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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머스가이 Feb 25. 2019

조직부적응자의 직장생활 이야기 ep.5

사내 컨설턴트! 실수 투성이 사원과 머무르고 싶은 자

#커머스가이 의 탄생 "조직 부적응자의 직장생활 이야기" 

부제: 11번의 사표와 10개의 사원증 그리고 사업자 번호


EP.5 사내 컨설턴트! 실수 투성이 사원과 머무르고 싶은 자


안녕하세요 커머스 가이 입니다. 

오늘은 L마트에서 사내 컨설턴트 업무를 하면서 있었던 에피소드 중심으로 샤샤샤 하겠습니다. 

아직도 다녀야 할 회사들이 많지만, L마트를 제일 오래 다녀서 내용이 좀 많습니다. 사원~과장 까지 다니기도 했구욥!


혁신팀 론칭!

이름부터 혁신팀! 모두의 관심과 기대를 한 몸에~~~~ 는 아니고 

에휴... 머 또 한다고 귀찮게 하겠네. 우리 점포에는 안 왔으면. 본사는 안 하겠지?

그냥 지들끼리 알아서 하다가 금방 없어졌으면!!! 하는 정도의 상태로 시작.

물론 생긴지도 모르는 사람이 없는 정도는 아니었으니 다행?


처음 테스트 점포는 YDP 영등포점. 영등포점 위에 당시 L마트 교육장도 있어서 교육 공간 중 한 곳을 사무실로 활용. 거기에 혁신팀 인원 + M사 컨설턴트 + L사 경제연구소 인원까지 상품 카테고리 단위로 유닛 구분해서 업무 시작. 여기서 MD2(가공식품) 파트에서 업무를 시작. 그러다가 ep4 마지막에 나오는 배틀 후 MD3로 이동하긴 했지만!


중간중간 문제 해결 방법론을 배우고, 그걸 매장 살펴보고, 고객 인터뷰하고, 업체 인터뷰하고 숫자 뽑아보고 가설 세워서 검증하고. 점포 직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실제 매장에서 상품진열, 고객 응대하는 각 브랜드사 파견 직원들과 논의도 하면서 여러 가지 이슈를 논의 또 논의!


처음 했던 건 데일리 상품의 폐기율 관리 


TMI: 데일리 상품이라고 하면 흔히 일 배 상품. 매일매일 배달 오는 상품, 우유 요구르트 치즈와 같은 제품들을 말합니다. 유통기한이 참으로 짧지요! 그리고 일반적으로 상품관리는 FIFO (First In First Out)이라는 선입선출! 즉, 먼저 입고된 상품을 먼저 진열해서 파는 구조이지만, 데일리 상품만 특별히 LIFO (Last In First Out) 후입 선출을 합니다. 


데일리 후입 선출을 하는 이유는 아주 단순화하면 어차피 고객들이 구석에 넣어놔도 오늘 들어온 제일 신선한! 유통기한 제일 긴 상품을 끄집어내서 가기 때문입니다. 뒤로 짱박아 놔도 뒤에 걸 보죠. 마트에 가서 다른 사람들 상품 사는걸 잘 보시면 일반 상품은 앞에꺼 그냥 집어 가는데. 냉장/냉동식품류 등은 뒤적뒤적해서 유통기한을 확인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유통기한이 워낙 짧다 보니 유통기한 임박 할인과 폐기가 엄청나게 많이 나옵니다. 열심히 데이터를 분석해서 발주를 한다고 해도! 고객의 마음을 어찌 알겠습니까. 그리고 경쟁사의 프로모션에 따라 매출이 요동치기 때문에 더욱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적게 가져다 놓으면 매장이 뚫리는(진열대가 비어있는) 상황이 벌어지는데!! 이건 매장 점검 시 감점 요인이자, 고객 불편을 야기하기 때문에 용납이 안 되는 분위기!


즉, 매장을 충분히 채울 만큼~ 고객이 찾았을 때 부족함이 없이~ 그렇지만!! 유통기한 임박하여 할인을 하거나, 지나서 폐기하는 것은 적도록 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게 머여 하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그래도 효과도 크고 할 방법들도 있을 것 같기는 해서~!!! 도저~~~언~ 

머 사실 예전부터 현재도 앞으로도 계속 이슈인 부분이라서!!


당시의 이슈 사항을 정리해 보면

1. 데일리 폐기율이 생각보다 높다. 수치를 밝히긴 어렵지만 많이 높다.

2. 폐기율만 높은 게 아니라 할인율도 아주 높다. 

3. 할인율 기준도 명확하지 않고, 할인율도 엄청 높다.

4. 자주 방문하는 고객들은 유통기한이 며칠 남은 제품이 오늘 들어온 상품인지 알고 있다!

5. 가능한 이걸 시스템으로 처리해 줘야 하겠다!!


그래서

1. 폐기율 목표를 수립(가설 기반)

2. 할인판매를 줄일 방법도 당연히 고민 + 목표 수치 설정

3. 할인율 적용 기준을 명문화(매뉴얼화) + 할인율 단계를 고민

4. 항상 고객 중심

5. 수기로 해봐야 항상 도루묵! 시스템 화~


여하튼 이런 계획을 가지고 열심히 수치 분석을 매구 매구 하다가

내가 1번 목표 수립과 관련해서 작업하다 보니 50%는 줄일 수 있을 것 같다는 데이터를 뽑아 냅. 그걸 영등포점 적용해서 계산해 보고, 전점 확산해서 계산해 보니 임팩트가 어마어마한 자료가 나옴!

흥분해서 보고를 하고! 팀장님도 이열~~하고 했는데!!!!!!!!!!!!!!!!!!!!!!!!!!!!!!!!1


숫자를 잘못 뽑음


그래서 다시 뽑아 보니 1차적으로 한 15%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옴. 그것도 큰 숫자이긴 한데 첨에 워낙 강력하게 한방에 수십억을 줄일 수 있는 걸로 얘기했다가... 양치기 소년도 아니고! 덜렁대는 성격이 업무에도 ㅜ_ㅜ

엄청 막 짤랑짤랑 짤랑 짤랑 으쓱으쓱했는데 순식간에 머쓱타드...


어쨌든 여러 가지 방법 중에 일단 발주 값이 과한 것을 업체와 협의하에 조절.

데일리 상품은 대부분 발주 최소 단위가 1로 되어 있음. 즉 각 상품을 1개 단위로 주문할 수 있는데, 우유 같은 경우가 근처 대리점에서 공급받는데! 우유 상자 단위로 주문됨. 즉 한 번에 12개 단위로 주문할 수 있음. 

12개를 주문하거나 24개, 36개를 해야 함. 내일 30개가 팔릴 것 같다! 하면 24개 해서 완판~ 할 수도 있지만, 고객 불편, 매출 손실 등을 고려하면 36개를 발주. 다음날 좀 줄여서 해야 하는데 그게 12개 단위다 보니 쉽지 않음. 


그런데 낱개로 주문하면 그것도 어려운 것이 개별 대리점에서 해당 본사에서 박스 단위로 받다 보니! 낱개로 가져다주면 개념상 그 대리점 사장님이 일부 손실을 볼 수 있는 상황이 됨. 일단은 테스트를 위해 낱개 발주가 가능한 것으로 해서 정확한 데이터를 뽑음. 1개씩 똮똭 넣었을 때 예측 정확도를 봐야 하니까.


또 할인과 관련해서는 그 당시 지침에 매장 철수 기간 도달 정도에 따라 30% 할인, 50% 할인을 적용하고 있었음(10여 년 전 기억이라 일부 부정확할 수 있음)

TMI: 우유 유통기한이 19년 3월 10일 까지라고 하면 매장 진열(판매)은 3월 7일까지만 하고, 3월 5일부터 30%로 할인 판매, 3월 7일에는 50% 할인 판매를 하고 있었음.

50% 할인하면 그래도 좀 나가긴 하지만 손실이 크고(일반적으로 가공식품의 마진율은 20% 안쪽) 30% 할인하면 고객들은 그냥 오늘 들어온 신선한 우유를 사감.


그래서 조금 더 앞으로 10% 할인, 20% 할인 스티커를 도입해서 테스트를 함. 물론 일이 많아져서 번거롭긴 하지만, 유통기한 임박해서 50%로 큰 손실을 보거나 아예 기한이 지나서 폐기하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각각 상품별로 유통기한, 진열기한 반영해서 기간별 할인율 정하고 스티커도 따로 발주(테스트용)


그렇게 해서 또 데이터를 확인. 10% 할인 20% 할인에 고객이 반응하는가, 낱개 발주까지 더해져서 적정 재고를 가지고 갈 수 있나 등등등 이 과정에서 현장 근무 직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 역시나 현장에 답이 있습니다. 고객 인터뷰도 진행. 역시나 유통기한 보고 제일 긴 거 사간다 그래도 머 신선도가 크게 차이 나지 않으니 10~20% 할인하면 괜찮다고. 50% 할인은 싸서 좋지만 그날 다 먹지 않으면 아무래도 버려야 할 수 있으니 사기는 꺼려진다 등등 


그렇게 해서 열심히 가설을 검증 검증, 실행 실행, 보정 보정하는데~~

재미있는 얘기를 듣게 됨! 같이 우리 팀과 열심히 재미있게 일하던 직원의 제보!!!

오래된 이야기니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직원: 주임님

나: 네네~~

직원: 지금 하고 있는 거 대로 하면 잘 될 거 같고, 저도 참 재미있는데...

나: 그니까요 생각보다 괜찮은데요. 역시 담당님이 훌륭하셔서!!

직원: 그런데...... 관리자 께서

나: 왜요?

직원: 갸들이 점포 상황 머 아냐고, 특히 박성의가 지금 입사한 지 2년밖에 안되었는데 그런 애말 들어서 매장 망가지면 누가 책임지냐! 우리가 훨씬 잘 알고, 우리가 계속 이점포에서 일할 건데. 그 말 듣고 잘못되면 다 우리 책임인데!!! 

나: 머 사실이죠. 제가 머 아는 것도 없고, 경력도 얼마 없으니. 그래도 이게 데이터 분석하고 직원분들 의견 듣고 해서 하는 거잖아요.

직원: 네 그런데. 관리자 께서... "낮에 걔들 있을 때는 하는 척하고, 저녁에는 원래대로 우리 하던 대로 해"라고..

나: 어! 그러시면 안 되는데.. 그건 아니죠

직원: 저도 그렇고 다른 직원 분들도 그렇게 생각하는데 그래도 저희는 여기 점포 직원이다 보니 안 따르기도 어렵습니다. 

나: 네 제가 한번 알아보고 방법을 찾아볼게요.


일단 사실 관계를 직접 확인할 수는 없지만, 여러 가지 기존 정황상 팩트일 확률이 매우 높아, 팀장님께 내용을 보고. 그 후에 어찌어찌 정리를 했음.


항상 기존의 방법을 바꾸려는 자가 나타나는 만큼, 현 상태에 머무르고 싶은 절대다수가 존재함. 강력한 푸시에 의해 실행하더라도 일시적으로 하는 척만 할 뿐 실제 행동으로 생각의 변화로 이어져서 그게 온전히 바뀌는 일은 잘 일어나지 않음. 사실 조언이 그러하고, 코칭이 그러하고, 컨설팅이 그러함.


그나마 그룹사에서 관심을 가지고, 대표이사가 직접 지시하였으며, 연구소, 유명 컨설팅회사, 나름 회사의 엘리트 집단이 모여서 무언가 해보겠다고 하니 하는 척이라도 하는 상태였지 반대편이었다면 나부터도 우리가 알아서 잘하는데 이상한 숫자 들고 와서 헷소리를 해. 외국이랑 한국이 같나? 에휴!! 했을 확률이 높음.


혁신이라는 말 자체가 고통을 수반하고, 당연히 무언가 새로운 것을 그것도 스스로 깨달아서 하는 게 아니라 외부 자극으로 진행하려고 하면 더더욱 짜증이 나게 마련. 물론 그 짜증스러운 과정 중에도 재미를 느끼고 성과를 경험해서 변화하는 사람이 있지만! 그러지 않고 그대로 머물러 있거나 오히려 망하길 바라는 경우가 훨씬 많은 게 사실.


그럼에도 확신을 가지고, 현장의 의견을 바탕으로 하나씩 해결해 나가야 하는 것이 부서의 롤이고, 나름 내부적으로 변화관리자라는 Change Agent라는 별칭을 부여했던 이유.


지나고 나서 생각해 보면, 항상 변화의 과정에서 제일 많이 변화하고 성과를 창출하고 같이 협력하게 되었던 사람들은 본인의 업무에 자부심을 가지고 강하게 반발했던 분들. 내가 이만큼 하고, 이렇게 해왔고 성과가 이 정도인데 더 바꿀게 고쳐야 할 게 있따고? 인정하지 않았던 분들! 말하면 먹히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고객 의견, 외부 사례, 수치로 된 자료를 보여주면 관심을 가지고 열심히 노려보는 분들이 항상 창출의 최일선이 됨.

그들의 한마디는 항상 동일함 "내가 이거 제일 씹고, 무시하고 했잖아? 근데 이거 좋아 이대로 하니까 훨씬 편하고 실적도 잘 나옴. 내가 처음에 반발했던 게 미안할 지경이여. 그러니까 그냥 하자고 하면 한번 해봐. 내가 장담한다니까 훨씬 좋아질 걸" 그래서 항상 업무 개선할 때는 빅마우스를 노립니다. 집요하게! 그들을 설득해 내지 못한다면~ 당장은 눈에 보이는 성과가 있더라도 금방 사라져 버리니까!


조직에서 무언가 새로운 시도를 한다면 수많은 반대에 부딪히게 되지만, 그 반대는 아주 정상적으로 좋은 반응입니다. 항상 무서운 것은 무관심. 그래 해라 나는 모른다. 그래 맘대로 해라 나도 맘대로 할 거니까. 니가 뭘 하는 나는 상관없으니까 나중에 잘 못돼도 나한테 머라고 하면 안 된다. 이 태도.


항상 하나만 기억하세욥! 무플 보다 악플~


어디로 튈지 모르는 게 내손의 매력~ 시작은 기억 안 나지만 끝은 이렇습니다!


이거 이러다가 대하소설이 될 것 같은데 어쩌죠... 스피드를 올려보려고 했는데 에피소드 하나로 끝나네 ㄷㄷㄷ항상 읽어주시는 분들께 감사 또 감사를 전하며 오늘은 여기까지!


커머스가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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