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살 아이의 기타 사랑
어제는 아이가 기대하던 기타학원에 처음 가는 날이었다. 아이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오늘 기타학원 가는 날이다!! 하고 즐거워했다.
아이 학원을 등록하며 내심 악기가 단번에 배워지는 게 아닌데 그 지루한 시간들을 아이가 버틸 수 있을까 많이 걱정스러웠다. 아이가 너무 원하던 배움이고 나도 언젠가는 가르쳐주고 싶던 악기이지만 일찍 배워 금세 지쳐 놔버릴까 봐 그게 가장 걱정이었던 것이다.
무언가를 좋아하는 그 귀하고 소중한 마음을 사실 오래 지켜주고 싶었다. 틈만 나면 음악을 틀었고 우쿨렐레를 들고 다녔다. 피크 대신 지우개나 레고 조각으로 기타 줄을 튕기며 아이는 아이만의 세상에 흠뻑 빠져 있었다. 이승윤의 다른 노래를 찾아 들으며 노래를 외우고 정홍일의 샤우팅에 매번 놀라워했다. 휴지케이스에 블루투스 마이크를 꽂고는 우쿨렐레를 둘러멨다. 아이의 그런 날들이 길어질수록 무언가에 흠뻑 빠져 즐기는 그 마음을 망가뜨리고 싶지 않았다. 아이가 원해서 학원을 다니기로 했지만 그게 어쩌면 아이를 힘들게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괜히 애가 탄다. 기대보다 배움이 힘들고 지루한 과정이 될 수도 있다. 아마 그럴 가능성이 더 높다. 좋아하는 것을 좀 더 오래 즐기기를 바라는 마음과 내 적극적인 조력이 어쩌면 아이의 마음을 방해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뒤엉킨다.
물론 아이는 학원을 나오며 활짝 웃었다. 쌍따봉을 날리다 붉어진 손끝을 보여주었다. 그러고는 재잘재잘, 오늘 잡은 코드 이야기와 선생님과 나눈 이야기, 선생님이 들려준 연주 이야기를 했다. 아무쪼록 그 시간들 안에서 네가 행복하기를. 너의 그 부푼 마음들이 여전히 둥둥 떠있기를. 무언가를 좋아하는 그 귀한 마음과 조금 더 함께 하기를.
겨우 예매한 싱어게인 콘서트는 코로나로 자꾸 일정이 밀린다. 그 공연장에 아이와 둘이 가는 날을 상상한다. 코로나 속에 혹시 완전히 공연이 취소되지는 않을까, 하는 또 다른 염려로 아이에게는 아직 콘서트 예매 소식을 알리지 않았다. 그저 아무것도 모른 채로 열심히 좋아하고 또 좋아하며 지내렴, 아들.
너의 그 마음을 힘껏 응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