더러운 벽을 보고 그냥 한번 칠해 보기도 하고요. 해 보고 싶은 것이 있을 때 주저하지 않고 해 본 것이 가장 잘한 일 같아요. 내년에는 제 생각을 담은 영상을 한번 만들어 보고 싶어요. 제가 취미로 영상 작업을 하는데, 대개 여행 스케치 영상이라 하다 보면 똑같은 것을 반복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는 ‘대안학교’ 같은 주제로 제 생각과 기획을 담은 영상을 만들고 싶어요. 잘 되겠지요?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_서울혁신센터 홍보문화팀 나무

글&사진_이은주(슬리퍼 객원기자)

작가의 이전글 바야흐로 옥상의 계절, 서울혁신파크 옥상축제를 가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