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은 참지 않지] 시리즈 1탄
(엄마) : 딸~ 바빠? 나 핸드폰으로 동영상 보는 거 좀 알려줘
(딸) : 내가 저번에도 알려줬잖아!
(엄마) : 한동안 안 했더니 금세 또 까먹었어
(딸) : 아 진짜 귀찮게 ..
휴대폰 사용이 익숙지 않은 부모님과 까칠한 대답으로 응수하는 자녀. 어딘가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뜨끔) 디지털화된 세상 속 시니어들의 디지털 소외는 날로 심해지고 있다. 무인 계산대 앞에서 우물쭈물 거리는 중년들의 뒷모습을 한 번쯤은 본 적이 있으리라. (*참고: 막례는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식당) 은퇴 시기는 빨라지고 기대 수명은 길어지면서 넘쳐나는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마냥 흘려보내는 '시간 부자' 시니어도 많다. 우리 부모님도 빠르게 변하는 시대의 흐름에 뒤처지지 않고 여가 시간을 밀도 있게 누릴 수 있길 바라는 분들을 위해 준비했다.
인터뷰 [밀레니얼은 참지 않지] 시리즈에서는 불편하고 답답한 세상을 바꾸기 위해 에너지 뿜뿜하는 파크 밀레니얼 세대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밀레니얼은 사회 문제를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고 어떻게 풀어나가고 있을까? 첫 번째로 시니어들의 풍요로운 삶을 위한 서비스를 만드는 '로쉬코리아' 의 현준엽 대표를 만나보자!
Q. 로쉬코리아를 소개해 주세요.
로쉬(Losh)코리아는 “Loneliness stops here”의 약자로 저희 서비스를 통해 시니어들의 외로움과 고립이 멈췄으면 좋겠다는 의미로 지은 법인명이에요. 시소는 ‘시니어는 소중하니까’의 줄임말로, 시니어들이 이 세상에서 소외되지 않고 자신의 삶을 계속해서 풍요롭게 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지은 서비스명이고요.
Q. 구체적으로 시소에는 어떤 서비스가 있는지 설명해 주세요.
‘시소 생활 서비스’와 ‘시소 클래스’가 있어요. 시소 생활 서비스는 시니어들의 일상 문제를 적시에 해결하고 개인화된 여가 서비스를 제공해요. 마트에서 장을 보고 누군가와 음식을 해먹고 싶거나 불광천을 함께 산책하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을 때 이용할 수 있어요. 핵심 서비스인 'IT 헬프'는 디지털 역량이 부족한 시니어들에게 IT 튜터(totur, 한 명 이상에게 특정한 분야나 기술에 관해 보조나 지도를 제공하는 사람)를 보내드려서 스마트폰 사용법을 알려드려요. 여가와 일상생활의 문제를 함께 해결해 준다는 의미로 ‘동행’이라는 단어를 쓰고 있어요.
생활 서비스 덕분에 생겨난 여유 시간을 시소 클래스를 통해서 알차게 보내셨으면 해요. 시소 클래스는 문화센터나 노인 교실처럼 일방적으로 강의 내용을 전달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교류의 장이 되길 원해요. 시니어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도 참여하고 그 배움의 공통 주제를 갖고 서로 친해지면서 시니어의 외로움과 일상생활의 고민들을 함께 해결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싶어요.
Q. 밀레니얼 세대인 대표님이 50+ 세대의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약 1년 전에 혼자되신 어머니를 보면서 시니어 문제에 관심이 생겼어요. 아버지가 안 계시니까 여가를 즐기거나 일상의 작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자식들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데 자식들은 같은 질문을 여러 번 하면 귀찮아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이런 일이 반복되니까 어머니가 더 소심해지고 점점 마음의 문을 닫으셨죠. 하루는 근처 사는 친척분께 종종 어머니를 찾아뵙고 안부를 살펴달라고 부탁을 드리고 한 달 후 어머니를 만났는데 얼굴색이 너무 좋아지신 거예요. 가족 말고도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고 함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사실에 자신감이 생기셨더라고요. 이건 우리 가족만의 문제가 아닐 거 같다, 나의 20년 뒤 모습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결국 민간에서 누군가 비즈니스화해서 풀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창업을 했어요.
Q. 홈페이지에 ‘부모님들이 잘 놀고 잘 배우고 잘 늙어가길 바란다’고 되어 있어요. 대표님이 생각하는 ‘잘 늙어간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한 명의 시니어가 삶의 주도권을 가지고 세상의 변화를 잘 헤쳐 나갈 수 있는 자신감을 갖는 것. 그런 삶의 모습이 잘 늙어 가는 거라고 생각해요. 시니어 분들께 새로운 것을 배워보라고 하면 ‘내가 얼마나 산다고, 그거 요즘 젊은 세대나 하는 거지’라고 하셔요.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는 삶을 선택하고 계신 분들이 잘 늙어갈 수 있는 삶으로 전환 되고 자주적으로 살아가는 문화가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Q. 현재 시소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가장 힘든 부분이 무엇인가요?
홍보가 가장 어려워요. 특히 서비스를 실제 사용해야 하는 분들한테 알리는 게 제일 힘들어요. 서울시에 있는 여러 구청과 복지센터, 노인교실까지 돌아다녔어요. 사업 취지를 설명하고 담당자를 만나 리플릿을 드려도 돌아오는 피드백은 거의 없어요. 복지 재단이나 노인 교실도 제한된 예산에서 활동을 하기 때문에 새로운 걸 시도하기 어려운 환경이죠. 시소 리플릿을 비치하는 것이 자칫 그들의 소임을 다하지 않는 걸로 잘못 비칠 수도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고요. 차라리 서비스를 더 공격적으로 론칭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하면서 거점을 찾는 와중에 혁신파크를 발견했어요.
Q. 시소 서비스는 대부분 대면 서비스 위주로 진행될 것 같은데, 코로나19 시국인데도 불구하고 작년에 창업을 하고 비즈니스를 이어가는 이유는?
OECD 지표를 보면 사회적 고립도가 가장 높은 국가가 대한민국이고 제일 취약한 계층이 60세 이상이에요. 60세 이상이 언제 가장 고립감을 느끼는지 보면 경제적 어려움, 일상생활 문제를 제때 해결하지 못할 때 그리고 외로울 때 순으로 나와요. 경제적인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일상 속 문제나 외로움은 민간에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코로나19 장기화 속에서도 아이 돌봄 서비스와 같은 대면 서비스는 제한적이나마 운영되고 있어요. 반면 시니어를 위한 대면 서비스는 다 막혔기 때문에 고립이 계속되고 있어요. 코로나 이후에 조금씩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왔을 때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곳이 되고 싶어서 서비스를 계속 알리고 있어요.
Q. 파크에도 50+세대를 위한 기관인 서울시50플러스 서부캠퍼스가 있어요. 둘 다 시니어를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시소만의 차별점은?
시소 서비스는 개인화가 가능하고 적시성이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서울시50플러스 재단은 공간을 점유하고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제공하면서 사람들을 모아 제2의 인생을 누리는 방법을 알려드리고 있어요. 반면, 시소는 시니어들이 살고 있는 지역과 집 근처까지 깊숙이 들어가서 문제를 살펴보고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이 달라요. 어떤 분들은 요양보호사와 차이점이 무엇이냐고 물어봐요. 요양보호사나 간병인을 신청한 분들은 대부분 거동이 불편하거나 건강 상태가 안 좋으신 분들이에요. 시소는 60세-70세 사이의 활동적인 분들 중 하루 8시간이 넘는 여가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모르고 일상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사람들을 타깃으로 해요. '크루'라고 부르는 지역 주민과 대학생들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요.
Q. 시니어에게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는 크루의 역할이 중요하겠네요. 수요자 맞춤형으로 서비스를 진행하려면 인력도 많이 필요하겠고요.
네, 가장 중요한 건 크루의 역할이에요. 지금도 크루 모집과 OJT 교육을 진행하면서 인력풀을 확보하고 있어요. 크루를 선발할 때 중요한 요소로 생각하는 건 진짜 노년의 삶에 관심이 있느냐예요. 오프라인으로 OJT를 하는 이유도 얘기를 하다 보면 마음 저변에 깔린 선함과 풀고 싶은 노년 문제에 대한 관심을 느낄 수 있거든요. 서비스 후에 평점이 좋거나 시니어와 연속적으로 관계가 이어질 때는 크루의 시급을 조금 더 드려요. 저희가 수수료를 덜 가져가고 어르신이 내는 비용을 조금 내려 드려서 관계를 유지시키려는 노력도 하고 있어요.
Q. 시소 서비스는 이윤을 남기기 위한 활동보다는 시니어 문제 해결 자체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것 같아요.
시소 서비스를 하는 가장 큰 목적은 시니어들의 삶을 깊이 들여다보기 위함이에요. 이분들의 일상 문제를 진짜 잘 해결해 드리고 싶거든요. 지속적으로 면밀히 관찰해서 주요한 결핍을 찾고 필요로 하는 부분을 잘 캐치해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링으로 수익을 창출하려고 해요. 예를 들어, 시니어들을 위한 커머스를 떠올리면 당뇨 건강식이나 건강기구가 다 일 거예요. 누군가는 엣지 있는 지팡이를, 다른 누군가는 가성비 좋은 지팡이를 찾으세요. 개성 있는 낚시 조끼를 구매하고 싶은 분이 있을 수도 있고요. 궁극적으로는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어요.
Q. 현재 새로운 직원을 채용 중에 있던데, ‘대표가 밀레니얼이라 우리 조직은 이런 게 좀 다르다!’ 하는 점은?
성능 좋은 컴퓨터와 책상, 의자 같은 비품은 충분히 제공합니다. 같이 일하는 분들이 꼭 얘기해 달랬어요.(웃음) 제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직렬이 아니라 병렬로 조직을 운영하는 거예요. 직렬은 위에서 밑을 내려다보면서 명령과 통제로 운영되는 조직이고, 병렬은 한 군데를 같이 바라보는 거죠. 누군가 아이디어를 제안했을 때 충분한 이유와 목적을 공감만 시켜주면 책임과 권한을 주고 시도해 볼 수 있도록 하는 문화를 말해요. 병렬 조직에서는 큰 책임감과 헌신이 있어야 해요. 그래야 상대방을 설득시키고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으니까요. 무엇보다 리더가 계속해서 직원들을 교육하고 같이 헌신하고 부딪히는 게 중요하겠죠.
Q. 파크 입주단체가 보통 상상청과 미래청에 많은데, 특이하게 참여동에 계시네요.
맞아요, 파크 정문이랑 가장 가까운 데가 참여동이잖아요. 접근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혁신파크에 가면 내 삶을 응원해 주는 회사가 우체국 2층에 있대. 삶의 가치를 느끼면서 잘 늙어 가는 방법을 알려주는 곳이래'라고 알려지면 좋겠어요. 파크에 로쉬코리아와 같은 회사들이 점점 더 몰리면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한 축이 되고 싶어요.
Q. 마지막으로, 시니어와 주변 가족분들께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여러분의 일상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충분히 있어요. 시대에 뒤처지지 않고 살아가는 법을 배워서 이 세상의 좋은 인프라를 풍요롭게 누리셨으면 좋겠고, 시소 서비스를 신청하는 게 그 초석이 됐으면 좋겠어요. 첫 서비스는 무조건 무료니까 부담 없이 신청해 주세요! 그리고 2월에 시소 클래스가 오픈해요. IT 클래스부터 조향 만들기, 라탄 배우기, 드로잉 클래스까지 라인업이 12개 정도 돼요. 은평구 인접 지역의 주부와 시니어들이 잘 어우러질 수 있는 클래스가 되면 좋겠어요. 여러분들도 많이 신청하고 참여해 주세요! (→ <시소 클래스> 자세한 내용)
홈페이지 : www.siiso.co.kr
서비스 신청 : http://bit.ly/3a43rkF
카카오 채널 : http://pf.kakao.com/_cHylK
인터뷰 ㅣ서울혁신센터 홍보문화팀 박미란
사진 ㅣ서울혁신센터 홍보문화팀 나무, 로쉬코리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