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란한 세계에
건네는 조용한 선언

<핀드혼 산책 #_14>

by 지구별 여행자

<핀드혼 산책 #_14>



소란한 세계에

건네는 조용한 선언



핀드혼은 묻는다.


“우리는 누구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그리고 그 답을 공동체의 삶과 자연, 그리고 내면의 영성을 통해 조용히 보여준다.

캐럴 리델(Carol Riddell)은 핀드혼의 6년의 삶의 기록이 변화를 위한 살아있는 실험이 더 이상 먼 이상이 아닌 지금 여기에 가능하다는 것을 말한다.


사랑과 영성의 회복

핀드혼 공동체는 단순한 생활 공동체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 존재의 핵심을 다시 정의하려는 하나의 실험장이자 선언이다.

현대 문명은 인간을 소비하는 존재, 경쟁하는 존재, 소외된 존재로 만들었지만, 핀드혼은 말한다. 인간은 본래 사랑 그 자체이며, 신성과 연결된 존재라는 것이다.


“이는 사랑의 혁명이다.
그 목적은 인간 정체성의 중심에 다시 영성을 놓는 데 있다.”


핀드혼이 추구하는 이 정체성은 교리나 이념이 아니다. 그것은 삶의 방식, 관계 맺기의 방식, 자연과의 연결 방식에서 구체화된다. 신은 멀리 있는 존재가 아니라, 지금 여기, 우리의 내면에 살아 있는 실재이다. 그 신성과 연결되었을 때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실존적 답을 얻는다.


새로운 인간의 가능성

캐럴 리델는 인간 진화의 새로운 방향을 ‘호모 디비누스(Homo Divinus)’, 즉 ‘신성을 자각한 인간’이라는 개념으로 제시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이성적 인간(호모 사피엔스)’으로서 세계를 분석하고 소유하고 지배해 왔지만, 그 결과는 어떠한가?


끊임없는 분열, 전쟁, 탐욕, 파괴가 그것이다.

그러나 핀드혼 공동체는 다른 가능성을 제시한다.

내면으로 향하는 삶, 연결된 삶, 공동창조의 삶을 통해 인간은 새로운 존재로 진화할 수 있다.


“당신이 신을 향해 한 걸음을 내디디면, 신은 당신에게 열 걸음을 내디딘다.”


이것은 단순한 은유가 아니다. 이 공동체의 구성원들은 일상 속에서, 정원에서, 식당에서, 회의에서, 예술과 노동 속에서 그 한 걸음을 계속해서 내디디고 있다.


자연과 함께 사는 법

핀드혼의 정원은 단지 유기농 농장이 아니다. 그것은 자연과의 신비한 대화, 공동 창조의 현장이다.

창립자들은 명상을 통해 식물과 자연의 정령(Deva)과 교감하며 가꾸기 시작했다.

이는 단지 생태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자연을 존재적 동료로 대하는 태도이다.


“새로운 인류는 프란치스코 성인처럼 자연 속에 드러난 신의 경이로움에 다시 사랑에 빠져야 한다.”


오늘날 우리는 기후 변화 앞에서 생존의 위기에 놓여 있다. 그러나 그 해답은 기술이 아닌, 존재의 방식과 세계관의 전환에서 찾아야 한다. 핀드혼은 바로 그 전환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경쟁이 아닌 협력, 위계가 아닌 순환

핀드혼에서는 ‘누가 지배하는가’가 아니라, ‘누가 섬기고 있는가’가 중요한 문화가 형성되어 있다.

순환적 리더십, 공동 결정, 정직한 소통, 경청, 감정 표현의 연습은 이 공동체의 일상적 정치이다.


“우리는 각자가 자신의 내면의 진리를 찾는 방식의 타당성을 존중한다.”


이러한 삶의 방식은 단순히 평화를 위한 것이 아니다.

진정한 혁신과 창조는 안전한 공동체적 토대에서 가능하기 때문이다.

핀드혼은 더디지만 깊이 있는 변화의 길을 선택했고, 그 결과는 매우 인상적이다.


신은 우리 안에 있다

핀드혼은 특정 종교를 고집하지 않는다.

그들은 다양한 신앙, 문화, 전통 속에서 살아 있는 진리를 발견하려 한다.

그 중심에는 항상 “하느님은 내 안에 있다”는 체험이 있다.


“거짓 가르침을 모두 버려라. 나는 사랑이다. 나는 너희 각자 안에 존재한다. 나는 나다.”


이러한 경험은 갈등과 배제의 종교를 넘어, 포용과 통합의 영성으로 우리를 이끈다.

그것은 이 시대에 반드시 필요한 영적 전환이다.


새로운 문명의 씨앗은 이미 시작되었다

우리는 지금 단지 새로운 제도, 정책, 기술을 기다릴 때가 아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바꾸어야 할 것은 ‘존재의 방식’, 즉 우리의 정체성이다.


핀드혼 공동체는 이렇게 말한다.


“핀드혼 공동체에서 6년을 살아본 결과, 필요한 전환은 반드시 일어날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그 전환은 이미 시작되었고, 그 씨앗은 이 공동체 안에 뿌려졌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에나 존재할 수 있다.

여러분의 마을, 학교, 가정, 일터—그 어떤 공간도 새로운 공동체의 싹을 틔울 수 있다.


우리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미래는 단지 상상이 아니다.

그것은 지금 여기, 우리가 어떻게 존재하는가에 달려 있다.

우리가 다시 연결되고, 다시 돌보고, 다시 사랑할 때, 그 미래는 눈앞에 실현된다.

그리고 그 여정을 핀드혼이 먼저 걸어주었기에,

이제 우리도 각자의 자리에서 그 여정을 시작할 수 있다.



캐럴 리델(Carol Riddell)은 1983년부터 1992년까지 핀드혼 공동체의 일원으로 활동하였다. 이 기간 동안 그녀는 공동체의 내면적 구조와 영적 실천, 조직 문화의 진화 등을 심층적으로 관찰하고 기록하였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핀드혼 공동체: 21세기의 인간 정체성 창조(The Findhorn Community: Creating a Human Identity for the 21st Century)>를 집필하였으며, 이는 공동체의 초기 역사와 영적 기반을 넘어, 현대 사회에서의 공동체적 삶의 가능성과 도전을 조명한다.


책 출간 후, 캐럴 리델은 핀드혼에서 배운 원칙들을 실제로 적용하기 위해 스코틀랜드의 멀 섬(Isle of Mull)에서 환경 프로젝트를 진행하였으며, 이후 호주에서도 유사한 활동을 이어갔다. 2004년에는 핀드혼 지역으로 돌아와 새로운 핀드혼 협회(New Findhorn Association)의 일원으로 활동하며 공동체의 가치와 실천을 지속적으로 확산시켰다.


사회학자로서의 그녀는 두 개의 영국 대학에서 강의하였으며, 여성학과 사회학 분야에서 활발한 연구와 저술 활동을 펼쳤다. 총 8권의 저서를 출간하였으며, 그 중 일부는 공동체 생활과 영성, 사회적 전환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이 책은 핀드혼 공동체의 창립 초기부터 1990년대까지의 발전 과정을 상세히 서술한다. 특히, 초기의 가부장적 구조에서 '영적 민주주의(spiritual democracy)'로의 전환, 자연과의 관계 재정립,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독립 프로젝트의 등장 등을 다룬다. 저자는 공동체 구성원들의 개인적 변화와 공동체적 진화를 통해, 현대 사회에서의 새로운 인간 정체성과 공동체적 삶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이 책은 핀드혼 공동체의 역사와 철학을 이해하고자 하는 독자뿐만 아니라, 공동체적 삶과 영성, 사회적 전환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유익한 자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