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면을 위해 돈과 이성, 자존심을 잃은 남자의 기록
잠자기 전,
나는 아주 성실하게 선풍기 타이머를 맞춘다.
1시간.
딱 1시간만.
이러다 냉방병 걸릴까 봐.
아니, 솔직히 전기요금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아주 뿌듯한 마음으로 불을 끄고 이불을 덮는다.
(아니, 더워서 이불은 배에만 얹어둔다.)
"좋아, 이 정도면 완벽해. 나는 오늘도 계획적인 생활인이다."
그렇게 잠들고…
딱 한 시간 후.
“어?”
등줄기에서 땀이 주르륵.
베개가 축축.
공기가 끈적끈적.
그리고 이상하게 분노감.
"왜 꺼졌지?"
… 그래, 내가 꺼지게 해 놓은 거다.
벌떡 일어나 리모컨을 다시 찾는다.
선풍기 리모컨은 늘 예상치 못한 데 있다.
베개 밑, 책상 위, 때론 냉장고 옆.
그리고, 진짜 가끔은… 화장실. (왜 거기 있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리모컨을 찾기까지 5분,
(그냥 리모컨 없이 선풍기 본체를 조작해도 되는데...
이럴 땐 꼭 뭔가에 홀린 것 처럼 찾아야 한다는 집착이 생긴다...)
타이머 다시 누르기까지 3초.
그리고 나는 결심한다.
"오늘은 그냥 쭉 틀자."
"전기요금? 그까짓 거!"
"그까짓 돈... 훗훗.. 후.. 흐.. 흑흑.., 숙면을 위해서라면........."
…하지만 또 10분쯤 지나면,
어김없이 불안이 밀려온다.
"이러다 감기 걸리는 거 아냐?"
"내가 너무 방만하게 사는 건가?"
"에어컨도 틀고 선풍기도 틀면… 지구 온난화…?"
"혹시 어릴 때 그런 말 들었던가… 선풍기 계속 틀고 자면… 위험하다?"
그렇게 나의 뇌는 갑자기 다큐멘터리 모드로 전환된다.
몸은 덥고, 생각은 복잡하고, 결국 손은 다시 리모컨으로 간다.
타이머, 다시 1시간.
처음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대체 몇 시간을 더 반복해야 이 싸움이 끝나는 걸까?”
“내가 이긴 적이 있었나…?”
그렇게 새벽 3시쯤,
나는 선풍기와 타이머 사이에서
체념과 자괴감과 미적지근한 땀에 젖어간다.
혼자 사는 여름의 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누울 땐 계획이 있었고,
일어날 땐 다 젖어 있었다.
그리고 오늘도,
나는 선풍기 앞에서 생각한다.
“아니 근데… 왜 난 매일 타이머랑 밀당을 하고 있는 거지?”
근데 또 내일도 1시간으로 맞추겠지.
“난 타이머의 순정남이니까…”
나는 오늘도 타이머한테 진 남자다. 여름이 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