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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혁신파크 Jun 21. 2018

[서울혁신파크 혁신가] 안선화의 팝업 놀이터

#12 안선화의 팝업놀이터

버려진 책,  이야기꽃을 피우다 

팝업놀이터 안선화 대표<서울혁신파크>

팝업놀이터의 안선화 대표는 버려진 그림책으로 ‘세상 단하나뿐인’ 팝업북을 제작한다. ‘팝업북’은 책장을 펼쳤을 때 그림이 팝콘처럼 튀어나오도록 만든 책이다. 지난 2년 동안 그는 전국의 작은 도서관을 돌며 사람들과 함께 팝업북을 만들었다.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책들이 무한정 버려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 그리고 ‘책을 만든 사람에 대한 미안함’이 그를 움직이는 동력이 됐다. 그런 그가 지난여름부터 서울혁신파크 ‘밀쓰콘(밀어 쓰는 콘테이너)’에 새로운 공간을 꾸리기 시작했다. 며칠 새 마음 편안해지는 책 향기가 공간에 은은하게 배었다. 이제, 버려진 책들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기차를 타고 오시는 길이죠? 
작년부터 전국 작은 도서관들을 찾아다니고 있어요. 헌책으로 팝업북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책이 버려지는 곳들과 직접 소통하고 싶었어요. 오늘도 청주 기적의도서관에 다녀오는 길이에요. 선생님들께 팝업북 교육도 해드리고요. 요샌 전시 준비로 더 정신없어요. 여름 내내 ‘서울로 7017 여름축제’와 ‘한강몽땅 다리밑 헌책방축제’에서 북트리(책을 쌓아 만든 나무 모양의 탑) 전시를 준비했거든.요 힘들 때도 있지만, 늘 기쁘게 준비해요. 언제 이런 경험을 다 하겠어요? 

버려진 그림책으로 팝업북을 만들기 시작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어릴 때부터 그림책을 좋아했어요. 그림책 작가가 꿈이기도 했고요. 평면 책도 좋지만 입체 책을 좋아하는데, 사실 값이 좀 비싼 편이죠. 아이들에게 팝업북을 사주고 보다가 실수로 찢어지거나 하면 속이 상하거든요. 그때 생각했죠. 내가 직접 만들어 볼 순 없을까? 혼자 앉아서 이리 오리고 저리 붙여서 아이에게 팝업북을 만들어 줬어요. 그게 시작이었죠. 

왜 버려진 그림책에 주목하셨나요? 
그림을 그리다 보니 작가들이 얼마나 어렵게 책을 만드는지 잘 알잖아요. 한 장 한 장 그려진 책이 그냥 버려지는 게 안타까웠어요. 오스카 와일드의 <말하는 나무>를 정말 좋아하는데, 어느 날 그 책이 버려져 있는 걸 발견하고 ‘아, 이건 정말 아니다’ 싶었어요. 

누구나 쉽게 그런 시도를 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원래 만드는 일을 좋아하셨나요? 
팝업북 작업을 하다 보면 어린 시절 생각이 많이 나요. 그땐 무언가를 만들기 쉬운 환경이었죠. 찰흙도 개울에서 직접 퍼 와서 만들었으니까요. 그림 그리는 것도, 엉뚱한 생각을 하는 것도 좋아했어요. 기계 같은 건 막 분해해보기도 하고…. 버려진 종이상자나 스티로폼 박스는 아직도 그냥 못 지나쳐요. 주변 사람들이 모아준 병뚜껑, 네임태그, 공연 팸플릿, 컵 홀더 등이 집에 넘쳐나죠.(웃음) 

꽤 오래 이 일을 하셨어요. 팝업북은 대표님의 일상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아이들이 가~끔 얄미울 때가 있잖아요. 다행히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그림책을 재미있게 읽었어요. 엄마가 그림책 작업을 하니 따라 읽기도 하고요. 우리는 그림책으로 소통했어요. 가령, “엄만 그 그림책의 누구 같아.” 혹은 “나는 지금 이 책의 누구처럼 마음이 안 좋아.” 이런 식으로요. 감정이 더 잘 전달되는 느낌이죠. 

팝업북 수강생 중 한 분이 ‘이건 오직 한 사람만의 팝업북이다'라고 쓴 글을 봤어요. 
수업할 때 항상 강조하는 게 있어요. ‘선 작업, 후 생각’. 팝업북을 만들려면 가장 중요한 게 생각을 버려야 해요. 원하는 캐릭터를 오려 마음 가는 곳에 그냥 붙이는 거죠. 다 만든 뒤에 저는 질문만 던져요. “이 사람은 왜 저기를 보고 있어?” 같은 단순한 질문이요. 그럼 작업하면서 떠올렸던 생각을 자유롭게 말하는 거죠. 때론 만드는 사람 본인의 이야기이기도 하고요. 낯가림이 심한 아이들과도 쉽게 친해져요. 신기하지 않나요? 

진로, 심리, 그림, 만들기 등 다양한 주제로 사람들을 만나고 계신 것 같아요. 
사람들을 이렇게 많이 만나기 시작한 건 한 2년 정도밖에 안 됐어요. 그전까진 순전히 개인 작업이었으니까. 2015년 ‘와우북 페스티벌’ 운영 팀에서 체험프로그램을 제안해주신 게 계기가 됐어요. 다행히 참여자들 대부분이 재밌어 하셨고요. 그림책을 기부하고 싶다는 분들도 늘어났어요.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을 만나고, 그 사람들로부터 좋은 에너지를 받는다는 걸 처음 알게 됐죠. 

사람들이 대표님의 팝업북 작업을 좋아해주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이게 우선 섬세함을 요구하는 작업이 아니에요. 종이 각을 세우거나 하는 기술적인 부분은 극히 일부죠.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종이 작업이에요. 잘하는 아이와 못하는 아이가 도드라지지 않는 것도 큰 장점이고요. 무엇보다 그림책을 싫어하는 사람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아이든 어른이든. 무엇보다 제 작업의 첫 번째 목적은 사람들이 그림책을 많이 보도록 하는 거예요. 사람들이 갖고 있는 편견 중 하나가 ‘그림책은 아이들만 보는 책’이라는 건데, 그렇지 않거든요. 초등학생이 읽는 <어린왕자>와 어른들이 읽는 <어린왕자>의 느낌이 다르듯이요. 그림책을 통해 여유를 찾고, 잊었던 동심을 떠올렸으면 좋겠어요. 

대표님을 설명하는 직업이 많아요. 
‘정크아티스트’로 불리는 걸 좋아해요. 동네 미술학원을 오랫동안 운영했는데 그때도 아이들과 버려진 것들로 작업하고 노는 걸 좋아했어요. 제 정체성이 무엇일까 고민했는데, 사회적기업 금자동이의 장난감학교 쓸모에서 일하면서 ‘정크아트’라는 개념을 처음 알게 됐죠. 멋있었어요. 남이 불러줄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스스로 그렇게 불러주자고 결심했죠. 

팝업놀이터를 운영하시면서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젠가요? 
사람들이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볼 때. 그리고 아이들에게 그림책 작가, 편집자, 정크아티스트 등 다양한 꿈을 소개할 수 있을 때 보람을 느껴요. 아이들이 작업을 재미있어 할 때도요. 중학생들이 책 찢는 걸 어찌나 좋아하는지 모르시죠?(웃음) 어른들은 그림책에서 무엇을 오릴지 고민하는 자체가 힐링이 된대요. 작업의 기쁨을 모두가 공감할 때 행복해요. 그림책 출판사에서도 작가들에게 선물한다고 팝업북을 만들어 달라고 하세요. 도대체 이게 무슨 복인가 싶더라고요. 외국의 북페어 같은 데도 참여해보고 싶고…. 경험하고 싶은 게 점점 많아져요. 

서울혁신파크에서의 생활은 어떠세요? 다른 팀들과 다양한 일을 많이 하시는 것 같아요. 
서울혁신파크 사람들을 제가 정말 좋아해요. 지금도 뭘 해보겠다고 하면 “대표님, 완전 멋져요. 빨리 해보세요”라고 무조건 응원해주거든요. 없던 힘도 생기죠. 야외 프로그램 행사 섭외가 들어오면 마음 맞는 팀들과 꼭 같이 참여하는 편이에요. 원래 같이 노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웃음) 무엇보다 제가 부족한 부분을 다른 팀들이 채워주니까요. 강의는 여행 가는 마음으로, 행사는 소풍 가는 마음으로 해요. 

밀쓰콘에서는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해나갈 계획이세요? 
피아노숲은 제가 서울혁신파크를 처음 알았을 때부터 정말 좋아하던 공간이었어요. 이곳에 작업실이 생겨서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밀쓰콘 1층에는 제가 특별히 아끼는 책들을 모아뒀어요. 사람들이 자유롭게 와서 그림책을 읽도록 하려고요. 2층에서는‘팝업북 만들기’ 워크숍을 열어요. 버려진 그림책들에 새로운 이야기를 입히는 거죠.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할 수 있어요. 많은 분이 오셨으면 좋겠어요. 

팝업놀이터의 꿈은 뭔가요? 
팝업놀이터는 모든 상상이 가능한 공간이에요. 아이들에겐 책을 쌓고 오리면서 자유롭게 노는 놀이터고요. 엉뚱한 생각이 용인되는 곳이죠. 개인적인 꿈은 죽을 때까지 정크아티스트로 남는 거예요. 평생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하고, 평생 하려고 해요.

혁신가의 ‘가장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키 큰 거인이 살고 있는 정원에 아이들이 놀러와. 하지만 거인은 자기 정원이 망가지는 게 싫어서 놀고 있던 아이들을 모두 내쫓지. 거인은 혼자서도 외롭지 않다고, 신나게 놀 수 있다고 말해. 하지만 홀로 죽음을 맞은 거인의 심장은 나무로 자라나고 몇백 년 후 폐허가 된 거인의 정원으로 다시 아이들이 놀러오지. 그때 나무가 말을 해. “나는 너희를 250년 동안이나 이곳에서 기다렸단다.”라고. 모두가 떠나버린 정원에서 거인은 쓸쓸했던 거야. 혼자서는 행복을 찾을 수 없어. 옆에 있는 소중한 친구들을 잘 지키렴.

<말하는 나무> 오스카 와일드, 문학동네어린이

와아, 정말 무더운 날이야. 여름에 활짝 피는 나팔꽃과 무성하게 자란 잎사귀들을 오려 꽃다발을 만들어 봤어. 어때, 마음에 들어? 오늘 하루 많이 힘들었거나, 누군가 때문에 상처를 받았거나, 하고 있는 일이 잘 풀리지 않았다면 이 꽃다발을 보고 마음을 풀어. 내가 좋아하는 서울혁신파크 식구들에게 이 꽃다발을 전해줄래. 오늘도, 수고했어. 

<나팔과 붓을 닮은 나팔꽃과 붓꽃> 고경휘, 한국차일드아카데미

식물이 없는 세상에 살던 소년이 읽기가 금지된 위험한 책에서 어느 날 꽃씨를 발견하는 이야기야. 먼지 속에 심은 씨앗은 위기와 역경 속에서도 꿋꿋이 꽃을 피워내지. 꽃 한 송이, 흙 한 줌, 바람 한 점 없는 세상을 상상해본 적 있니? 언제고 우리는 소년이 살고 있었던 메마른 세상을 만나게 될지도 몰라.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위험한 책> 글 존 라이트, 그림 리사 에반스, 천개의바람

밀쓰콘(밀어 쓰는 콘테이너) 그림책방 

언제 만날 수 있나요? 
그림책방(1층) 수, 금, 토요일 오후 1~6시 
팝업북 워크숍(2층) 수, 금, 토요일 오후 4~5시 (선착순 10명)
 
밀쓰콘은 어디에 있나요? 
서울혁신파크 피아노숲과 혁신광장 사이
 
문의 
안선화 010-8533-9421

글, 사진 ㅣ 서울혁신센터 혁신기획팀 홍보파트 문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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