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에 누가 넘어가나 봐라, 다짐을 했다면 넘어갈 여지가 있다는 뜻인가 보다. 캐시를 받기 위해 봐야 했던 게임광고를 이틀 봤을까. 오늘 아침, 다운로드하고 말았다.
몇 년 만에 하는 게임이라 정신없이 빠졌다. 빠질 수 있도록 하트를 넉넉히 주다가, 안정권이 되었을 때엔 하트 대신 현질창이 떴다. 이건 진짜 아니지. 어쩌면 이런 공백이 있어서 다행이다.
동네 카페에서 보강 수업을 하고도 아이는 집에 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내 앞에 앉아서 이런저런 질문을 했다. 거의 10여 년째 수업을 하는 아이라서 별 걸 묻고 나는 답한다.
“몇 년 만에 게임을 깔았는데, 게임하면서 이야기해도 되지? 너도 게임하면서 말해.”
열심히 게임에 빠진 내게 아이는 끊임없이 질문했고, 대개는 연륜에 기대는 내용이었다. 얼굴을 들지 않아도 정성껏 대답하다가 하트를 놓치는 불상사에 탄식을 쏟아야 했다. 내 탄식에도 질문은 계속 됐다. 서로 주거니 받거니 대화를 하는데, 그 광경을 신랑이 봤다. 이따가 물어봐야지. 내 모습이 한심해 보이지는 않았는지 말이다.
새로운 하트를 받는데 30여분을 기다려야 했다. 그동안 책을 펼쳤다. 박연준의 [모월모일]인데 시와 산문을 쓰는 작가라 그런지 글에서 향기가 났다. 그런 찰나에 남자 동창이 아내와 함께 내 옆 테이블로 왔다. 몇 년만인가. 엊그제 본 친구처럼 대화가 끊기지 않았다. 초중 동창인 데다, 친구 성격이 밝아서 나도 편했다. 쓸만한 정보도 얻었다.
“이야, 여기서 책 읽고 있었던 거야? 이야!!!”
“어? 아니 뭐….”
다행이다. 하트 공백기가 나를 포장하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