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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으른 산책가 Jan 28. 2022

책으로 점치는 2022년 이벤트 참여!

‘시선으로부터’의 222쪽을 펼치다

해림이 정말로 궁금해하는 것은 하와이의 토종 새들인데, 쉽게 볼 수가 없다. 자생종보다 외래종들이, 도시나 격변하는 환경에서 적응할 수 있었던 새들이 눈에 띈다. 알록달록한 새를 보고 두근거리며 도감을 펼쳐보면 아시아에서 왔거나 북미에서 왔음을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멀리 날아온 새들도 있을 것이고, 화물선의 돛대에 내려앉아 날개를 쉬면서 온 새들도 있을 것이다. 어떤 새들은 기막히게 영리한 반면 또 어떤 새들은 전혀 자기보호 능력이 없다는 것이 해림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 속절없이 죽을 만큼 순진한 종들에 대해서는 화가 날 정도다.


            <시선으로부터, 정세랑, 222쪽 중 일부>


78쪽을 읽고 있는 책이다. 시선은 해림의 의붓할매이며 해림은 새를 엄청 좋아한다는 정도를 알고 있는 상태다. 10년만에 할머니 제사를 지내기 위해 가족 모두가 하와이로 가기로 했다. 정말로 궁금해한 건 하와이의 토종새인데 그곳을 잠식한 건 외래종이었다. 아마도 하와이 자연 환경이 본래로 돌아가지 않는 이상, 토종은 계속 사라지겠지.


내 마음에도 외래종같은 게 들락거린다. 내것이 아니라서 영 껄끄럽다. 초보 며느리일 때, 신입 사원일 때, 신랑 부부 모임을 갔을 때 각각에 맞는 외래종같은 것을 데리고 왔다. 역시 껄끄럽다. 한결같이 모두 거짓일 때가 많다. 하와이에 정착한 외래종도 처음엔 그랬을 거야. 연습삼아 해왔던 외래종같은 것에 점차 익숙해지고 내것이 되었거든. 심지어 지금은 무엇이 본래 나이고 외래종인지 모르겠다. 다만 내가 나를 들여다 보는 때가 점점 늘고 있다는 것이 편안함을 준다.


2022, 내 축이 기울어지지 않고 배꼽 근처에 머물어서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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