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의 약속이 취소됐다. 사실 나도 취소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다만 먼저 말하지 않았을 뿐이다. 눈길을 운전하는 건 너무 무섭다. 아마도 몇 해전 눈길 사고 때문일 거다. 그전의 난 운전의 하룻강아지였던 거였다. 눈길 위에서 운전할 때면 핸들에서 [바퀴와 눈 쌓인 길의 신경전]이 이제야 느껴진다. 다른 비유를 들자면 낚싯대를 잡은 초보 낚시꾼과 몇 번 미끼를 빼앗겨서 약이 바짝 오른 낚시꾼은 분명 손 안의 연장이 걸어오는 말을 해석하는데 차이가 있을 터다.
오전 내내, 톡을 통해서 새로운 회원들의 수업 조정을 했다. 골치가 아팠다. 기존 나의 회원 학모들은 모두 천사표라고 그녀들을 찾아가 고백하고 싶을 지경이었다. 물론 아직 겪어보지 않은 관계에서 손해 보고 싶지 않은 마음은 당연지사이고 삶을 살아가는데 아주 똑 부러진 태도일 수도 있다. 우선 내가 모두 수용하기로 했다. 골다공증처럼 송송 빈 수업과 다른 수업의 공백을 내가 떠안으리라. 그리고 그녀들과 친해지고 아이들의 동선 파악을 마치면 다시 빈틈없는 시간을 만들면 되니까(혹은 그 아이들과 체스나 수다로 메꿀지도). 그럭저럭 시간표를 완성했다. 그리고 투박한 김밥도 만들었다.
오전의 스트레스가 내 몸에 때로 끼인 것 같아 씻고 싶었다. 한숨 잤고, 대충 점심을 때우고 이제야 동네 카페에 왔다. 비로소 마음이 편하다. 심지어 끊었던 카푸치노까지 주문했다. 밖은 함박눈이 내리고 있다. 집에서 내다보이는 천을 보니 바다처럼 힘찬 물결로 물을 밀어내고 있었다. 산책하기 재밌는 날씨인데,라는 생각이 들 때, 나는 좀 이상한 사람 같았다. 그래서 이상한 일이 도처에서 생기는 걸까? 앞으로도 이상하게 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