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살을 이기고 싶었다.
오른쪽 손목이 아프다. 딱히 이유를 모르는 손목 통증이다. 걸레를 짜거나 핸들을 한 손으로 꺾으려 할 때 부담이 가는 정도의 통증이다. 이틀째 파스를 붙이고 다닌다. 정형외과에 가면 파스 냄새가 별로였다. 내 손목에 붙어있는 제일 파스, 두툼한 파스가 피부에 닿을 때 느낌은 입에서 녹아드는 허브향 목캔디 같다. 남에게서 나는 파스향은 별로였는데, 내 손목에서 스치는 파스향이 좋아서 일부러 손목을 갖다 대고 맡아본다. 아이들이 맵다고 표현하는 치약을 좋아하는데, 좋아하는 정도가 심할 때는 입안에 치약 거품을 뱉지 않고 머물고 있을 때도 있었다. 허브의 쌉싸름함을 좋아하나 보다.
신랑은 손목에 파스를 잘라 붙이고 압박 붕대를 친친 감아 주었다.
"너무 아픈 사람 같잖아."
"이래야 덜 아파."
손목 보호대를 사야겠다. 이 날은 아이들의 시선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날 마지막 수업은 일곱 살 남자아이인데, 이 아이는 꼭 딱지치기를 하자고 한다. 그러면 난 기필코 이기려는 생각으로 열심히 한다. 그러나 매번 지고 말았지만.
"ㅇㅇ아 오늘은 손목이 아파서 딱지를 못 칠 것 같아."
"음..... 왼손으로 치면 되잖아요."
아뿔싸.... 와중에 지기 싫어서 머리를 굴린다.
"그러면 너도 왼손으로 쳐. 그리고 난 왼손을 안 쓴 지 40년이 넘었고, 넌 고작 7년째이니깐 딱지는 내가 먼저 고를 거야. 알겠지?"
"네, 그래요."
매번 이기던 ㅇㅇ이는 자신감이 넘쳤다. 40년이 넘도록 왼손을 안 쓴 선생님은 만만해 보이겠지.
"틱! 틱!"
아이의 딱지 치는 소리가 딱 소리를 내지 못하고 힘을 잃었다. 내 딱지를 쳐 보지도 못하는 엉뚱한 적중률.
난 아이의 귀여운 여동생을 내 옆에 앉히고 응원을 시켰다.
"선! 생! 님! 이! 겨! 라!"
어찌나 열심히 응원하던지 힘이 났다. 돌봄실에서 왼손으로 공기놀이한 경력을 숨긴 채, 왼손은 처음 쓰는 것처럼 딱지를 쳤다. 두어 번 만에 아이의 딱지는 내 딱지에 의해 뒤집어지고 말았다.
"하하하, 내가 이겼다! "
4년 전 일기. 지금은 왼팔 어깨가 아프네? 아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