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어진 우산의 추억

by 혼자놀기

새벽에 일어나 이일저일 하면서 바쁘게 지낸다. 누가 부탁한 일도 아닌데 내가 즐거워서 하는 일이다. 인공지능을 통해 외국어 공부도 하고, 유튜브에서 중동전쟁 소식도 듣는다. 오늘 아침은 탕평채가 먹고 싶어서 며칠 전 사둔 청포묵 데치고, 표고버섯, 애호박, 당근 가늘게 채쳐서 볶고 소금 간해서 김과 무쳐서 참기름 살짝 둘러 맛을 봤다. 먹을만하다. 처음 만들어 본 것 치고는 괜찮다. 깨소금 조금 뿌리면 보기도 좋을 것 같다.

아침은 사과 한 개와 우유를 마셨으니 점심때 반찬으로 먹어야겠다. 두부 김무침, 잡채도 한 번 내 손으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BBC 실시간 유튜브를 보니 중동 전쟁이 쉽사리 끝나지 않을 모양이다. 트럼프가 잘 못된 판단을 했다는 평이다. 이스라엘은 지상군을 투입했다고 하고...


세상이 아무리 복잡해도 우선 우리 집 쓰레기는 버려야 하니 챙겨서 밖으로 나가려는데 빗소리가 들린다. 비 맞으면서 분리 작업하는 일은 생각만 해도 처량할 것 같아 도로 들고 들어오면서 보니 건널목에 우산을 쓴 아이들이 가득 서있다. 아 지금이 초등학교 등교 시간이구나. 갑자기 옛날 동요가 떠올랐다.


《이슬비 내리는 이른 아침에 우산 셋이 나란히 걸어갑니다. 파란 우산, 빨강 우산, 찢어진 우산 좁다란 학교 길에 우산 세 개 나란히 이마를 마주대고 걸어갑니다.》


가사는 대충 생각이 났는데 제목이 무엇이었는지 기억에 없다. 이슬비? 학교길? 찢어진 우산은 아닐 것 같은데, 제일 인상 깊은 추억의 단어는 단연코 찢어진 우산이다. 그 시절 대나무 비닐우산은 잘도 찢어졌던 기억이 있다.


60년 저 편의 기억이다. AI에게 물어보자. 요즘 새로 쓰기 시작한 '클로드'에게 물었더니 금세 답이 왔다.


- 아마도 "비가 오는 날" 이라는 동요가 그것 같습니다. 이 동요의 가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슬비 내리는 이른 아침에 우산 쓰시나라니 걸어갑니다 하늘에서 내리는 빗소리에


마음도 젖어가는 것 같습니다"


"? 엥 뭔가 좀 이상한데.."


이 동요는 1960년대에 작곡된 것으로, 서정적인 가사와 선율로 잘 알려진 한국 동요입니다. 작곡가는 박태준이며, 가사는 오세영이 썼습니다. - 이런 설명까지 덧붙여 있다.


이 정보를 바탕으로 다시 검색을 해본다.


제목은 '우산'이고 1948년 윤석중 작사, 이계석 작곡으로 나온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내가 기억하고 있던 가사가 거의 다 맞다는 점이다. 아~ 나 아직 죽지 않았네...

창문에 서서 건널목을 건너는 아이들 사진을 찍었다. 좁다란 학교길도 아니고, 찢어진 우산도 없다. 옛날 아버지, 형, 누나 들고나가고 남은 찢어진 우산을 쓰고 가기 싫어서 "난 비 맞는 게 좋아요!"를 단호히 외치던 내 모습이 떠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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