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드혼 산책 #_11>
<핀드혼 산책 #_11>
물음 하나를 던진다.
우리는 이 땅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인간은 자연 속에서, 공동체 속에서, 그리고 자기 자신의 내면 속에서
어떤 존재가 되어야 할까?
알레스테어 맥킨토시는 그의 책 <지역사회를 다시 불붙이다(Rekindling Community)>에서 이 시대의 혼란과 위기의 근본 원인을 영성과 공동체의 단절에서 찾는다. 그는 우리가 다시금 서로와 연결되고, 뿌리 내릴 수 있는 삶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 여정의 중심에 바로 핀드혼(Findhorn)이었다.
핀드혼은 스코틀랜드 북부에 위치한 강이 흐르는 유역이자, 동시에 공동체와 영성을 되살리는 상징적 공간이다. 맥킨토시는 이곳을 단지 한 장소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핀드혼은 자연과 인간, 존재와 소속, 삶의 방향과 의미가 교차하는 영적 지형으로 이해된다. 그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날은 인간이 상호연결성 속에서 자신의 진정한 위치를 자각하고, 그 의식에 따라 행동하는 날이 될 것이다. 우리가 강처럼, 지구에 우아하게 거주하기 시작하는 날이다.”
‘우아하게 거주한다’는 표현, 얼마나 낯설면서도 아름다운 말인가. 그것은 단순히 삶을 영위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흐름에 귀 기울이고, 존재 그 자체로 충분함을 느끼며 살아가는 방식을 뜻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제이미 휘틀(Jamie Whittle)의 여정은 그 상징성을 더 또렷하게 보여준다. 그는 핀드혼 강의 발원지에서 바다까지 도보와 카누로 강을 따라 내려간다. 이 여정은 자연을 따라 걷는 발걸음이자, 자신의 내면을 따라 걸어가는 사색의 시간이다. 그는 그 길 위에서 물리적 풍경만이 아니라, 존재의 뿌리를 느끼게 된다.
휘틀은 말한다:
“우리는 모두, 장소에 따라 다시 태어난다.”
그 말 속에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과 장소, 자연과의 관계가 단지 배경이 아니라 우리 존재의 일부라는 인식이 담겨 있다. 핀드혼 강은 단지 한 줄기 물이 흐르는 곳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이 다시 만날 수 있는 생명의 경로인 셈이다.
그는 또한 이 강이 한때 연어가 돌아오고 늑대가 울부짖던 신성한 장소였지만, 오늘날에는 그 생명이 위협받고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그 맥락에서 이런 질문을 마주하게 된다.
“나는 누구이며, 어디에 속해 있는가?”
“나는 이 지구와 어떤 관계를 맺고 살아가고 있는가?”
핀드혼은 그 질문의 응답이 될 수 있는 장소다.
맥킨토시는 휘틀의 여정을 통해 우리가 ‘길을 잃고 다시 찾는 과정’을 묘사한다. 그것은 단지 물리적 방향을 회복하는 일이 아니라, 존재의 방향을 다시 세우는 일이다. 그는 말한다. 우리가 지금 겪는 생태 위기와 공동체의 해체는 기술적 문제 이전에 존재의 위기라고. 그렇기에 회복도 외부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성찰과 감각의 회복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말이다.
이 책은 그런 회복의 서사를 핀드혼을 통해 풀어낸다.
핀드혼은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되살리는 장소이고,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다시 배우는 공간이다. 그곳은 개인의 정체성과 공동체의 소속감, 그리고 자연과의 영적 연결이 다시 이어질 수 있는 자리다. 제이미 휘틀이 자신의 책 <화이트 리버(White River)>에서 말하듯, 이 강을 따라 걷는 여정은 “자기 자신을 다시 발견하는 여정이자, 세상과의 관계를 새로 정립하는 길”이다.
알레스테어 맥킨토시는 이 여정을 독자들에게도 건넨다. 우리 각자에게 묻는다.
“우리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우리의 공동체는 살아 있는가?”
“우리는 지구에, 서로에게, 그리고 우리 자신에게 어떻게 우아하게 거주하고 있는가?”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위기는 단절의 위기다. 그러나 그 단절 속에서도 길은 있다. 핀드혼은 그 길의 은유이며, 우리가 잃어버렸던 관계의 불씨를 다시 지필 수 있는 가능성이다.
이제는 우리가 대답할 차례다.
공동체의 불을 다시 지피기 위해, 우리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그 시작은 어쩌면,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 안에 있었던 핀드혼의 기억을 다시 꺼내는 것일지도 모른다.
<지역사회를 다시 불붙이다(Rekindling Community)> 저자 알레스테어 맥킨토시는 스코틀랜드 출신의 사회운동가이자 생태 인문학자이며, 공동체 회복과 영적 전환, 그리고 정의로운 사회를 위한 실천적 사유를 꾸준히 이어온 인물이다. 그는 자연과 인간, 공동체와 영성을 통합적으로 바라보는 독특한 시각으로, 단지 환경을 보호하는 것을 넘어 인간 존재의 방향과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되묻는다.
1955년 스코틀랜드의 외딴 리위스 섬에서 태어난 그는 스코틀랜드의 에이그(Eigg) 섬 공동체 토지소유 운동을 이끌며 공동체적 토지 정의의 중요성을 널리 알린 인물이다.
그의 대표저작인 <흙과 영혼(Soil and Soul)>과 <지역사회를 다시 불붙이다(Rekindling Community)>은 지역 공동체와 자연, 영성이 하나로 연결되는 실천적 지점을 찾아가며, 우리가 공동체를 회복한다는 것은 곧 우리 자신을 되찾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그의 작업은 철학적이면서도 대단히 실천적이다. 그는 공동체와 영성, 정의와 생태가 하나의 흐름으로 만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며, “다시 불붙이는 일”은 우리 모두의 과제임을 상기시킨다. 그의 글과 삶은, 우리가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근본적인 물음을 꺼내고, 그 물음에 따라 살아가도록 이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