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살 여성의 날 것 그대로의 생각
서른이 되었다.
그리고 인간 관계가 더 좁아졌다.
가끔 누군가 만나서 시시콜콜하게 사는 이야기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싶은 날이 있다.
그런데 선뜻 부를 사람이 떠오르지 않아 결국 집에서 혼자 맥주캔을 딴다.
그렇게 누군가를 만나고 싶어 하면서 결국 아무에게도 연락하지 않는 날들이 늘어난다.
물론 만나고 싶은 사람을 생각했을 때 생각나는 이가 있다.
그러나 당일에 약속을 잡아 시시콜콜하게 사는 이야기하며 시간을 보내기에는 그 친구의 스케줄이 있을 거 같기도 하고… 선뜻 연락을 못하기도 한다.
날짜를 정해서 다른 날 만나고 싶은 게 아니라
오늘 저녁에 일상을 공유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싶은 거여서.
연락을 해 어쩌다 보니 약속 날짜까지 잡았지만
정작 약속한 주에 해야 할 일이 많아 만남이 부담스럽지만 취소할 수 없으므로 나간 경험이 있으므로.
누군가 만나 공유하고 싶은 대화 주제는 일상, 그리고 떠오르는 생각과 감정이다.
시시콜콜한 이야기가 전부일지라도 이러한 주제를 이야기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
결국 가장 나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나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관계를 형성하고 싶어 하면서, 모순적으로 부담스러워하고 최대한 경계한다.
최근 내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는 생각과 감정을 가감 없이 보여주었을 때 상대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알 길이 없으므로.
나이가 들수록 가치관은 견고 해지며 다름을 공감하기 어렵다.
다름을 맞닥뜨렸을 때 이해가 아닌 상호평가를 하기 시작한다.
또한 나에게는 걱정과 고민이 상대에게는 결핍일 수도, 내가 가진 결핍이 상대에게는 일상일 경우 문제가 된다.
일상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부러움, 질투, 시기 등의 감정이 자연스레 나타나므로.
결국 날 것의 생각을 공유하지 못한 채,
내밀한 생각과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면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찝찝함이 남으므로,
최대한 찝찝함이 남지 않기 위해 각자 자체 필터링이 장착된 것이다.
돌이켜보면 인간 관계가 갑자기 좁아진 것이 아니다. 나이 듦에 따라 공통사가 없는 관계일 경우 점점 연락이 줄어들었다.
결정적으로 삶의 방식과 가치관이 강화됨에 따라 각자의 생각을 공감하기 어려워
자체 필터링을 장착한 채 만남을 유지하다
감정 소모에 피로감을 느낀 채 서서히 만남이 줄어든 결과이다.
나이가 들수록 가치관은 견고 해지며 다름을 공감하기 어렵다는 것이 크게 와닿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