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함에 닿아가는 法] 행복추구권과 반려자를 선택할 권리에 관하여
로스쿨에서 거의 주목을 받지 못하던 가족법이,
상속 및 유류분에 관한 쟁점이 조만간 출제될 것이라는 의견이 대세가 되면서 부상하게 되었다.
[2003드합292] 사안은 사실혼 관계가 인정되기 위한 요건이 무엇인지에 관한 판례로,
1) 동성 간 사실혼 유사의 동거관계에 있는 경우 사실혼으로 인정될 수 있는지,
2) 그에 따라 법률혼에 준하는 보호를 인정할 수 있는지가 문제되었다.
위 판례를 읽으면서 동성 간 사실혼 유사의 동거관계에 기반한 다른 사안이 떠올랐다.
2013년 부산에서 발생했던, 동성의 동창 乙과 약 40년간 동거한 60대 여성 甲의 투신 자살 사건이었다.
두 사람이 공동생활을 영위하던 보금자리 및 기타 자산이 모두 乙 명의로 되어있었는데,
乙이 말기암 진단을 받자 甲 및 乙은 아파트 소유권자와 보험금 수령인 명의를 甲으로 바꾸고자 했다.
그러나 갑자기 나타난 乙의 조카로 인해 명의 이전은커녕 간병조차 불가해지자
甲은 현금 및 패물을 챙겨 집을 나오게 되었고,
乙의 조카는 甲을 절도죄로 고소하고 집의 시건장치를 바꿔버렸다.
암 진단으로부터 약 한 달 뒤 乙이 사망하였음에도 상속인들은 甲에게 이러한 사실을 알리지 않았고,
뒤늦게 乙의 사망사실을 알게 된 甲은 위 아파트 복도에서 투신하여 자살하게 되었다.
나에게는 '우리집 아저씨'라고 부르는 남의 편이 있다.
그리고 얼마 전 병무청에 "사실혼 유사관계"를 서류상 인정받기 위해
미국행이 필요하다는 사유로 출국허가 예외사유 심사를 받았다.
아직 미필인 나로 인해 병무청 허가 없이는 출국이 불가함을 뒤늦게 알게 되었고,
하와이를 날려먹을 수 없다는 생각에 얼떨결에 미국 서류상 결혼을 하게 된 것이다.
(이게 얼떨결에 할 일이었나 싶긴 하지만, 원래 그래야 실행할 수 있는 게 결혼이랬다.)
덕분에 둘 다 한국 국적임에도 병무청에는 내가 혼인관계에 있음을 인정받은 꼴이 되었다.
'가족법상 사실혼 유사관계도 인정되지 않는데, 우리나라 행정시스템 참 개방적이네.'
라는 생각이 스친 것도 잠시, 동거 중인 우리 관계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나보다 열 살 많은 우리집 아저씨가 갑자기 죽어버린다면? 나도 집에서 쫓겨나는 건가?'
물론 나는 넋 놓고 당하진 않을 것이다. 나와 내 세상을 지키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고,
공부하기 싫은 날에는 혼인신고 대신 우리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을 탐색했으니까.
생각해보면 개인의 안위를 사적 대비책 존부에 맡기는 것은 대한민국 헌법 정신에 위배된다.
더 나아가서는, 혼인의 의사로 공동생활을 영위하려는 상대가 있음에도
성별 구성에 따라 국가에서 혼인신고 가부를 결정하는 것 역시 대한민국 헌법 정신에 위배된다.
헌법 제10조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민에게는 행복추구권이 보장되며, 국가는 이를 확인・보장할 의무를 진다.
또한 헌법재판소 결정 [89헌마82] 등에 따르면 이러한 행복추구권은 개인의 자기운명결정권을 전제하며,
자기운명결정권에는 성적 자기결정권 및 혼인의 자유, 혼인 상대방을 결정할 수 있는 자유가 포함되어 있다.
이제 [2022누32797] 사안의 상고심 결과가 많은 것을 좌우할 것이다.
위 사안은 동성 결혼식을 올린 두 남성 중 일방이 타방의 사실혼 배우자 자격으로 건강보험 피보험자 자격을 취득하였다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착오를 이유로 위 자격을 소급 박탈한 것에 대한 취소소송이었다.
물론 [2022누32797] 사안의 항소심 재판부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처분이 위법함을 인정한 것은
절차상 하자가 존재했음을 이유로 한 것이지, 사실혼 배우자 자격을 인정한 것은 아니다.
그리고 행정법 판례에 따르면 절차상 하자를 보완하여 동일한 처분을 할 경우,
당해 처분은 적법・유효하게 된다.
다만 바라기는,
이러한 문제제기들이 쌓여 언젠가 내가 사실혼 배우자 자격으로 우리집 아저씨의 피부양자가 될 수 있기를.
그래서 내가 취집 성공한 케이스가 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