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드혼 산책 # 12>
<핀드혼 산책 # 12>
오늘 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와 삶, 그리고 우리가 잊어버린 뿌리에 대해 생각해 볼 여유가 있는가?
“우리는 자연의 리듬에 접속할 때, 더 지혜롭게 결정을 내릴 수 있다.”
그 책은 바로 제이미 휘틀(Jamie Whittle)의 <화이트 리버 : 핀드혼 강을 따라 오르내리는 여행(White River: A Journey Up and Down the River Findhorn)>이다.
제이미 휘틀은 스코틀랜드 북부의 작은 강, 핀드혼 강을 따라 걷고 노 저으며, 인간과 자연, 공동체, 신화, 철학, 역사, 생태를 통합적으로 사유하는 한 편의 시이자 선언문 같은 책을 써내려갔다. 그는 거대 구조를 바꾸기보다, 지역과 생태계에 뿌리내린 정체성과 감각 회복을 통해 변화의 씨앗을 심고자 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강의 시를 발견해야 했다.”
그에게 있어 이 강은 단지 물이 흐르는 자연이 아니다. 어린 시절의 기억이 깃든 장소이며, 자신이 어디서 왔고, 누구이며,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묻는 존재론적 거울이었다.
휘틀은 말한다.
“우리가 어디서 왔는지에 대한 뿌리 깊은 이해 없이는, 현재라는 순간은 맥락을 잃는다.”
그는 이 여정을 단순한 트레킹이나 카누 여행으로 시작한 것이 아니다.
현대 문명에서 점점 멀어져 가는 자연과의 관계, 공동체의 해체, 정체성의 붕괴 속에서 "나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에 속해 있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 것이다.
그는 말한다.
“우리는 자연의 리듬에 접속할 때, 우리의 판단은 더욱 지혜로워진다.”
제이미 휘틀은 환경변호사이기도 하다. 그는 핀드혼 협곡(Findhorn Bay)가 유럽연합의 ‘조류 특별보호구역(SPA)’, 람사르 습지, ‘서식지 특별보존구역(SAC)’으로 지정되어 있다고 말하면서도, 이렇게 덧붙인다.
“우리가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법을 갖추는 것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법만으로는 인간의 의식을 전환할 수 없다. 법만으로는 지구를 소중히 여기도록 만들 수 없고, 재앙을 막을 수도 없다.”
그래서 그는 공동체의 역할을 강조한다.
특히 그는 <화이트 리버>에서 핀드혼 공동체를 소개한다. 재생 에너지, 생태 건축, 대안적 교육과 삶을 실천하는 이 공동체는, 법이 하지 못하는 자발적인 생태 감수성과 연대의 힘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진정한 자연 보호는 인간이 스스로 자연과 다시 연결되겠다는 의지에서 비롯된다.”
제이미 휘틀은 느림과 주의 깊음, 그리고 몸을 통해 세계를 다시 배우는 과정을 강조한다.
그는 말한다.
“나는 세계를 보기 위해 멀리 떠나야만 한다고 믿었다. 그러나 지금 나는 안다. 세계를 보기 위해서는 한 곳에 머물러도 된다. 핵심은,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다.”
우리가 사는 세계는 너무 빠르게 흐르고, 너무 많은 것을 잊고 있다.
그 속에서 그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잠시 멈추고, 당신이 사는 강의 이름을 불러보라. 당신의 뿌리를 더듬어보라. 그리고 그 강이 속삭이는 시를 다시 들어보라.”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의 수많은 생태계와 공동체는 위기에 처해 있다. 하지만 희망은 있다.
제이미 휘틀이 말하듯이,
“이 변화의 시기에는 창조성과 배려, 그리고 헌신이 필요하다. 우리가 방향을 잃었다면, 자연의 리듬에서 다시 길을 찾을 수 있다.”
우리가 강을 따라 걸을 때, 사실은 우리 자신 안으로 들어가는 길을 걷고 있는지도 모른다.
자연을 이해한다는 것은 곧, 나를 이해하는 일이며, 공동체를 다시 회복하는 일이다.
이제 우리 각자의 강을 따라, 자신만의 시를 찾아 보자.
제이미 휘틀(Jamie Whittle)은 유년 시절 핀드혼 유치원에서 보낸 경험을 통해 자연과 인간, 공동체 간의 깊은 연결을 몸으로 체득했다. 그는 <화이트 리버>에서 이 시기를 단 한 문장으로 회상한다.
“나는 핀드혼 유치원에 다녔었다.”
이 짧은 언급은 단순한 기억이 아니라, 그의 생태적 감수성과 세계관 형성에 결정적인 단서다. 핀드혼 유치원은 전통 교육과 달리, 유아를 몸·마음·영혼이 통합된 전체적 존재로 바라보며, 자연·타인·자신과 조화롭게 연결된 삶을 배우게 하는 공간이다. 이는 1960년대부터 전체론적 삶, 생태 건축, 공동체 경제, 영적 실천을 실험해 온 핀드혼의 철학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핀드혼은 단순한 거주 공동체가 아니라, 삶 전체를 배움의 장으로 삼는 “살아 있는 학교(Living University)” 같은 곳이다.
제이미 휘틀은 단순히 이 공동체를 아는 것이 아니라, 그 문화 속에서 자라며 느림, 주의, 기억, 연결의 감각을 내면화했다. 이는 그가 환경변호사이자 생태사상가로 성장하는 데 핵심적 나침반이 되었으며, <화이트 리버>는 결국 자연으로 돌아가는 동시에, 유년기의 감각으로 되돌아가는 여정이다. 그리고 그 여정의 출발점은 바로 핀드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