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 단어들을 담아] 행복의 조합을 같이 떠들 존재
나와 닮은 구석이 있는 인물이 나오는 드라마를 좋아한다.
‘그 해 우리는’의 국연수와 최웅은 달라 보이지만 묘하게 닮은 구석이 있는 인물들인데,
나의 이런저런 모습을 담고 있었다.
국연수의 다 끌어안고 버텨야 한다는 강박과 그 이면에 있는 여림,
최웅의 흘러가듯 사는 삶의 방식과 그 이면에 무언가 욕심을 내면 홀로 남겨질까 두려워하는 마음 모두.
학부 입학 후 한 학기도 지나지 않아 폐암 오진 판정을 받았었다.
정밀검사를 받고 대학병원을 나서는 버스 안에서 남은 시간 동안 무얼 해야 할까 생각했다.
우선 학교를 자퇴하고, 3개월 정도 유럽 여행을 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랑 시간을 보내야지 싶었다.
12년을 간절히 바랐던 학교를 제일 먼저 포기하고 싶어졌던 순간, 삶이 참 덧없게 느껴졌다.
그 오진 덕분에(?) 무얼 바라보며 살아야 하나 고민하게 되었다.
이미 직업적・사회적 성공은 내겐 삶의 목표가 될 수 없었고,
자신들뿐 아니라 나의 앞가림까지 만반의 준비를 갖춘 부모를 만난 덕분에
내 집 마련이나 노후 준비 등이 삶의 동기가 될 수도 없었다.
그래서 내가 언제 행복한지를 떠올려보았다.
볕 좋은 날 잔디밭에 앉아 보내는 시간,
하루를 마치고 잔을 기울이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여행에서 가만히 노을 지는 모습을 시간.
그 시간이 내 인생의 원동력이 되는구나 싶었다.
이에 사람과 여행을 삶의 원동력으로 채워보았지만, 보다 본질적인 접근이 필요함을 배웠다.
사람과 여행만으로 내 일상을 가득 채울 순 없으니까.
결국 대학원에 입학하면서 나는 묻어뒀던 이면의 마음을 꺼내어 들여다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내린 결론은, 사실 내 삶의 원동력인지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남들이 말하는 성공은 아닐지라도 내가 꿈꾸는 방향이 존재하니,
그걸 바라보고 걸어가면 되는 거였는데.
물론 최웅을 조건 없이 아끼는 부모님, 혼자 버텼다고 여긴 시간에도 늘 국연수 곁에 있었던 솔이와 할머니, 그리고 그런 서로의 곁을 지키는 국연수와 최웅, 이런 사람들과 꼭 안고 함께.
남부럽지 않은 삶은 아닐 수 있지만,
이 모든 사람들이 가득하면서도 나 또한 열심히 살아가는 내 세상은 행복하지 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