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을 어루만지는 기도

<2장_흙과 대화를 나누다>

by 지구별 여행자

<2장. 흙과 대화를 나누다>



흙을 어루만지는 기도



흙 위에 무릎을 꿇는 순간,

나는 기도의 자세로 접어든다.

두 손을 펼쳐

거칠고 따뜻한 땅의 피부를 어루만질 때,

나는 말 없는 대화를 시작한다.


핀드혼에서는

흙과 접촉하는 모든 순간이

기도이다.

그 기도에는 형식도, 경전도 없다.

오직 손의 감각과 마음의 결만이 있다.


흙은 대답하지 않는다.

그러나 내 질문을 외면하지도 않는다.

그저 묵묵히 받아들이고,

때로는 부드럽게 밀어낸다.

내가 너무 거칠게 파고들면

단단한 침묵으로 답하고,

조심스레 손을 얹으면

서서히 온기를 전해준다.


어떤 날은

단지 손을 흙에 담근 채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가만히 머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날이 있다.

그건 흙을 위한 시간이 아니라

나를 위한 치유의 시간이다.


기도란

소원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를 다독이는 태도라는 걸,

흙은 내게 가르쳐 주었다.