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가의 단어 서른여덜 번째 키워드 '벗어던지다'
'혁신가의 단어'는 혁신가 개인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서울혁신파크 활동단체 릴레이 인터뷰 프로젝트입니다.
“‘달려라피아노’는 음악으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공공음악 프로젝트 단체예요. ‘바흐 인더 서브웨이(Bach in the Subways)’라는 글로벌 프로젝트의 한국지부를 맡아 바흐의 생일날 무료연주를 진행하고 있어요. 매년 가을에는 프로와 아마추어 음악가가 구분 없이 참가하는 ‘달려라피아노 페스티벌’을 열고요. 그리고 피아노 나눔 프로젝트인 ‘모두의 피아노’를 진행해요. 쓰지 않는 피아노를 기증 받아 복지기관이나 공공장소에 재기증을 하는데, 공공장소의 피아노는 누구나 편하게 연주를 할 수 있어요. 매일 찾아와 피아노 연습을 해도 되고 친구들과 장난을 치다 가도 좋아요. 거창한 메시지보다는, 그냥 자유롭게 칠 수 있는 피아노가 가까이에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공공장소에 피아노를 설치하기 시작한 거예요.”
“처음엔 사람들이 피아노를 잘 안 쳤어요. 남들 앞에서 틀릴까봐 걱정돼서요. 피아노 한 대에 우리 사회의 단면이 보이는 것 같았어요. 무엇이든 즐기기보다 정확하게 해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분이요. 이제는 많이 익숙해지신 것 같아요. ‘마음대로 칠 수 있는 피아노가 여기저기 많이 있지.’ 하고요. 광화문에서 프로젝트를 할 때, 밤늦게까지 한 학생이 오랫동안 연주를 했어요. 그 모습을 양복을 입은 직장인이 끝까지 보고 있는 거예요. 학생이 연주를 마치고 집에 가려고 하자 그 분이 말을 걸면서, 다시 한 번 듣고 싶으니 나중에 연주회를 하게 되면 꼭 알려달라고 명함을 주더라고요. 저는 이런 일상의 변화를 볼 때 가장 좋아요. 오십 명, 백 명의 소통이 아니라 작은 소통이 일상에서 계속 벌어지는 것. 거리의 연주가 일상의 무거움을 벗어던지는 시간이었으면 해요.”
“저는 오랫동안 문화재단에서 일했어요. 재단에서 일할 때와 민간단체에서 일하는 지금은 ‘있는 돈을 가지고 프로젝트를 잘 만드느냐, 프로젝트를 위해서 없는 돈을 잘 만들어내느냐.’ 이런 차이가 있네요. (웃음). 제일 좋은 건 제가 이 프로젝트를 놓지 않으면 계속 할 수 있다는 거예요. 공공영역에서는 사업을 바꾸어야 하는 주기가 있는 경우가 많지만 저희는 그런 영향을 덜 받으니까요. 처음 프로젝트를 시작했을 때, 주변에서 ‘한국은 아직 자유로운 거리음악이 이루어지는 문화가 없지 않냐’는 우려가 많았어요. 하지만 문화는 시간이 만드는 것 같아요. 시간이 충분치 않다면 한 번 하고 끝나는 이벤트 아닐까요? 누군가는 꾸준히 계속 해나갈 때 문화가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글┃최효명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