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물이 뜨끈해서, 육즙이 진국이어서, 속이 가득해서, 모든 만두가 좋았다
김고로는 진주를 참 좋아한다.
진주도 김고로를 똑같이 좋아해 주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지금까지 진주에서 방문했던 음식점들이 대부분 맛있었다는 기억을 떠올리면 좋아하는 쪽이 아닐까 싶다.
물론, 진주냉면은 해물육수 취향이 아니었던 김고로와 이쁜 그녀에게 좋은 기억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외에 먹었던 육회비빔밥이나, 내장전골, 진주의 땡초(경상도 방언으로 주로 매운 녹색 고추를 이른다), 시장에서 사 먹었던 꿀빵에 간식으로 대파바게트까지. 진주성을 끼고 흐르는 남강의 아름다움만큼이나 맛있는 음식도 다양하다.
김고로가 속한 김해 김씨 가문 조상님의 흔적과 기록이 진주에 남아있기에, 그 기록을 직접 수집하기 위해서 진주에 내려갈 겸 김고로는 이전에 이쁜 그녀와 함께 진주에 내려왔을 적에 '휴업'으로 인하여 방문하지 못했던 어느 중화식당을 꼭 가기로 다짐했다.
'북경장... 매주 월요일 휴무니까, 오늘은 화요일. 꼭 열겠지...!'
북경장, 진주에서 오랫동안 자리를 잡고서 중화식 만두와 요릿집으로 뿌리를 내려온 중국식 만두 장인의 중화요릿집이다. 김고로가 좋아하는 노포 주(酒)객 초빼이 작가님께서 미리 방문하시어 고량주와 함께하는 얼큰한 감상을 남겨주시기도 한 곳이기에 진주로 향하는 김고로의 발걸음은 궂은 날씨에도 가볍기만 하다.
부산 동래에서 아침 일찍, 빗방울이 후드득 떨어질 때쯤 버스에 올라타서 두어 시간을 달리니 진주에 금방 도착했다. 진주는 비가 오는 날씨는 아니지만 먹구름이 잔뜩이기는 마찬가지다. 그래도 폭우가 내리지 않음에 감사하면서 진주터미널에서 진주성 방향으로 종종걸음을 옮긴다.
북경장은 관광객들이 발견하기 쉬운 장소에 있지만, 관광객들보다는 동네 주민들로 보이는 손님들로 더 가득 차는 가게이다. 진주의 젖줄인 남강 옆, 임진왜란의 격전지와 논개의 얼이 서린 진주성과 문화공원으로 진입하기 전 작은 사거리에서 오랫동안 자리를 잡고 영업을 해온 중화식 만두를 전문으로 하는 노포.
건물 한 채를 소유하시고 계신지, 그건 모르겠지만 짙은 하늘색으로 도색이 된 건물에 붉고 진한 한자로 북경장이라는 강렬한 글씨의 간판, 붉은색 철제틀과 통유리로 된 건물의 외관. 여닫이 유리문을 열고 들어가면 진주의 억양이 섞인 사투리가 소곤소곤, 혹은 왁자지껄 들리는 고풍스러운 나무 테이블과 식탁 유리 위의 흰색 간장 주전자와 식기류들이 보인다.
"몇 분이세요?"
가게에 들어가자마자 왼쪽에 만두를 한 알 한 알 손으로 직접 빚고 계시는 점원분들이 밀가루와 만두소를 앞에 두고 열심히 손을 움직이고 그들 옆의 커다란 업소용 냉장고에서 식재료를 내오기도 하면서 분주하다. 들어가면서부터 내가 먹을 음식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보이니 앞으로 있을 식사 시간이 벌써 즐겁다.
"혼자입니다."
"저쪽으로 앉으시겠어요?"
커다란 4인용 식탁을 가리키시기에 일단은 얌전히 말을 듣고 앉는다. 메뉴들을 보니 마침 진주의 남강 유등축제 기간이라 인파를 염려한 듯, 축제기간 동안만 5~6가지의 만두로 주문할 수 있는 음식들이 제한되어 있었다. 그러면 어떠랴, 제공된 기회 안에서 마음껏 즐기면 그만이다.
그런데 여러 명이 앉을 수 있는 식탁을 독차지하고 앉아있으려니 무언가 불편하고 미안한 마음이 들어, 주변을 돌아보니 만두 제작 주방 바로 앞에 혼자 앉아서 먹을 수 있는 작은 바테이블이 있다. 김고로는 가방과 여름용 코트를 들고서 일어선다.
"저기, 저쪽 앞에 가서 먹을게요."
"그래도 괜찮으시겠어요?"
"네, 그럼요. 여기 혼자 앉으니 부담스러워서 허허."
메뉴를 보니 육즙탕바우, 새우 샤오마이, 버섯만두, 철판구이만두, 진주찹쌀완자 이렇게 5종. 그 외에는 일반적인 중화요릿집에서 볼 수 있는 짜장면, 짬뽕, 유산슬 등이 주력 메뉴. 일반적인 중화요릿집에서 볼 수 있는 메뉴는 제쳐두고 북경장이 아니면 맛을 볼 수 없는 메뉴들에 집중하기로 했다.
"여기 육즙탕바우랑 새우 샤오마이 주시겠어요?"
주문이 들어가자 곧이어 작은 간장종지에 밝은 노란색의 매운 향기, 생강채가 잔뜩 얹어져서 나온다.
"생강은 만두에 같이 올려드시면 맛이 좋아요."
탕바우라는 육즙이 가득한 만두 특성상 느끼하거나 육향이 부담스러울 수 있기에, 조화로운 풍미의 식사를 위한 북경장의 묘책이다. 1인 식사용 자리를 앉아서 돌아보니, 내가 앉은 1인용 좌석은 낮은 나무재질에 난쟁이 의자를 두고 앉아서 먹는 곳인데 최대 4인이 앉을 수 있다. 그리고 가게의 천장 근처의 벽과 구석구석에 기부 증서, 상장, 상패, 방송에 출연했던 흔적들이 있고 가게 안으로 더 들어가면 만두 외에 음식이 조리되어 나오는 작은 주방이 하나 더 있어서 음식이 나오는 구멍틈으로 홀과 주방장님이 소통하고 음식을 내어준다. 좀 더 조용한 자리를 예약한 손님들은 계단을 올라서 2층에서 식사도 가능하다.
만두를 기다리면서 앉아있으니 진주에서 오랫동안 사신듯한 어르신들과 지역의 유지분들, 사업가들, 공무원들과 가족들, 친구들과 모임을 하는 일행들 등등 진주에서 맛있는 식사를 하겠다는 사람들은 이곳에 다 몰려오는 느낌이다.
다들 식탁 위에 유산슬이나 탕수육 하나, 짜장면이나 짬뽕을 두고 식사를 하는데 탕수육보다는 유산슬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다.
'만두 외에도 유산슬이 맛있나 보군. 메뉴판에 유산슬밥이 따로 있을 정도니.'
그리고 김고로가 앉아있던 1인용 좌석 옆으로도 홀로 식사를 하러 오신 어르신들이 한, 두 분씩 앉는다. 어르신들은 만두 일색으로 주문한 김고로와는 다르게 짜장면과 짬뽕을 시키시면서 평소에 자주 방문할 수 있는 지역민의 특권을 여유롭게 보이신다.
"만두 나왔습니다."
만두 2종을 한꺼번에 시킨 터라 대나무로 감싸인 찜기가 2층으로 쌓여 김고로 앞에 등장한다. 뚜껑이 열림과 동시에 따끈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며 김고로의 안경을 감싼다.
"햐아, 냄새보소."
뜨거운 김과 함께 육즙이 품고 있던 고소한 지방과 육즙의 풍미가 함께 코로 올라오며 후각세포에 습식 사우나를 선사한다.
"식사를 시작해 볼까. 우선 생강이나 간장 없이 하나."
김고로는 이전에 중국에서 살았던 적이 있기에 상하이식의 탕바우인 소룡포를 비롯한 탕바우 들을 많이 경험했었다. 그래서 탕바우를 먹을 때에는 무조건 숟갈을 써서 만두가 터졌을 때 육즙을 모두 구하는 법을 잘 알고 있다.
'요렇게 살짝 베어 물면....'
찢어진 만두피 사이로, 탕바우가 품고 있던 열기와 육즙 섞인 액체가 함께 숟가락으로 새어 나오면서 참았던 숨을 내뱉는다.
'그리고 식히면서 이렇게....'
후~ 후~
뜨거운 육즙 액체와 열기, 고기다짐을 그대로 집어넣으면 입안에서는 불이 나고 화상을 입어 그 이후의 식사는 매우 불편하고 고통스럽게 될 수 있다. 그래서 반드시 탕바우는 조금씩 식혀먹어야 한다.
'이 정도면 됐겠지.'
후룩
김고로는 탕바우에서 흘러나온 육즙으로 맑은 액체가 가득 담겨있던 숟가락을 입으로 가져와 육즙부터 마셔본다.
"하아... 오랜만이구나, 이 진한 육수."
입에 들어가자마자 끈적하면서도 가벼운 육수가 혀를 가득 적시고 입안을 채운다. 그리고 김고로는 바로 숟가락을 입안으로 밀어 넣어 탕바우 전체를 씹는다.
후루루룩
얇고 쫄깃한 만두피와 거기에 씹혀 잘근거리는 고깃 조각들 그리고 구수한 액체가 입안을 넘어 그 풍미가 코까지 채우는 기분이다. 김고로는 자신도 모르고 입을 움직이며 눈을 감는다.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저 순수한 고기. 순수하게 고소하고 진한 살코기와 지방이 섞인 부드럽고 말캉거리는 이 촉촉함!'
촉촉하게 젖은 만두피와 거기에 함께 섞이는 탕바우의 모든 재료들이 순차적으로 목구멍을 넘어갈 때 온몸이 따끈해지면서 분명한 만족감이 느껴진다.
"하, 이게 탕바우지."
홀을 보시는 분께서 알려주신 대로 탕바우에 간장 젖은 생강채를 얹어서 다시 탕바우를 숟가락에 올려 후후 불어 식힌다.
"이번에는 적당히 식었으니 한입에 먹어볼까."
생강채가 떨어지지 앉게 조심스레 탕바우를 입으로 가져가서 씹는다.
아삭
향긋하면서 매콤한 생강의 향기가 느껴지면서 그 뒤로 뜨거운 육즙의 파도가 다시 밀려온다, 쫄깃한 만두피와 고슬 거리는 고깃 조각들이 육즙에 젖으며 생강과 함께 씹힌다. 사각거리는 생강 사이사이에서 알싸하고 매운 생강의 향이 올라오며 탕바우가 지나간 흔적을 말끔하게 지워준다. 탕바우가 입안에 남기는 기름진 맛과 고기가 갖고 있던 무거운 맛을 깔끔하게 치우고 개운함만을 남긴다.
"와! 이 생강채만 있으면 만두를 하루 종일 먹겠는데."
이어서 김고로가 해치우기 시작한, 돼지고기와 새우살로 이루어진 새우 샤오마이는 뜨끈한 육즙과 쫄깃하고 얇은 만두피는 육즙 탕바우와 같았다.
하지만 꼬들거리듯 탱글탱글하게 견과류의 식감처럼 톡톡 씹히는 새우살과 해물의 잡내를 잡아주기 위한 다진 쪽파와 간장 젖은 생강채가 함께 어우러지니 육즙 탕바우보다는 가볍고 끝맛이 깔끔하며 더 맑은 육즙의 맛이다. 육즙 탕바우보다 조금 더 가볍고 깔끔한 매력이 있는 만두.
탕바우의 은혜로운 육즙의 흐름이 끊기는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하여 김고로는 생강채를 얹는 일과 숟가락의 상하좌우 반복운동을 쉬지 않았다. 그렇게 먹다 보니 역시나 금방 만두를 담고 있던 찜통들이 바닥을 보임이 아쉽다. 김고로는 고민한다, 여기서 식사류를 먹음으로써 북경장에서의 미식 경험을 마무리 지을 텐가, 아니면 다른 만두를 주문하면서 이 즐거움을 계속할 텐가.
'진주에 자주 오는 일도 없고, 언제 또 올지 모른다.... 좋아!'
김고로는 잠시 고민 후 바로 결정했다. 그리고,
"사장님, 여기 생강채 좀 더 주시고 버섯만두랑 철판구이만두요!"
"네~! 더 갖다 드릴게요!"
김고로의 추가적인 만두주문에 만두를 빚고 있으시던 점원분들은 이미 옆에 있던 냉장고를 열어서 냉장보관되어 있던 철판구이만두를 꺼내고 버섯만두도 함께 꺼내서 찜통에 넣으신다. 주문 시 바로 조리, 이 얼마나 신뢰도 높은 체계인가.
김고로의 주문이 두 번째, 두 메뉴를 한꺼번에 들어가자 김고로의 간장종지와 생강채의 양을 세심하게 챙겨주시는 홀의 직원분께서 생강채를 간장 종지 위에 수북하게 쌓아서 가져다주신다.
"만두 나왔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함께 주문이 들어간 만두들 중에서 찜통에서 나오는 버섯찜만두가 철판구이 만두보다 먼저 모락모락 김을 내며 등장한다. 버섯과 채소만이 들어간 채식 만두임을 상징하는지 잎새처럼 성형된 만두의 모양이 아름답다. 만두 2판을 먹었지만 다시 군침이 육즙처럼 흐른다.
"먹어볼까, 어떤 맛이려나."
김고로는 잠시 쉬고 있던 손으로 다시 수저를 들어 올려 두 번째 경기를 시작한다.
"안에 육즙이 탕바우처럼 있지는 않으니 젓가락으로만 먹어도 괜찮겠지."
아자작
육즙 탕바우와 새우 샤오마이보다는 만두피가 조금 더 두께가 있다, 하지만 쫄깃함과 탄력은 그에 뒤지지 않는다.
아삭아삭, 꼬들꼬들, 치아 사이에서 퉁퉁 튕기며 씹히는 버섯과 채소들의 식감이 다채롭다.
'버섯이 한 가지만 들어가지는 않았는데... 뭐지?'
김고로는 이전에 많이 먹어봤던 식감들이 입안에서 느껴지자 베어문 만두를 쳐다본다.
"목이버섯, 애호박, 느타리, 표고... 버섯 3종이 채소들과 함께 들어갔구나. 채수의 담백함과 버섯의 향긋함, 채식 만두가 이렇게 맛있을 수가."
꼬독꼬독, 알단테 파스타면처럼 신나게 씹히는 목이버섯과 쫄깃하고 부드럽게 그 옆을 보조하는 다른 버섯들, 그리고 매끈하게 미끈거리는 푹 익은 채소, 그 모든 식감과 재료들을 덮는 청량한 채수의 맛. 일반적으로 만두에 잘 사용되는 고기와 해물을 부담스러워하는 손님들에게는 매우 좋은 선택이다. 이 정도의 채식 옵션들이 있다면 손님들에게 생각보다 많은 범위의 메뉴를 제공할 수 있으니 만두에 대한 접근이 편해지겠다고 생각하는 김고로였다.
"철판구이만두는 일식 중화요릿집이나 라멘집에서 보는 형태구나."
냉동고에서 얼린 양미리묶음처럼 붙어있던 군만두가 꺼내어지는 장면을 목격한 김고로는, 사실 이미 철판구이만두가 어떤 모양으로 그에게 모습을 드러낼지 예상했었다.
철판에서 지글지글 구워진 길쭉한 교자형태의 만두였지만, 북경장에서 손수 만든 교자만두인지라 기성 제품들보다는 조금 더 얇고 길쭉한 모양이다.
'맛은 또 어떠려나...'
바삭
서로 어깨를 마주대며 럭비선수들이 인간벽을 짜듯이 붙은 교자만두를 하나 가를 때마다 거뭇거뭇하게 바싹 구워진 만두들 사이에서 나는 소리가 고막을 춤추게 한다.
중국에 있으면서 수교자(물만두)와 군만두, 튀긴 만두들을 먹으면서 알게 된 점은, 한국에서는 두부, 숙주, 파, 고기 등 굉장히 다양한 식감과 맛을 조합하여 만두 한 알에 담아놓는 데에 반해 중국에서 평소에 볼 수 있는 만두들은 식재료 조합이 두 가지 이상 잘 넘어가지 않는다. 돼지고기, 소고기 혹은 양고기 등 육류에 배추나 부추 등 녹색 채소를 섞은 조합으로 단순하지만 진한 육즙과 그에 어울리는 채소로 맛이 진부해짐을 막는다.
그리고 철판구이만두의 조합이 딱, 그러하다. 돼지고기에 다진 파. 그것이 다이지만 이것이 북경장의 만두피로 감싸진 후에 지글거리는 철판에서 구워지면 각 재료의 장점을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육즙이 가득하고 잘근잘근 씹히는 돼지고기와 약간의 알싸함과 달착지근한 맛으로 돼지고기의 느끼함을 싹 잡아주는 파.
버섯찜만두와 비슷한 두께의 만두피를 쓰는지, 씹으면서도 쫄깃하지만 두께감이 입안에서 느껴진다. 하지만 아무리 만두피가 속을 감싸도, 넘치는 육즙은 그 무엇도 막을 수 없다. 한입을 씹고는 고개를 끄덕인 김고로는 '어후 어후' 입안의 김을 식히며 생강채를 철판구이만두 위에 올려서 다시 한입.
역시, 돼지고기와 생강의 조합은 언제나 옳다. 집에서도 돼지고기를 간장, 설탕, 생강과 볶아서 돼지고기생강구이를 곧잘 만들어 먹는 김고로. 찬 성질의 돼지고기와 따뜻한 성질의 생강의 조합이 어쩌고 저쩌고를 떠나, 두 식재료가 만나면 서로의 맛과 단점을 보완해서 장점을 극대화시켜주는 만남이다.
특히나 불에 지져진 만두피와 돼지고기인지라 파가 함께 있어도 느끼할 수 있는 단점을 생강채가 곁들여짐으로써 상큼한 맛으로 잡아버린다.
김고로는 적당히 식은 철판구이만두와 생강채를 한입에 입안으로 밀어 넣는다. 고소한 기름에 지져진 만두피가 촉촉하게 혀 위로 이슬을 뿌리고, 그 뒤로 육즙의 홍수가 펑 터지면서 파와 함께 아삭아삭 씹힌다. 그리고 코로 먼저 생강의 향이 동시에 진입하며 돼지고기의 육즙과 맛을 슬금슬금 밀어내며 다시 입안을 초기화시켜준다. 만두를 한 개도 안 먹은 입맛을 가지게 되는 김고로였다.
"그러고 보니, 다 먹었네.... 음... 그러면 마지막으로 진주찹쌀완자를 시켜볼까. 선생님, 여기 찹쌀완자 하나요!"
"네~"
김고로는 마지막 주문을 넣었고 김고로가 먹는 테이블을 보시던 홀의 여사님께서는 생강채를 자동으로 채워주신다.
"잘 드시네요~ 많이 드세요."
"감사합니다, 워낙 맛이 좋아서요."
"감사해요."
평일, 화요일 낮. 늦여름-초가을 용 코트에 반팔 티셔츠를 적당히 입은 젊어 보이는 사람이 대낮에 들어왔으니 당최 뭐 하는 사람일지 궁금하실 수도 있겠지만, 그 자리에서 만두 4 접시를 순식간에 격렬한 반응과 함께 해치우고는 이내 5 접시째를 향해서 달려가니 신기해 보이셨나 보다. 물론 객단가가 굉장히 높은 손님이니 주인 입장에서는 반가울 수밖에. 하지만 그보다는, 만두를 혼자서 잘 먹으니 아들 같으셨나, 허허.
"찹쌀완자 나왔어요, 맛있게 드세요~"
알루미늄 포일 위에 살짝 설익은 리소토의 쌀알과도 같은 찹쌀들이 뭉쳐서 주먹밥의 모양을 하고 그 안에 돼지고기가 육즙으로 똘똘 뭉쳐있다.
'꼬들거리는 찹쌀들이 쫀득하게 고기들과 함께 씹히는군. 밥을 고깃국에 살짝 적셔 먹는 기분이야.'
밀가루를 먹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탕바우 대신 쌀로 만두를 먹는 기분을 낼 수 있게 하는 진주찹쌀완자이다. 밀가루만큼은 아니라도, 어느 정도의 점성으로 꼬들꼬들하지만 씹으면 씹을수록 끈끈한 식감 그 사이에 고슬 거리는 돼지고기의 맛과 육즙의 균형이 좋았다.
탕바우, 새우 샤오마이, 버섯찜만두, 철판구이만두에 이어 진주찹쌀완자까지. 5 접시의 만두를 깨끗하게 비운 김고로는 물로 입을 적시면서 식사를 마무리했다.
북경장에서의 식사는 음식으로 입도 즐거웠지만, 만두를 빚는 주방에서 점원분들끼리 나누시는 담소와 웃음, 만두를 만드는 정성스러운 모습들로도 눈과 귀가 즐거운 경험이었다.
게다가, 지역의 어르신들이 북경장을 많이 찾아오시는 모습을 보며 진주에서 북경장이 어떠한 의미를 가진 노포인지 깊게 이해할 수 있는 시간임에는 분명했다.
"잘 먹었습니다."
"식사 맛있게 하셨어요?"
"그럼요. 훌륭한 만두였어요."
"감사합니다."
김고로는 북경장을 나와서 평일 낮이라 한적한 진주 시내의 거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나중에는 이쁜 그녀랑 꼭 같이 한 번 또 와야지.'
마음의 다짐과 함께, 다음 방문을 기약하는 김고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