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의 리듬에 귀 기울이며

<1장_자연의 발걸음 따라>

by 지구별 여행자

<1장. 자연의 발걸음 따라>



뿌리의

리듬에 귀 기울이며



핀드혼에 온 지 며칠이 지나고,

나는 무엇인가를 끝내는 것이 아니라

기다리는 법을 다시 배우고 있었다.


정원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수확보다 뿌리 내림을 더 중요하게 여겼다.

당장 열매를 맺지 않아도,

그 식물이 흙 속에서 얼마나 편안한지를 먼저 살핀다.

그것이 이곳에서 배운 첫 번째 시간 개념이다.


한 날, 나는 조용히 한 줄기 토마토 옆에 앉았다.

그 잎이 흔들리는 속도,

햇빛을 받아들이는 각도,

그 모든 움직임이

내가 살아가는 속도와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뿌리는 서두르지 않는다.

그러나 반드시 자리를 잡는다.

흙 속 깊은 곳에서 천천히,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중심을 만들어간다.


사람의 삶도 그렇다.

겉으로 보기에 아무 변화 없어 보여도

내면에서는 뿌리가 자라고 있는 시간들이 있다.

핀드혼의 사람들은 그 시간을 존중한다.

그래서 기다리고,

재촉하지 않고,

스스로 흙과 이야기를 나누게 둔다.


나는 요즘,

무언가를 하려 하기보다

무언가를 듣기 위해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건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존재의 리듬에 귀 기울이는 훈련이다.


그리고 어느 순간,

내 안에서 조용히 싹이 튼다.

아직 이름도 없는 싹이지만,

그건 내가 정원이 아닌 삶에서

오래 기다려온 ‘진짜 방향’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